‘플랜트’ 다시 품고, ‘MOU’ 맺고…SK에코플랜트, 상장 밀어붙이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플랜트’ 다시 품고, ‘MOU’ 맺고…SK에코플랜트, 상장 밀어붙이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0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도 IPO(기업공개)를 적극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선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잰걸음으로 보고 있다. 미룰수록 금융 부담이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엔지니어링(구 SK에코플랜트 플랜트사업부문)은 기존 최대주주인 에코에너지홀딩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 일부를 지난 4월 4일 상환 후 소각하면서 최대주주가 SK에코플랜트로 변경됐다고 지난달 6일 공시했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SK에코엔지니어링 지분은 49.9997%에서 52.6492%로 확대됐다.

이로써 SK에코엔지니어링은 SK에코플랜트에서 물적분할(2022년 2월 1일)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자회사 편입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의 품 안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어 SK에코엔지니어링은 에코에너지홀딩스 사람인 신상용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부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에서 해임됐고, 그 빈자리를 임재욱 SK에코플랜트 경영지원센터장이 채웠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증권가에선 SK에코플랜트의 SK에코엔지니어링 경영권 확보를 상장을 위한 몸값 띄우기 작업 중 하나로 읽고 있는 눈치다.

2021년 10월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부문(현 SK에코엔지니어링)은 물적분할을 공표했을 무렵 국내외 건설업계에서 플랜트 사업은 '미운 오리 새끼'로 통했다. 유가 하락으로 일감이 크게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공사 중단·발주처 공사비 미지급(미청구공사 등) 사태로 크고 작은 부실이 계속 발생해서다. 때문에 당시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 작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플랜트부문을 사전에 떼 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고물가·고금리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 플랜트 사업은 '백조'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SK에코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였다. 물적분할 전 SK에코플랜트 분할사업부문(현 SK에코엔지니어링)의 매출은 2020년 1조1544억 원, 2021년 1조7736억 원,  영업이익은 2020년 710억 원, 2021년 1084억 원으로 파악된다. 분할 후 SK에코엔지니어링은 2022년 매출 2조8945억 원, 영업이익 1562억 원을 올렸다. 사업결합 효과, 고환율에 따른 외환차익, SK케미칼(SK멀티유틸리티)·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온)·SK가스·SK실트론 등 그룹사 먹거리 확보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그리고 SK에코플랜트가 SK에코엔지니어링을 끌어안은 것이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솔루션 사업(플랜트·건축·주택·인프라) 영업이익 감소분(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563억 원 감소)을 만회하는 것 이상의 긍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택·인프라 사업보다 플랜트 사업이 향후 3~5년간 상대적 호황을 누릴 공산이 큰 데다,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에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모그룹 일감을 나눠 먹을 여지도 생겨서다. 증권가가 이번 자회사 편입을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전 기업가치 제고 작업의 일환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 SK에코플랜트 CI
 ⓒ 에스케이 에코플랜트 CI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증시 불안정성, 특히 건설주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는 실정임에도 몸값을 띄우기 위한 포석을 적극적으로 두고 있는 모양새다. 업무협약(MOU) 체결이 대표적이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내외 회사들과의 협약, 협력 계약, 공급 계약 등 체결은 해당 기업의 사업 확장을 기대케 하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호재로 분류되는 소식으로, IPO나 M&A를 도모하는 업체들이 이를 적극 활용한다. 단, IPO·M&A 성패 후 이 같은 계획에 실체가 없었음이 밝혀진 기업들이 종종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3월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시점을 전후로 여러 기관과 다양한 협약들을 맺었다. 대부분 환경·에너지 관련 업무협약이었다. SK에코플랜트 측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중 협약 체결 관련 자료 수는 2021년 약 20개에서 2022년 약 30개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CSCEC와 재생애너지 사업 공동개발'을 시작으로 '음식물폐기물 가스 화석연료 대체', '초순수 생산 기술 연구개발 투자', 'CJ대한통운과 폐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 '베트남에 소각로 운영 최적화 솔루션 수출' 등 지난 1~4월에만 15개 가량의 협약(사회공헌 관련 협약 등 포함)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SK에코플랜트의 한 직원은 "신사업과 관련해 체결할 만한 업무협약 거리를 만들라는 지시가 지난해부터 떨어졌다. 고과평가와 연계돼 있어서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요즘 들어선 아이디어를 억지로 짜내는 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구성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SK에코플랜트가 상장 준비차 채용을 진행할 때 입사했는데, 배정된 업무보다 업무협약 아이디어를 찾으라는 지시가 앞선 것처럼 보였다. 직전에 있던 업체가 자재 쪽이었는데, 거기랑 관련된 친환경 협약 거리 없냐고 압박을 받았다. 고과에 반영한다고 들어서 스트레스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금리를 꼽고 있다. 원활한 상장을 위해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행된 대규모 투자로 금융 부담이 불어나 상장을 지체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SK에코플랜트의 단기차입금(별도기준)은 2021년 말 5812억8077만 원에서 2022년 말 8895억9156만 원으로 53.04% 확대됐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사채 규모는 2조984억 원에서 2조5344억 원으로 20.77% 늘었다. 여기에 이자율도 뛰었다. SK에코플랜트의 단기차입금 연이자율은 2021년 최저 0.21%, 최고 3.42%에서 2022년 최저 1.95%, 최고 6.75%로 2배 이상 올랐다. 동기간 장기차입금의 연 금리도 0.72~3.94%에서 1.00~7.3%(리보 3개월물+2.0%)로 상승했고,  사채 이자율(사업보고서상)도 3.50%(제158회, 2019년 4월 발행)에서 7.23%(제173회, 2022년 11월 발행)로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표상 SK에코플랜트가 이자 지급 명목으로 쓴 비용은 2020년 529억7955만 원에서 2022년 1107억1934만 원으로 108.99% 증가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이며, 부채비율도 감소 추세인 상황"이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재무건전성 개선,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지금과 같은 악조건 아래에서도 상장을 서두른다면 그 배경은 오너일가 이슈(관련 기사: ‘상장 배수진’ SK에코플랜트, 몸값 계속 띄운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849)가 아니라 이자 비용일 것"이라며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 이대로 1~2년이 지나면 그동안 기업공개를 위해 진행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모두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내놓은 '제174-1,174-2,174-3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관련 보고서에서 "동사(SK에코플랜트)의 다각화 투자는 건설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사업과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연료전지 및 해상풍력 사업 등으로 분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이를 위한 일련의 자금 소요로 인해 차입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신용도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는 한편, 환경 등 신규사업의 중장기적인 이익 기여 확대를 통해 차입부담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다만, 주요 계획의 현실화 시기와 그 수준에 따라 가변적인 재무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 및 PF유동화 시장의 조달여건이 저하된 점은 차입 규모가 확대된 동사의 재무융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단기 자금 소요에 대응이 가능한 현금성자산 및 여신한도를 확보하고 있고, 회사채 등 만기가 분산돼 있어 자금시장 경색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자체 차입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분양경기 저하 및 금융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대금 회수 지연, 회사채 등 유동성 차입금의 차환 여부, 금융비용 상승 수준 등에 따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