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방 중소건설사들, 금융·먹거리 지원 이뤄져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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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 중소건설사들, 금융·먹거리 지원 이뤄져야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2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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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역 건설사 잔인한 봄…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금융시장 또한 얼어붙으면서 올해 4월까지 경북 56곳과 대구 22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4월 18일자 〈경북일보〉

"부동산 훈풍 언제쯤…부동산 시장의 한파를 견디지 못한 충청권 건설업체들이 줄줄히 폐업하고 있다. 올해 충청권에서 폐업한 건설업체만 30% 이상 증가한 반면, 등록 신고는 반토막으로 줄었다.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2023년 5월 14일자 〈대전일보〉

"올해 들어 울산에서만 총 30곳의 건설업체가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체 신규 등록은 감소한 반면 폐업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5월 10일자 〈경상일보〉

중소 규모 지방 건설업체들이 신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살펴보면 2023년 1~4월 폐업 신고한 전국 건설사(종합공사·전문공사) 1200여 곳 가운데 700여 곳이 지방에 소재를 둔 회사로 파악된다. 일부 업종 폐업 신고, 업종 전환 등록 등 허수를 제외한 통계를 봐도 비슷한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실질 폐업 건설사 수는 2022년 2분기 394개를 기점으로 3분기 402개, 4분기 535개, 올해 1분기 610개로 매분기 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제주, 세종, 울산, 부산, 전남, 경북, 충남 등 지방에서의 건설업체 실질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설업 관련 정책 발전, 부동산 경기 악화 속 자연스러운 '정리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전영준 건산연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어려운 시기임은 분명하지만 폐업 증가를 이유로 건설산업 위기론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며 "대표적 폐업 사유인 경영 위기에 따른 사업 포기 외에도 종합-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 페이퍼컴퍼니 상시 단속, 건설기술인 상시 보유 요건 미충족 등이 주된 폐업 원인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건설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5.4%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건설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 전반의 침체로 확대될 수 있기에 선제적 대응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방 건설업계 내에선 이와 전혀 다른 주장이 제기된다. 고금리에 따른 청약시장 침체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미분양 물량,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SOC 예산 집행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 속 발주자·원청사의 공사비 미조정 또는 후려치기 등 영향으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린 실정인데, 범정부 차원의 지원은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에 집중돼 있어 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전국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86.8로 전월 대비 5.3p 올랐는데, 강원과 경북, 전남 등 지방은 각각 14~20p 내렸다. 또한 경남(0.9p), 부산(4.4p), 울산(7.5p), 대전(9.4p), 제주(10.7p), 대구(11.0p), 충남(13.8p), 충북(17.3p), 광주(20.0p) 등 체감경기가 상승한 지방 지역도 그 상승폭이 서울(28.6p)에 크게 못 미쳤다. 또한 같은 기간 자금조달지수는 66.6에서 60.6으로 감소했다. 중소 건설사들의 핵심 먹거리인 주택사업이 지방에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여건까지 악화된 것이다. 대형·중견사들에 비해 자본력이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지방 중소 건설업체 입장에서 최악의 경영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택건설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보증 규모 확대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설산업 돈맥경화 완화 대책 효과가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닿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막대한 국민 혈세와 물적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형 사업장 위주로 지원을 펼치면서 중소 규모 사업장에 대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인데, 불공정거래가 만연한 국내 건설산업에선 택도 없는 기대로 여겨진다. 또한 증권·보험사들도 신용등급을 이유로 중소 건설사들에게 대형 업체보다 높은 금리·수수료를 매기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시장이든 밑바닥이 무너지면 아수라장이 된다. 건설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지역에 본거지를 둔 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을 위한 금융 지원책 마련에 서두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먹거리도 필요하다. 한미 기준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의 일감을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제공해서 '자연스러운 정리 수순' 범위 밖에 있는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건설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먹거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일례로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 도로 중 약 60%가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 도로로 분류된다. 여기에 광역시 도로 등을 더하면 지방 노후 도로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교량, 저수지 등 지방 노후 인프라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2023년 노후 기반시설 성능개선지원 시범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국비는 25억 원에 불과하다.

대형 건설사, 대규모 사업장만 '대마'(大馬)가 아니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도 그 지역 경제에선 대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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