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시골 개울물 [이순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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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시골 개울물 [이순자의 하루]
  • 이순자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5.2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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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와 중타라지 잡던 개울물이 그립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내 고향은 경기도 양평군 산골 마을이다. 봄이 되면 진달래가 많이 피고 유난히 뒤 개울 위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흘렀다. 그 개울물에는 가재도 많고 갈색 비늘로 뒤덮인 잉어과의 버들치도 많았다.

우리 고장에서는 버들치인 그 물고기를 중타라지라고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12살쯤 되었을 때다. 나는 언니들을 따라 위 개울부터 뒤 개울까지 모조리 훑으면서 가재와 중타라지를 잡으며 하루를 보냈다.

초여름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딱 이맘때쯤이었다. 덮지도 춥지도 않았던 5월 중순쯤이라 나가 놀기 좋았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와 구멍난 얼기미체를 가지고서 언니와 나는 2인 1조로 움직였다. 언니가 큰 돌을 들추면 나는 갖고 있던 체를 받친 뒤 돌 밑에서 나오는 중타라지를 잡았다.

가재는 주로 개울 옆 자잘한 돌 밑에 작은 구멍을 파고는 그곳에서 살았다. 납작한 돌을 쳐들면 까만 가재가 웅크리고 있을 때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다.

물이 너무도 맑고 깨끗해서 그냥 손으로 떠서 마셔도 됐었다. 전혀 공해가 없는 맑은 물이었다. 온종일 신나게 가재와 중타라지를 잡으면 두 되짜리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로 거의 반이 넘게 찼다.

저녁때쯤 집에 가지고 가면 엄마는 그것들을 손질해 갓 올라온 풋마늘을 넣고 새빨간 고추장찌개를 끓였다. 그 맛이 어찌나 구수하고 맛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몇 년 전 고향 동네에 갔더니 온통 길은 콘크리트로 덮여있었다. 길 밑의 위 개울 뒤 개울은 메말라 쪼그라져서는 볼품이 없었다.

옛날의 아름답던 개울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맑은 물도, 이맘때쯤 가재와 중타라지 잡던 소년 소녀들도 사라지고 없다. 그때가 그립다. 그토록 맑은 물이 그립다.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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