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31일 국회에 ‘선전포고’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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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31일 국회에 ‘선전포고’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5.28 14:0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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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특권 내려놔라!”
“국민대표가 아니라 상전들이냐”
“국회 인간띠로 에워싸고 압박”
“특권 없어지면 타분야도 정상화의 길로”
"국회 정상화, '시민혁명'에 기대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정당국고보조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당국고보조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3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이 볼 만할 것 같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에게 특권을 내려놓으라며 오후 2시부터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국회 포위 인간띠 국민행동’ 집회를 가져서다. 당초 계획은 국회의사당 담장 2.5km를 인간띠로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건 아직 허가받지 못했단다. 어쨌든 국회의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는 와중에 ‘시민 결사대’가 여의도로 쳐들어가는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폐지 요구사항

지난달 출범한 ‘국회의원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이 행사를 주도한다. 이 단체는 재야인사 장기표 씨가 중심이 돼 결성했다. 앞서 서울과 광주, 전남·북 등 각 지방을 돌며 집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31일 국회 앞에 가서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 사례를 다음과 같이 꼽는다. 200여 가지 특혜 중 우선 △1억3000만 원의 세비 △7명 보좌관 연봉 총액 5억2000만 원 △연간 특별활동비 564만 원 △간식비 600만 원 △해외시찰비 2000만 원 △차량 관련 지원비 1740만 원 △택시비 1000만 원 △야간 특근비 770만 원 △문자 발송료 700만 원 등 국회의원 1인당 연간 7억700만 원이 들어간다는 것.

또 ‘시대착오적인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유언비어성 폭로로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범죄자를 보호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국회의원의 특권과 특혜 폐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국회의원의 월급을 근로자 평균임금(2022년 387만 원)으로 하고, 일체의 수당을 없애며,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국회사무처에 신청해 사용토록 한다. 

둘째, 보좌관은 2명만 둔다. 

셋째,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헌법개정으로 폐지하되, 그 이전에는 국회의 결의로 행사할 수 없게 한다. 

넷째, 선거는 완전한 공영제로 하면서 선거를 위한 후원금 모금과 선거비용 환급을 없애고,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급도 없앤다.

다섯째, 국민 소환제를 도입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는 지역 유권자의 투표로 해임한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가 국회 동의를 얻거나 관련법 절차의 진행을 통해 실현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단체는 지난달 말을 기한으로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관련 질의서를 보냈으나 단 한 명만 동의한다고 답변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의원들이 콧방귀도 안 뀐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대적인 시민운동으로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31일의 시위 인원은 일단 3000명으로 시작해 시민 호응을 끌어내며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를 위해 본부 직원들이 매주 토요일 광화문, 용산, 삼각지 등에 나가 시민 서명도 받는다. 장기표 대표는 “국회가 이를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전국민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60년, 시민들은 경무대(청와대 전신)로 진격, 독재정권의 종말을 끌어냈다. 1987년에는 군사정권의 장충체육관 선거를 끝장냈다. 이제 시민들은 상습화, 고질화한 국회의 권력을 끝장낼 차례라고 생각한다. 하긴 시민의 힘 아니면 어느 세력이 이 막강한 국회, 국회의원들의 사유화한 권력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국회로 옮겨간 지는 오래됐다. 지난 몇 년 간의 국정 일기를 읽어보면 이내 알 일이다. 

당연히 국회 해산의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겠다. 그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라도 해보면 압도적으로 해산에 찬성표가 나오리라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위적인 국회 해산은 불가능하게 돼 있다. 우리 역사에서 국회가 해산된 적은 세 번 있었다. 1961년 5·16 쿠데타, 1972년 10월 유신, 1980년 신군부의 헌법 개정. 세 번 모두 군부와 독재정권의 반민주적인 국회 해산의 역사였다. 

그런 반민주적인 국회 해산의 역사 때문에 1987년 제9차 개헌을 하면서 행정부의 의회해산권을 명시한 조항이 삭제됐다. 따라서 현행 헌법에는 누구도 의회를 해산할 수 없게 돼 있다. 독재자가 제 필요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던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거나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지 않고 끼리끼리 담합해서 못 된 일을 벌일 때도 견제할 방법이 전혀 없게 됐다. 

다만 모든 국회의원이 사퇴해 국회가 공석이 되거나 개헌 과정을 통해 국회가 자진해산할 경우가 있겠는데, 그건 그야말로 100% 불가능한 일!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모두 말 그대로의 선량(選良)이 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국회를 개량시킬 방법은 결국 시민의 힘에 기댈 수밖에, 시민 혁명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국회가 이렇게까지 타락하기 전에, 시민들은 진작에 국회를 견제하기 위한 시민의 힘을 조직화했어야 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은 채 절대권력자로 등극한 국회의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소홀히 해왔다. 여전히 대통령만이 절대권력자 근처의 자리라고 착각한 채 국회의원들의 타락을 방임해 왔다. 국회의원 타락에 시민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젠 시민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제자리로 되돌려놔야 한다. 그래서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이 운동본부의 활동을 우리도 지지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도 정치권에만 가면 망가진다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치권이 매우 ‘좋은 직업’이라고 보고 뛰어드는 사람들. 전자는 빠른 시일 안에 이루기는 힘든 일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예외), 후자는 선거만 잘 치르면 이룰 수 있기에 각 분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잇따라 정치권에 뛰어든다. 우리 사회의 상위권이라고 하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인재가 정계로 몰리는 이유다. 

개중에는 정치인으로서의 순수한 목표를 가진 사람도 있으나 정치권에 들어선 뒤 나쁜 분위기에 휩쓸리며 당초의 순수함을 잃게 마련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당초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 이는, 필자의 관찰로는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국회의원이 특권을 휘두르고 특혜를 누리는 일에 탐닉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힘겹더라도 ‘시민혁명’을 해야 하는 이유 

국회의원의 특권과 특혜를 대폭 내려놓게 하면 각 분야의 인재들이 기를 쓰고 정계로 몰릴 이유도 상당 부분 없어지게 된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주변 직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운동본부가 정치개혁을 위한 첫발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정치 개혁과 함께 타 분야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구 어느 나라처럼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고, 월급도 조금만 받으며, 봉사하는 자세로 의원을 하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지금처럼 선망의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의회민주주의가 미국, 영국 등의 경우처럼 어느 정도 정착될 때까지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의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뒤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그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그 일을 국회 스스로에게 맡기거나 정부에 맡겨봐야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정치개혁을 위해 그리고 국가의 정상화를 위해, 다소 거친 방식이긴 하지만 시민혁명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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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elle 2023-05-29 09:48:25
시의적절한 이벤트 입니다. 꼭 참석하겠습니다.

돌멩이 2023-05-28 16:04:45
특권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김남국이 아직도 국민의 혈세로 돌아다니며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Windragon 2023-05-28 16:02:00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하는데ㆍ기필코 승리 할것입니다ㆍ특권폐지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ㆍ

안단테 2023-05-28 16:01:51
그렇다. 3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볼 만할 것이다. 더 이상 타락할 곳도 없는 국회는 그들이 가진 특권을 내려 놓게 될 것이다. 그 앞에 장기표 선생이 섰기에 국회의원들도 두려울 것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