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산업, ‘신구조화 시너지’ 속 고공행진…변수는? [박근홍의 人事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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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산업, ‘신구조화 시너지’ 속 고공행진…변수는? [박근홍의 人事萬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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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사람의 일이 곧 만 가지 일이다. 좋은 인재를 등용해서 그들에게 걸맞은 자리에 알맞게 배치해야 모든 일이 좋게 풀린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라도 직접 관리 가능한 범위에 한계가 있어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그들이 보유한 지식과 전문성, 경험에 걸맞은 위치에 앉혀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아무리 풍부한 자본과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회사여도 몇몇 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흔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기업의 인사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그 업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사항 중 하나로 분류되기도 한다. [人事萬事](인사만사) 코너에선 기업의 인사를 조명해 기업의 만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촌-조카간 경영권 분쟁 종식後 조직개편·인적쇄신


화성산업에서 삼촌인 이홍중 대표(왼쪽)와 조카인 이종원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오는 31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 결과가 화성산업 경영권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 시사오늘
지난해 화성산업에선 삼촌인 이홍중 대표(왼쪽)와 조카인 이종원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 같은 경영권 다툼이 종식된 이후 화성산업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시사오늘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 연매출 4000억 원 규모의 한 지방 중견건설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구 지역을 거점으로 둔 화성산업에서 조카와 삼촌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골육상쟁의 주인공은 이인중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종원 대표(조카), 이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홍중 대표(삼촌)였다. 당초 화성산업의 경영권은 이인중 명예회장에서 이종원 대표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홍중 대표가 자회사 화성개발이 보유한 화성산업 주식을 자신이 사실상 지배하는 동진건설로 넘겨 이종원 대표 측과 비슷한 규모의 우호지분(약 20%)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다(관련기사: [옛날신문 보기] 화성산업 경영권 분쟁, ‘과거’는 누구의 편인가).

업계에선 조카와 삼촌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양측의 우호지분이 비슷한 가운데 주총 의장 업무 수행할 수 있는 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전개됨은 물론, 서로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맞고소를 하는 등 난타전이 펼쳐진 만큼, 주총 이후에도 갈등이 지속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관측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 같은 전망은 말 그대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인중 명예회장과 이홍중 대표 형제가 우애를 지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주총 이틀 전 화성산업 측은 "양대 주주인 이인중·이홍중 형제가 화해하기로 했다. 이종원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하고, 이홍중 대표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된다. 화성개발·동진건설(이홍중 몫)을 계열 분리해 독자경영토록 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창업주인 故 이윤석 명예회장 아래에서 서로 도와가며 회사를 이끌던 화성산업 상부상조 형제경영이 아름답게 막을 내리고,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형제간 화해로 마무리된 이후 화성산업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기존 건축본부-토목본부 2본부 체제로 구성된 조직을 2실(전략실·대외협력실)·4본부(주택사업본부-수주영업본부-공사관리본부-경영지원본부)로 탈바꿈시켰다. 화성산업을 시공능력평가 42위 전국국 건설사로 키운 주택사업에 보다 집중해 서울·수도권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전략실과 대외협력실이라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신사업 역량·대관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심산으로 여겨졌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도 진행했다. 이홍중 사람으로 분류됐던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생 상무급 임원 5명이 모두 사임했고, 그 자리를 이인중·이종원 사람으로 평가되는 1960년 후반·1970년대 생 인원 6명이 채웠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신구 조화


지난해 화성산업은 황진수(1968년생, 최고안전책임자, 안전팀장), 김현오(1966년생, 공사관리본부장, 건축팀장), 최병일(1967년생, 주택사업본부장), 정종수(1964년생, 수주영업본부장, 건축영업팀장), 조래정(1975년생, 경영지원본부장, 법무팀장) 등을 상무(미등기)로 신규 선임했다. 황진수 상무는 인사총무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사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화성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현오, 정종수, 조래정 상무는 2008년 일제히 부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화성산업이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최병일 상무는 금융위기 후폭풍과 유럽 재정위기 속 화성산업이 주상복합 '대구 범어숲 화성파크드림S' 등을 공급할 당시 분양소장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신임 상무 중 가장 핵심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정필재 전략실장이다.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경북대 회계학과 출신인 정 실장은 2016년 기획조정팀 부장으로 승진해 당시 기획본부장을 역임하던 이종원 회장과 합을 마친 바 있다. 또한 이인중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화성장학문화재단에서 부장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중-이종원 부자의 측근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현재 정 실장은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대관 현장에도 종종 얼굴을 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화성산업은 현대건설에서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고, 현대엔지니어링 건축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현대맨인 최진엽 사장(1960년생)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해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아울러 대우건설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임기영 부사장(1966년생)을 경영관리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대형 건설사 출신 외부 인사들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한 것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어수선해진 사내 분위기를 국내 탑5 건설사 경영 전략 이식으로 환기시키는 동시에, 주택사업에 과도하게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플랜트, 토목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최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공동주택 현장은 물론, 국내외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서 소장을 맡았으며, 임 부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대우건설에서 토목기획팀장을 지내 토목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인사들을 지휘자로 앉히고, 3세 경영인과 함께 회사 성장을 이끌어 온 내부 인사들을 일선 현장 책임자로 임명한 셈이다.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신구 조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신구 조화 시너지 通했다…호실적 지속


ⓒ 화성산업 CI
ⓒ 화성산업 CI

화성산업의 이 같은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는 눈치다. 2022년 화성산업은 연결기준 매출 6457억674만 원, 영업이익 145억4507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영권 분쟁 속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 투입 증가(퇴직급여·접대비 등)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49.20% 감소했지만, 매출의 경우 건축부문(정비사업 등 용역) 현장에서 착공과 매출 인식이 이뤄지면서 52.93% 확대됐다. 특히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 작업이 마무리된 3분기부터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된 게 눈에 띈다. 화성산업은 그해 상반기까지 영업손실 -16억7774만 원을 기록했으나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4분기에만 매출 2103억6560만 원을 올렸다.

상승세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화성산업은 2023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214억9212억 원, 영업이익 120억8506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78.09%, 영업이익은 81.07%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수주 실적 3000억 원을 달성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에서 정종수 상무는 "올해 수주 실적 중 상당수가 대구, 경북을 벗어난 역외 사업이다. 앞으로도 역외시장 수주를 더욱 늘리겠다"고 내세웠다.

이종원 회장은 3세 경영 체제 개막을 알리면서 "원하는 싸움은 아니었지만 가족 간 다툼이 벌어졌기에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화성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치겠다"며 중기 경영 목표로 매출 1조 원을 제시한 바 있다. 현 실적 흐름이 계속된다면 단기간에 달성할 공산이 커 보인다. 사업 다각화 작업도 순항하는 눈치다. 이 회장은 올해 초 복수의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부에서 모신 최진엽 사장, 임기영 부사장의 해외사업 경험의 도움을 받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인프라 협력 대표단에 포함돼 인도네시아 출장에 나서기도 했다.

 

변수는?


변수는 악화일로인 건설업 경영환경이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업 돈맥경화 등 악재를 화성산업도 피할 순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 화성산업은 대구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타워크레인 농성을 벌이면서 자금난에 따른 부도설에 휘말린 바 있다. 화성산업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했으나 하청업체가 노동자 임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부도설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업계 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됐던 화성산업의 재무건전성이 최근 다소 흔들리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기준 화성산업의 부채비율은 140.50%로 전년 말 대비 31.48%p 악화됐다. '안정적 자금 운용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차입금을 기존 200억 원에서 1180억 원으로 6배 가까이 늘린 결과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매분기 마이너스(-)다. 현금·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2436억2952만 원에서 2023년 1분기 1240억3149만 원으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신구 조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이어질 지 여부도 변수로 여겨진다. 현재 화성산업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낮은 연봉과 높은 업무 강도, 고착화된 군대식 기업문화 등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건 직원들이라는 푸념도 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밑바닥 민심을 다스려야 만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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