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홈쇼핑사들이 쇼호스트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회사가 아닌 개인 차원의 제재가 있어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8일 방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쇼호스트 정윤정씨의 욕설을 내보낸 현대홈쇼핑 방송에 대해 '경고'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앞서 지난 1월 28일 정씨는 게스트로 출연한 현대홈쇼핑 생방송 중 판매 상품이 매진됐음에도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이라는 욕설을 한 바 있다.

또한 쇼호스트 유난희씨가 화장품 판매 중 고인이 된 연예인을 언급해 물의를 빚은 CJ온스타일에 대해선 '주의'를 의결했다. 지난 2월 4일 유씨는 CJ온스타일에서 화장품 판매 방송을 하던 중 "모 여자 개그맨이 생각났어요. 피부가 안 좋아서 꽤 고민이 많으셨던. 이걸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에 홈쇼핑사들이 받은 주의와 경고는 법정 제재로,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시 방송평가에 감점 사항이 된다. 양사는 문제를 일으킨 쇼호스트에 대해 자체적으로 '무기한 출연정지'를 결정했지만, 방심위의 제재는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자정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쇼호스트와 PD, MD 등 방송 인력을 대상으로 심의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정도 방송 위원회를 분기별로 정례화하고, 시청자위원회 자문 기능도 확대한다. 현대홈쇼핑은 방송평가위원회 역할을 대폭 확대했으며, 외부 전문가도 추가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막말은 쇼호스트가 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홈쇼핑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들린다.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비롯된 문제인 만큼, 논란을 일으킨 쇼호스트를 직접 제재해야 출연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고, 예방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쇼핑 쇼호스트와 판매 상품상품 관련 방송심의 신청 민원 건수는 2020년 402건, 2021년 167건, 2022년 158건으로 매년 늘었으나 제재를 받은 쇼호스트는 단 한 사람도 없다. 현행 방송법상 제재 대상은 쇼호스트가 아닌 방송사업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일부 쇼호스트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들은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은커녕 일명 '완판'에만 열을 올리며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방송의 신뢰성을 무기 삼아 막대한 수입을 쌓아 올리는 쇼호스트들의 일탈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방송 중 순식간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욕설이나 막말성 발언을 방송사업자가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쇼호스트를 계속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다시 쓴다면, 상품에 대해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건 홈쇼핑사가 책임을 질 부분이지만, 막말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분을 받는 건 비합리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회사가 아닌 개인 차원 제재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