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청년 자살률 증가세, ‘공감과 위로’로 다가가야 [일상스케치(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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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청년 자살률 증가세, ‘공감과 위로’로 다가가야 [일상스케치(80)]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5.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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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20대 사망원인 1위…자살
SNS 출시 뒤 10대 여성 우울증 상승
자퇴, 자해 검색량 늘 때 자살률 증가
청소년이 생명 동반자를 찾도록 도와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고해(苦海)'라 일컫는 힘겨운 인생에서, 나약하고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은 뿌리치기 어려운 온갖 부정적인 유혹을 받게 된다. 그중 가장 위험한 유혹은 자살이 아닐까.

산천은 푸르르고 어여쁜 꽃들이 만발하는 이 완연한 봄날. 한창 아름답게 꽃피울 청춘들의 암울한 소식이 계속되니 비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통 겨울철에 극단적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봄에 가장 많다고 한다.

9~24세 사망원인 중 자살 비율 50% 넘겨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률 또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률 또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청소년 자살률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22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10대 사망원인(32.7%) 1위, 20대 사망원인의 56.8%가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이다. 9~24세 사망원인 중 자살 비율은 2011년 33.7%에서 2020년 50%를 넘겼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10대 또한 2016년에는 2만 6000명 수준이었지만 2021년 5만 8000명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청소년 자살률 또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는 전체 인구의 자살률이 줄어드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이 장면을 SNS로 실시간 방송했고, 비슷한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연속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서울 내 자살 관련 112신고 건수가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비극은 왜 이리 반복될까. 흔히 입시 위주의 교육, 경쟁 사회, 저성장 사회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ㆍ중독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지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끝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퇴' 검색량 늘 때 청소년 자살 증가

한편, 청소년들의 '자퇴' 관련 인터넷 검색량이 늘어나면 자살 건수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들에 대한 자살 예방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 따르면, 최원석(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의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디지털 헬스케어·의료 정보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 4월 호에 게재됐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 '자퇴' 관련 검색량은 남녀를 불문하고 청소년의 자살과 연관성이 있었다. 검색량이 늘어난 뒤 만 1일이 지나지 않아 자살 사망이 늘어난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자해 관련 검색이 늘어나면 자살이 증가했지만, 성적 관련 검색이 증가하는 경우 오히려 자살이 줄었다.

최원석 교수는 "자퇴를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 대상 자살사고나 자살 가능성에 대한 사전 평가가 자살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우울, 외로움, 스마트폰·인터넷 중독 같은 문제가 늘어나니 청소년 정신건강에 더 주의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자살 예방의 날’ CG. ⓒ연합뉴스
‘자살 예방의 날’ CG. ⓒ연합뉴스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 촉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관된 청소년들의 자살 관련 소식이 이어지자, 대한 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을 내어 청소년 자살 예방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청소년 자살은 예방할 수 있고,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라며 "청소년의 마음과 자살 특성을 이해하고 특화된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먼저 공감과 위로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마음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고립된 청소년은 괴로움과 외로움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게 되고, 견디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자살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인터넷에서 자살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청소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공감과 위로"라며 "진실한 공감은 사람을 살린다. 청소년이 자살동반자가 아니라 생명 동반자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런 점에서 인지 행동학자들은 역사적으로 자살을 ‘도움의 호소(cry for help)’라 간주한 것을 ‘고통의 호소(cry for pain)’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살 행동은 뭔가를 전달하려는 경우가 많고,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에 의해 유발되므로 고통이 일차적이고 도움에 대한 호소는 이차적이라는 것이다.

자살은 자살한 본인은 물론, 남은 가족, 가까운 사람들, 우리 사회 모두에게 커다란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긴다. 현재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명을 지키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서 현실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은 가정과 학교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언론, 자살 보도에 경각심을

특히 학회는 자살 보도 자체가 타인의 자살을 흉내 내는 모방 자살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언론은 자살 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모방 자살을 부추기지 않도록 자극적인 자살 방법을 보도하지 말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인터넷상 자살 관련 정보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촉구했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별다른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않은 채 자살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경우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동반자 모집, 구체적인 자살 방법 제시, 자살 유도, 자살 도구 판매 등 자살 유발 정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자해 사진 및 동영상, 자살에 대한 막연한 감정 표현, 자살 미화, 자살 희화화 등 자살유해 정보의 유포와 확산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면서 "자살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규제하는 동시에, 상담과 치료로 연결하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경정신의학회는 "규제와 억제만으로는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소통하는 청소년의 특성을 이해한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미국, 호주, 일본 등은 청소년과 청년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채팅을 통한 자살예방 상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상담 등 온라인 자살예방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킬 수 있는 한 생명을 잃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국가적 노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전방위적인 자살예방이 시작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등 SNS의 영향

온라인에 폭증한 자살 유해 정보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이뤄지는 사실상의 자살 방조가 청소년을 자극하면서 극단적 선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0대 여성의 자살과 우울증이 2010년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이 출시된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인의 53%가 청소년 우울증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SNS를 지목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 등 17개국의 통계치를 분석한 결과 10~19세 여성의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이 2003년 3.0명에서 2020년 3.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소셜미디어가 자살 및 자해 증가의 유일한, 또는 주된 원인이라면 국가통계에서 그 영향에 대한 징후가 포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에게 미치는 SNS 영향력의 차이에 대해서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는 "스마트폰이 여자아이에게 특히 위험한 이유는 남자아이들은 우울감을 유발하는 소셜미디어보다 비디오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인 문제로 고착화된 가운데, ‘베르테르 효과’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 효과는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경우 감정이 전염돼 동조하거나 우울증이 악화하는 현상이다.

이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으로 타인의 비보가 전해지면서, SNS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에게 베르테르 효과가 빠르게 전파될 수도 있다. 더불어 이와 같은 사건 발생 전에도 청소년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질병관리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제18차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25.2%였던 청소년 우울감 경험률이 2021년에는 26.8%, 지난해는 28.7%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 기간과 겹치는데, 팬데믹 유행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SNS와 미디어 등을 접할 시간이 늘면서 우울감, 고립감, 박탈감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연예인 등 유명인의 행동을 동경하는 청소년에게서 모방 자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우울감과 같은 문제가 늘고 있는데, 위태로워 보이는 학생의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주위에서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사회에 대한 불신, 청년 우울감 높인다…신뢰 낮을수록 우울

게다가 사회에 대한 불신이 큰 청년일수록 우울감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 사회 연구'의 최근호에 실린 '사회 신뢰가 청년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청년층의 사회에 대한 신뢰와 우울감 사이에는 반비례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보사연의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 욕구 조사'(2019년 11월~2020년 1월)에 참여한 19~34세 청년 3천18명의 사회에 대한 신뢰와 우울감을 분석했다.

사회에 대한 신뢰 정도는 '귀하는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10점 만점 중 매긴 점수를 통해 파악했고, 우울감은 우울증 평가 도구(CES-D)를 통해 측정했다.

두 변수에 대한 상관관계를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사회에 대한 신뢰는 우울감과 부적 상관관계(반비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에 대한 신뢰가 증가할수록 우울이 감소했고, 사회에 대한 신뢰가 감소할수록 우울은 증가했다. 이런 상관관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했다.

논문을 통해 "청년기에 경험하는 우울은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는 적극적으로 청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우울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청년의 사회 신뢰를 증가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을 통해 청년의 정신건강을 도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살 방지 첫 걸음은?

절망적 현실 앞에 희망을 잃지 않고 의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상황을 반전 내지는 변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극단적인 방법 중 하나로 죽음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물며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은 더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자살로 내몰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의 어려움과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한 마디의 위로와 격려의 말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므로 어려움 속 주변 지인이나 친구 가족 들에  한 번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우울과 자살 충동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과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탄식은 예방 가능한 사건의 재발 후 통과의례인지. 극단적인 선택 같은 비극을 겪은 후, 이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비책을 세우는 국가가 선진국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나약함만 탓하기보다는 사회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실력과 기반을 갖춰야 한다. 이들이 보낸 마지막 신호를 놓치지 않고 진정성 있게 귀 기울이려는 자세가 자살 방지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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