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블랙머니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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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과 블랙머니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5.1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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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 ‘60억 코인투자’ 의혹 몸살
탈중앙화 익명성 보장에 범죄조직 악용
마약거래·랜섬웨어등 사이버 블랙머니化
제도적 장치 필요하지만 입법 한계 명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시스템의 탈중앙화를 선언하면서 나온 코인의 익명성 보장을 악용하는 블랙머니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오늘 이근

국내 정치권에서 코인(가상자산)이 뜨거운 정쟁의 대상으로 연일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북(對北) 코인 논란부터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코인이 비자금, 속칭 ‘검은 돈(블랙머니)’ 프레임에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코인은 블랙머니 논란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오늘 코너에서는 정쟁을 떠나 코인이 왜 블랙머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 그 태생적 한계부터 현재 국내 현황까지 되짚어봅니다.

코인은 기존 전통적인 중앙집권적(국가) 금융시스템에 반발해 탄생했죠. 이를 가능케 한 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코인인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정신을 강조했죠. 국가나 중앙은행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통한 개인간 연합 방식의 금융시스템이 언젠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사회적으로 대두된 시점부터 코인의 탈중앙화는 다른 쪽으로 악용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죠. 범죄 등과 연루된 블랙머니, 검은 돈 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범죄조직은 마약거래에 코인을 화폐로 악용하고 있죠. 실제로 호기심에 코인으로 마약을 구매했다가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가 왔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빈번해졌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상에서 관련한 변호사 상담을 요청하는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이버범죄조직은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인질로 삼는, 랜섬웨어 수법을 통해 코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범죄조직들이 코인을 요구하는 건 탈중앙화로 인해 수사당국이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입니다. 탈중앙화는 결국 분산을 의미합니다. 별도의 은행이나 중개자 없이 개인이 직접 은행의 역할을 하죠. ‘가상화폐 지갑’만 있다면 말이죠.

이 같은 분산 형태의 연결 방식은 거래자 간의 익명성을 보장합니다. 익명은 보장하되 기존 전통금융시스템에 비해 해킹 위험성을 낮춘 점은 분명 획기적이고 혁신적입니다. 그러나 블랙머니에 악용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자산 관련 입법과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이 코인발(發) 블랙머니와 연계될 경우 관련 법 제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더욱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법률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자산에 포함시키려는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음지의 코인을 양지로 끌어올려 관련 시장을 육성하는 한편, 부작용을 최소하기 위한 규제도 동시에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코인 과세법도 그 중 하나였죠.

코인으로 얻은 수익(소득)도 주식 투자 소득처럼 과세를 하겠다는 게 핵심이었죠. 해당 법안은 당초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2025년으로 유예됐습니다. 아직 금융자산으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과세부터 운운하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해당 과세 유예안에는 김 의원도 이름을 올렸죠.

네, 맞습니다. 이른바 ‘60억 코인’ 논란의 당사자인 바로 그 김 의원입니다. 김 의원은 코인 투자 과정에서 그 어떤 불법도 없었다면서 억울해하죠. 실제 불법 여부는 수사당국이 규명해야할 문제라고 치더라도, 김 의원 본인이 코인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과세 유예법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인이 블랙머리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규제 강화 입법도 그 중 하나로 거론되죠. 문제는 코인의 밑바탕이 된 블록체인 기술이 탈중앙화를 통한 익명성 보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입법에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해도 탈중앙화 방식 자체를 건들 수는 없죠. 

자동차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제조업체에게 차(車) 대신 자전거를 만들라고 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입법을 통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불법적 코인 범죄수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몰수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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