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시 주민참여, ‘사후’ 아닌 ‘사전’ 과정 돼야”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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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시 주민참여, ‘사후’ 아닌 ‘사전’ 과정 돼야” [현장에서]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5.2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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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주민참여는 발전사업 허가 단계서 이뤄져…입지 선정부터 같이 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23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워크샵: 한국과 독일의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수민 수용성 제고’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23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워크샵: 한국과 독일의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수민 수용성 제고’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신설 및 운영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인허가 과정 전 입지선정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주민참여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23일 서울시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는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 등이 주최한 ‘워크샵: 한국과 독일의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 수용성 제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연단에 오른 조공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용성을 확보하자고 얘기하면 홍보, 안내를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의견을 사전에 듣고, 정보를 공유하고, 계획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게 수용성 확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차례로 △입지검토 △풍황자원 조사 △환경입지 조사 △사업 타당성 검토 △발전사업허가 △계통연계 신청 △발전단지 설계 △개발행위허가 △주민보상협의 등을 거쳐 건설 및 운전에 돌입한다.

이중 주민참여 절차가 처음으로 적시되는 것은 1번째, 입지검토 단계다. 다만, 공람, 설명회, 주민요청 시 공청회 등 주민참여 ‘의무’는 4번째 발전사업 허가 단계에 이르러서야 제시된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도 이를 문제점으로 짚어냈다. 그간 입지검토 단계에서 주민참여가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었고, 현행 발전사업에선 주민참여 절차가 ‘사후적’ 수준에 그친다고 부연한 것. 즉, 사업 계획이 결정된 이후에 주민참여 절차를 진행하는 셈이어서, 의견 수렴이 아닌 설득 절차란 지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행은 주민참여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의무화하는데 이렇게 입지와 예산이 결정되고 나서, 설명회, 공청회 등이 이뤄지면 주민의견이 나오더라도 입지와 예산, 사업규모는 바꿀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참여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이 단순 설명회나 공청회를 앞서 연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워크숍’ 등 상호 의견 교환이 가능한 형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민들과 함께한 입지 선정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민들과 함께한 입지 선정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민들과 함께한 입지 선정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어민 분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그 입지는 황금어장’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어민 분들에게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스티커로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모든 곳을 반대하실 거라고 생각해 반신반의했는데, 파란색 부분(사업 가능하다고 응답한 지역)과 빨간색 부분(불가능 지역)이 나뉘더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더 나아가 ‘사업을 할지 말지’를 포함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제언도 더했다.

그는 “2018년도에 발전소 신설 반대하는 어촌계장님들을 모시고 작은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했다. 논의된 계획안은 사업자 대안, 어민 의견 수렴 대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러분이 사업을 절대 반대한다면 사업을 안 하겠다’는 노 액션(No Action) 대안 세 개였다”며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 상당수가 수정 계획안이라면 해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을 기존 사업 인허가에서 갈등관리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타당성 평가 등을 주민 참여와 정보 공개를 통해 오픈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해상풍력 특별법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 수준에서 해상풍력입지정보망을 구축 및 운영하고 △이를 통해 예비지구를 결정 △예비지구 지자체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사업 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밖에, 이날 현장에서는 ‘주민 투자’를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주민참여사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인근 주민이 일정 비율 이상 투자 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추가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한 수익을 주민 간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올해 발전원별 가중치 차이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육상풍력 대비 50%의 REC 가중치를 더 받게 됐다.

해당 제도를 바탕으로 주민 참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한 사업에서 100% 주민동의를 받는 데 26개월이 걸렸던 적이 있다. 이후 2년 정도 수익이 꾸준히 나왔고, 그동안 주민들 사이에서 풍력사업의 한계, 장점, 안정성이 바이럴되더라. 2단계 사업 때는 100% 동의까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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