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상징 김환기, 40년 추상을 만난다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국 현대미술의 상징 김환기, 40년 추상을 만난다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 이화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9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환기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이자 상징 같은 존재
호암미술관서 9월 10일까지, 점으로 수렴된 40년의 추상
리움·호암,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 통합 운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이화순 칼럼니스트)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시가 오는 9월 10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2층 전시실 전경. ⓒ 사진 제공 = 환기재단·환기미술관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시가 오는 9월 10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2층 전시실 전경. ⓒ 사진 제공 = 환기재단·환기미술관

20세기 한국 미술사에 ‘추상’이라는 새 장(場)을 연 김환기(1913~1974). 탄생 110년, 타계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김환기는 여전히 한국 미술계의 최고 스타다.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인 약 132억 원(8800만 홍콩 달러)에 낙찰된 ‘우주’(Universe 5-IV-71 #200)를 비롯해, 수많은 미술품 경매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생전의 그는 3000여 점의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김환기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김환기(1913~1974)의 예술세계 전반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있다.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김환기 회고전이다. 

고미술 전시관을 재개관한 호암미술관은 1년 반의 리노베이션 끝에 5월 18일부터 9월 10일까지 김환기의 예술세계 전반을 다시 살펴보는 대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a dot a sky_kim whanki>를 열었다. 김환기의 수작 약 120점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블루칩 작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는 미술시장에서 최고가를 형성하는 한국작가다. 작지만 아름다운 섬 신안 안좌면(옛 지명 기좌면) 읍동리 출신인 김환기는 천상 화가가 되려 했던지 어머니가 낳을 때 무지개 빛깔로 물든 커다란 깃발들이 펄럭이며 하늘에서 마당으로 내려오는 꿈을 꾸었다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행복을 그림에 담고자 했던 그는, 너무나 화가가 되고 싶었다. 섬 유지였던 아버지 덕에 몰래 밀항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김환기는 일본대학에서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 구축주의 등 당시의 전위미술인 추상미술사조를 익히면서 ‘진짜 추상화가’가 될 꿈을 꾸었다. 1937년 귀국하고선 한국 최초의 추상화가가 됐다.

1930년대 후반 김환기는 김용준·이태준·최순우 등과 교류하며 전통미술에 대한 식견과 사랑을 키운다. 자연과 전통의 현대적 표현을 목표로 평생을 추상에 매진하게 된다. 1940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아방가르드 연구소를 조직하는 한편 이과회(二科會)와 자유전(自由展) 등에 출품, 신미술(新美術:아르누보) 운동에 참여했다. 8 ·15광복 후에는 신사실파(新寫實派)를 조직, 모더니즘 운동을 전개했다.

김환기는 1946~1949년 사이 서울대학 미술대 교수를 역임하고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됐다. 한국미술의 국제적 성장 가능성을 믿었던 그는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한 채 43세이던 1956년 파리로 건너간다. 얼마나 성실히 그림을 그렸던지 3년간의 파리 생활 동안 파리 엠베지트 화랑을 비롯, 파리·니스·브뤼셀 등에서 5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1959년 귀국해 홍익대 교수·초대 예술원 회원·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국에 온 후 파리로 가기 전보다 우리 것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꿈을 담은 우리의 산과 하늘, 구름과 달, 항아리 등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1963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한 그는 명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다 1974년 사망했다. 

둥근 달과 구름, 달항아리 그리고 점화

이번 회고전 제목인 ‘한 점 하늘’은 이러한 김환기의 40년 예술 세계의 특징을 담고 있다. 달을 바라보며 달항아리를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고국과 친구를 그리워하던 그에게 하늘은 예술의 큰 원천인 동시에 자연과 삶, 세상을 함축하는 개념이기도 했다.

1,2층 전시실 전관에서 약 12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김환기가 한국적 추상에 대한 개념과 형식을 구축한 후 치열한 조형실험을 거쳐 점화에 이르는 과정의 변화와 연속성을 주지하며 살펴본다.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여러 초기작과 미공개작,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스케치북과 드로잉을 최초로 선보인다. 유족의 협조로 김환기의 유품과 편지, 청년시절의 사진, 낡은 스크랩북 등도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이 자료들은 작가의 회고전을 더욱 의미있고 풍성하게 해주며 이후 작가 연구를 위한 귀중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1부 달/항아리

2층 전시실에 위치한 전시 1부는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작업을 소개한다. 작가는 이 시기에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동일시하며 작업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켜 갔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모티프가 그림의 주요 주제로 자리잡으며 그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론도’(1938)는 물론, 김환기 특유의 한국적 추상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달과 나무’(1948), 도자기가 빼곡한 성북동집 작업실 나무선반을 연상시키는 ‘항아리’(1956), 시간을 초월한 자연과 예술의 영원성을 표현한 ‘영원의 노래’(1957), 전통미술양식과 점화의 씨앗이 함께 공존하는 ‘여름달밤’(1961) 등이 전시되며, 다수의 초기 작업들이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   

특히 작가의 유일한 벽화대작 ‘여인들과 항아리’(1960)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발견된 작가 수첩을 통해 제작연도가 1960년으로 확인됐다.

2부 거대한 작은 점 

김환기 화백의 ‘하늘과 땅 24-Ⅸ-73 #320’ ⓒ 사진 제공 = 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 화백의 ‘하늘과 땅 24-Ⅸ-73 #320’ ⓒ 사진 제공 = 환기재단·환기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2부는 김환기가 뉴욕 이주 이후 변화를 시도하며 한국적이면서 국제무대에서 통할 새로운 추상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뉴욕 시기 초기까지 이어지던 풍경의 요소를 점과 선으로 흡수해 추상성을 높이고 다채로운 점, 선, 면의 구성으로 수많은 작업을 시도한 끝에 점화에 확신을 얻고 1969년과 1970년 사이에 전면점화의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달과 산 등 풍경요소들이 선과 점, 색면으로 대체되는 <북서풍 30-Ⅷ-65>(1965), 김환기의 점화를 처음으로 알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166>(1970), ‘우주’라는 별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5-IV-71 #200>(1971), 동양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하늘과 땅24-Ⅸ-73 #320>(1973)등이 함께 전시됐다. 작고 한달 전 죽음을 예감하듯 그린 검은 점화 <17-VI-74 #337>(1974)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다양한 초기작과 미공개작, 작가의 유품

이번 회고전에는 그간 전시를 통해 보기 어려웠던 여러 초기작뿐 아니라  최초로 공개되는 1950년대 스케치북과 70년대 점화 등이 소장가들의 협조로 선보이게 되었다. 또한 작가의 유족이 수십 년 간 간직해온 김환기의 유품과 자료의 일부가 전시를 계기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스물네살 청년 김환기의 사진, 작가가 애장한 도자기와 선반, 삽화와 기고문이 꼼꼼히 정리된 스크랩북, 파리 개인전의 방명록, 문화예술인 160명이 이름을 올린 1974년 추도식 팸플릿 등 흥미로운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앞으로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서 전시 및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기획, 운영할 계획”이라며 “김환기 회고전을 필두로 호암미술관은 고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전 및 소장품특별전 등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화순 칼럼니스트는…

에이앤씨미디어 대표이자 아트&미디어연구소 소장, 현대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홍보위원을 역임했다. 

안산문화재단 이사, 서초문화재단 비상임이사, 음성품바축제 연구위원, 서울교통공사 문화예술철도 자문위원, 서울울트라랠리 기획·자문·홍보위원을 지냈다. 

예술경영 석사, 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문화경제팀 팀장, 시사뉴스 문화 경제 국장·칼럼니스트, 아트플래너, 아트컬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로도 활약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