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대학생인턴 지원자에게 ‘사내 지인 확인 신고’ 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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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대학생인턴 지원자에게 ‘사내 지인 확인 신고’ 받는 까닭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1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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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면접관 참석 방지, 공정한 채용 위한 차원"
"현실성 떨어져, 불공정 채용 야기할 수 있는 부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비맥주 채용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쳐 ⓒ 시사오늘
오비맥주 채용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쳐 ⓒ 시사오늘

오비맥주(OB맥주)가 대학생 인턴, 정규직 전환형 인턴, 계약직 등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에게 사내 지인이 있는지 여부를 묻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정한 채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오비맥주의 설명이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오히려 불공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오비맥주는 'AB인베브 코리아 오비맥주 2023년 여름학기 현장실습 대학생 인턴 채용' 관련 원서를 자체 온라인 채용 시스템을 통해 오는 23일까지 접수받고 있다. 오비맥주의 현장실습 대학생 인턴 모집은 오비맥주와 현장실습 협약이 체결된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최종 선발된 인원은 오는 8월까지 오비맥주의 각 부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실습 지원비를 받고, 현장실습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장실습 경험자 중 오비맥주 정규직·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는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무형의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셈이다.

문제는 오비맥주가 지원 서류 내에 '회사 내 지인 확인 신고' 항목을 포함시켰다는 데에 있다. 오비맥주는 이 같은 사항이 있는 지원자들로 하여금 '지인 소속', '지인 성명', '지인과의 관계-가족·친척·지인' 등을 적도록 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회사 내 지인 확인 신고' 항목 아래에 "채용 과정에서 해당 직원 또는 관계자가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일을 방지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선발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추후 명시하지 않았던 관계가 밝혀질 경우 채용 절차가 공정하게 운영됐는지 감사를 진행하고, 부적절한 행동이 적발될 시 채용이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고자 사내 지인 유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종의 '채용 차별'로 분류하고 있는 입사지원서 항목이다. 또한 채용 과정에서 부당청탁,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불상사가 발생할 빌미를 제공할 공산이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권위는 '직장 내 가족·친척·지인', '추천인' 등 개인신상을 지원서에 기재토록 하는 걸 '차별적 항목'으로 판단하고 있다. 

본지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대학생 A씨는 "오비맥주에선 보다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도록 사내 지인 확인 신고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선 되레 불공정한 채용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느껴진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임원 등 직책이 높은 사람 중에 지인이 있다는 걸 인사 담당자가 확인하면 (그 지원자에게) 더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게 작용할 게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명시하지 않은 관계가 밝혀지면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알지 못했던 친척 등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회사에서 풀 문제들을 지원자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비맥주가 입사 지원자들에게 기재토록 한 '회사 내 지인 확인 신고' 항목. '지인 소속', '지인 성명', '지인과의 관계-가족·친척·지인' 등 내용을 지원 서류에 적도록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오비맥주가 입사 지원자들에게 기재토록 한 '회사 내 지인 확인 신고' 항목. '지인 소속', '지인 성명', '지인과의 관계-가족·친척·지인' 등 내용을 지원 서류에 적도록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오비맥주가 '회사 내 지인 확인 신고' 제도를 운영하는 건 현장실습 대학생 인턴뿐만이 아니었다. 본지가 오비맥주 온라인 채용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오비맥주 이천공장 환경보건안전팀 정규직 전환형 인턴', '단기계약직' 등 다른 채용 관련 지원서에도 사내 지인 유무 기재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정규직 전환형 인턴의 경우엔 불공정 의혹이 불거질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이밖에도 오비맥주는 입사 희망자들에게 '고등학교 검정고시', '대학교 편입 여부', '주간·야간' 등을 지원 서류 내 학력 사항에 적도록 했다. 구직자 인권이 침해될 공산이 크다는 측면에서 입사지원서, 이력서, 경력기술서 등에서 제외토록 인권위가 권고한 항목들이다. 인권위 측은 "학력 관련 정보 중 차별의 개연성이 있는 항목으로 본교·분교 여부, 소재지, 주간·야간 여부, 편입 여부 등이 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력·학벌 차별 사례의 주요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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