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지방도시 경쟁력 높이려면 지방분권 강화해야”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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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지방도시 경쟁력 높이려면 지방분권 강화해야” [북악포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5.24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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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2) 이동환 고양특례시장(국민의힘)
“K-컬쳐·마이스산업 인프라 탄탄한 고양시,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것”
“지방자치단체 여건 열악…각 지역 특색 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5월 2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이동환 경기도 고양특례시장. ⓒ시사오늘
5월 2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이동환 경기도 고양특례시장. ⓒ시사오늘

대한민국이 소멸하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2022년, 우리나라에선 37만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출생자는 25만 명에 불과했다. 2020년 시작된 인구 자연감소세가 3년째 이어진 것이다. 심지어 그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엔 3만2600명이 감소했지만, 2021년엔 5만7100명, 지난해엔 12만3800명이 줄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750년에는 세계지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들린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존속 자체를 위협받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수도권 집중화’를 빼놓을 수 없다.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 소멸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방 발전’이다. 그렇다면 지방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사오늘>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5월 2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이동환 경기도 고양특례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고양시 발전 기대”


이동환 시장은 가장 먼저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지역 특성을 살려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도시 모델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주변에는 실리콘밸리가 조성됐습니다. 대학이 있고, 그 대학을 토대로 R&D 센터가 만들어지고, R&D 센터를 기반으로 벤처 기업이 활성화되면서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거죠.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이즈만 연구소에는 아카데미가 굉장히 발달돼 있어요. 아카데미에는 학부는 없고 석·박사 과정만 있는데요. 거기서 연구한 게 어느 이상 수준이 되면 벤처 기업이 창업되는 구조죠. 심지어 바이오 하우스에는 아예 실험실까지 다 구축돼 있습니다. 거기서 만들어진 물질이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바로 창업을 하는 게 가능합니다.

또 아랍에미레이트에는 프리존이라는 구역이 있어요. 일종의 경제자유무역구역인데요. 거기도 기업 천여 개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 옆에는 헬스케어시티가 따로 만들어져 있고요. 마스다르 시티라는 데도 아마 들어보셨을 텐데, 여기는 인위적으로 만든 친환경 도시입니다. 지역 특성을 살려서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도시들이죠.”

해외 도시들을 언급한 이 시장은, 곧이어 고양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고양시의 가장 큰 특징은 베드타운이라는 거예요. 오랫동안 계속 주택 공급을 하다 보니까 고양시는 베드타운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죠. 하지만 베드타운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고양시의 도시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제안했습니다. 규제로 인해 기업 유치가 어렵고,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고양시가 유일하게 노릴 수 있는 게 경제자유구역이거든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국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토지 확보도 용이하고, 법인세도 어느 정도 감면이 가능하고, 금융 지원도 할 수 있거든요. 또 외국 대학을 유치하기도 유리하게 돼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면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국내 기업들도 들어올 테고요. 실리콘밸리나 와이즈만 연구소, 아랍에미레이트 프리존처럼 일단 하나가 들어서면 그걸 발판삼아 다른 하나가 들어오고, 그런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도시 경쟁력이 강화되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고양시가 경쟁력을 가진 또 다른 분야들도 언급했다.

“고양시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문화입니다. 흔히 K-컬쳐라고 하는 건데요. 지금 고양시에는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만2000여 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최대 규모 공연장이 될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람누리라는 공연장도 있죠. 음향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흔히 예술의전당을 우리나라 최고 공연장이라고 하는데요. 음향 면에서는 예술의전당보다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울림누리라는 공연장도 있고요. K-컬쳐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거죠.

마이스(MICE) 산업도 괜찮습니다. 킨텍스 제3전시장이 만들어지면 전 세계에서 25~30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게 되고요. 바이오 의료 분야와 AI, 드론, 로봇과 같은 분야들까지 담아내면 고양시는 얼마든지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특성 살릴 수 있는 지방자치 이뤄져야”


이 시장은 미흡한 지방 분권이 지방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시사오늘
이 시장은 미흡한 지방 분권이 지방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시사오늘

그러나 이 시장은 미흡한 지방 분권이 지방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제가 지방자치단체장을 해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제한적입니다. 고양시는 지난해 2월에 특례시로 승격했는데요. 특례시가 된 뒤에 지방자치법을 뒤져봤더니, 권한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례시로 규정한다’는 한마디가 전부예요.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지만, 실현된 건 거의 없습니다. 재정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중앙정부가 80%를 차지해요.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예산은 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업무는 60%가 지방자치단체에 몰려 있는데, 예산은 20%밖에 안 되는 겁니다.

또 하나는 행정적 한계입니다. 중앙정부와의 분업을 통해서 행정 효율성을 향상해야 하는데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추세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앙정부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괄적으로 규제를 가하다 보니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어려운 구조예요. 많은 분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과대평가합니다. 여건에 맞춰서 예산을 확보하면 쉽게 도로를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전부 다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발전이 어려운 거죠.”

이어서 그는 고양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시입니다. 고양시는 서울 바로 옆에 있죠. 지리적 여건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런데 규제가 엄청나게 심합니다. 과밀억제권역이다 보니 기업 하나 유치하기도 힘들어요. 취득세 하나만 해도 세 배 정도가 중과됩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면허세도 세 배 정도 높게 적용되고요. 그러다 보니까 고양시에는 큰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수원이나 용인, 창원 같은 도시에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 10개, 20개씩 있어요. 코스닥 상장 기업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고요. 그런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고양시는 너무 열악한 상황입니다. 모든 지역에 일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 거죠.

여러분 혹시 <뉴스위크>에서 발표하는 ‘세계의 역동하는 10대 도시’라는 걸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006년에 발표한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시가 그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고양시는 경쟁력이 풍부하고 잠재력도 있어요. 그럼에도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입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래 있던 기업들이 그만두고 나갑니다. 실제로 파주나 김포로 많이 옮겼어요. 지금은 나가려고 하는 기업들을 제가 붙들어두고 있는데요. 이렇게 기업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게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방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1995년에 본격적으로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는데요. 거의 3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은 너무 열악합니다. 역할을 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나마 시군 단위는 조금이나마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구청은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서울의 구청장들은 가로수 하나조차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죠.

요즘 지방은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울산광역시는 110만 명을 약간 넘고, 창원시는 103만 명(2023년 4월 기준 101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3만 명이 더 줄면 특례시에서 탈락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서 각 지역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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