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와 안철수 현상③> 그들이 전한 피 같은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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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와 안철수 현상③> 그들이 전한 피 같은 얘기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1.24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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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소장파를 위해 물었다
어제의 소장파 정병국 김영춘 김동철
오늘의 소장파 김희정 황영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안철수 현상으로 알 수 있었듯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소장파 역할론에 대한 기대 또한 새롭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그간 정치권 안에서 혁신을 부르짖던 이들은 금배지를 단지 얼마 안 된 혈기왕성한 정치신입생 혹은 재선 의원들로 이뤄진 소장파들이었다. 이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언정 정치개혁을 부르짖어왔다. 마치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청년 학생들이 기성제도권을 향해 돌 직구로 몸을 던진 것처럼 소장파 의원들 역시 비록 절망감을 맛볼지언정 기득권 정치에 맞서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23일 돌연 사퇴하며 새정치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것처럼 소장파 역시 정치개혁 깃발을 꽂는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에 ‘내일의 소장파’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이를 위한 조언으로 ‘어제의 소장파‘와 ‘오늘의 소장파’ 얘기를 들어봤다. 질문은 3가지에 초점을 뒀다. △정치개혁을 외쳤지만 왜 실패했는가, △소장파가 주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이다. <편집자 주>

◇ 어제의 소장파 - 한결같이 불사의 각오 피력

ⓒ뉴시스.
미래연대·새정치수요모임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 “정치개혁 외치는 우리가 주도자 돼야”

-소장파가 정치판을 주도하면서 정권창출 주역이 되는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한다면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과정상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내 소수파고, 주류가 안 되니까 실패했다고 규정하나본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가 국회에 들어와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를 만들고 여러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다보니까 소장파라는 닉네임이 붙게 된 거다. 또한 17대 때는 새정치 수요모임으로 연결이 됐고, 그 과정에서 정치개혁 입법이라는 소위 말하는 ‘오세훈 법’을 만들어낸 거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초재선때 여러 개혁입법을 완성했다.

- 지금은 공천권에 억눌려 있다.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의원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때문에 과거의 소장파 출신들이 줄기차게 정치 쇄신을 요구하는 핵심이 바로 공천제도 개혁인 거다. '공천권을 내놔야 한다, 상향식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거다. 이 모두가 지도부가 자기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아 생긴 문제다. 그럼에도 저희는 초선 재선 때 불사할 각오로 임했다. 이런 게 관철되지 않으면 정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장파라면 불사할 각오는 해야 한다는 거다. (사이) 저희들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개혁을 외치는 우리들이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당권에 도전하든 대권에 도전하든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본다. 그 역량을 우리가 키워야 하는 거지, 언제까지 우리가 소장파로 분류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이제 그런 시점이 온 거다.

- 저는 ‘정치의 복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치판에 정치가 없다. 국민은 정치하라고 했는데 정치는 하지 않고 맨 날 싸움질만 한다. 그러니까 국민이 싫어하는 거고 그런 사람들한테 왜 특권을 줘야 하느냐 요구하는 거다. 뻑 하면 몸싸움하고 그게 안 되면 법으로 가니까 정치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법으로 안 되니까 정치가 있는 거 아닌가. 의견이 틀리면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라고 있는 건데 정치 스스로 제 역할을 못하게 된 거다. 저는 국민이 정치판을 비판하고 욕을 하고 불신을 하는 요인은 거기에 있다고 본다.

독수리5형제 민주통합당 김영춘 전 의원
“자성의 목소리 필요” “기성주류만 좇으면 영원히 주류 못 돼”

- 왜 소장파들이 정당을 확 바꿔내며 정치주인공으로 올라설 수 없었나. 왜 찻잔 속 태풍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나. 이는 새로운 시대 물결을 온몸으로 선도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정신이 부족한 거다. 역으로 말하면 기성정치 벽이 너무 높고 단단해 힘에 부치는 거다. 이를 뚫고 넘으려면 국민의 힘을 믿고 올곧게 지속적으로 바꿔내고자 하는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조금 도전하다가 안 되면 포기해버리는 식의 일회적인 도전으로는 어림없다. 그런데 이제껏 많은 소장파들이 조금 도전하다가는 포기했고, 기성정치를 따라갔다. 스스로 기성정치 논리에 구속돼버린 측면이 컸다. 결국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시스.
- 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느끼지, 이들이 ‘국민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치가 ‘나’를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 정치가 불만의 대상이 되는 결정적 이유라고 본다. 국민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결국 정치인 책임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을 다 대변해 줄 것처럼 약속을 한다. 이거야말로 대중영합주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익 대표의 정치, 자기가 대변할 집단과 계층을 명확히 세우고 밝히는 정치, 여기서부터 정치가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본다.

- 기성주류의 뒤만 좇아다니면 영원히 주류가 될 수가 없다. 기존 주류와 정면승부하고 정당의 기본 틀과 문화를 바꿔내는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때까지 필사의 각오로 당내 개혁을 주도해야 주류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정당의 아류 내지 꼬마밖에 안 되는 거다. 결과적으로 소장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은 십자가를 그대로 감당하고 짊어지려는 자기희생, 그런 진정성 있는 자세가 먼저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요즘 당내 소장파들은 서민 삶과 괴리되었던 열린우리당 때와 달리 자기의 역할을 잘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시대인식을 좀 더 잘 인식하고 자기헌신의 과정에 좀 더 의미를 둔다고나 할까. 과거의 소장파 출신이었던 저 또한 지난 4·11총선 때 기존의 지역구를 떠나 여당 텃밭인 부산진구갑에 출마했다. 저뿐만 아니라 당내 많은 분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에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 개혁파로 돌아온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
“색안경 끼는 관행 타파해야” “국민의 힘을 모아야”

- 기득권 벽은 높고, 안주하는 사람들은 많다. 정치개혁을 외치면 오히려 이단으로 취급받는다. 그렇다고 국민이 알아주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정치개혁에 대한 어떤 열망이 그만큼 압도적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국민이 기득권 벽에 기대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개혁적인 사람들을 압도적으로 밀어줘 그런 사람들이 대세가 되고 주류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 모든 것을 다 버릴 각오로 더 치열하고 용기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을 개선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무슨 말을 했는데 전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전혀 다른 의도로 왜곡하고 그냥 그렇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타파해야 한다. 저 친구는 무슨 계파니까, 예를 들면 손학규 고문이 경선에서 졌으니까 저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으로 몰아가는…이 모두가 소장파를 비롯한 개혁파가 주류가 되는 걸 막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건 아닌지.

- 국민은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한 예로 개혁파인 우리가 이·박 담합이라는 해서는 안 될 것을 한 당 지도부에 대해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결국은 이해찬 당대표가 물러났다. 하지만 이건 개혁파의 성과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어떤 결단을 하기를 바란 건데, 정말 본인의 결단에 의해서 하기를 바란 건데, 결과적으로 보면 질질 끌고 끝까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나중엔 떠밀려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거기다 한 사람은 아직도 안 물러나고 있지 않나. 본인 아니면 선거도 못 치른단 말인가. 더군다나 우리는 강하게 말한 것도 아니고 넌지시 말한 건데…색안경 끼고 매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결국 국민 밖에 없다. 국민이 개혁적 성향의 인사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

◇ 오늘의 소장파 - 정치쇄진 지표의 긍정성 역설

새정치수요모임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변화됐다”

ⓒ뉴시스.
- 저는 정치라는 게 한 번에 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혁명이나 쿠데타밖에 없는데 이는 정상적인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안철수 후보는 자기 혼자서 바꾸겠다는 건데, 제가 볼 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국회의원은 300명이고 저마다 나와 다른 세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지역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결국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제 생각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이끌어나가는 건데, 이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킬 수는 없지 않겠나. 때문에 정치개혁은 ‘스며드는 거’라고 본다. 서서히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것. 그런 면에서 보면, 새누리당 소장파든 민주통합당이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저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

그간 성과라기보다는 달라진 모습을 본다면, 의원총회를 하거나 당에서 당무회의를 하거나 하면, 예전만 해도 초선의원들은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실명으로 거론하지는 못하지만, ‘네가 뭔데 그런 얘기를 해’라며 소리 지르고 더 이상 말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 상관없이 마이크를 잡고 얘길 해도 다 경청해주는 분위기다.

- 소장파들이 가장 많이 선배들한테 지적받는 건 조직을 죽이면서 자기들만 살려고 한다는 거다. 그런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평소에 전체를 위해서 더 열심히 참여하는 등 당내 의원들에게 신뢰를 쌓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소장파가 당내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얘기를 해도 저 사람은 원래 우리와 가치를 공존했던 사람이고 진정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싶다. 또한 어떤 문제를 제기할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언할 줄 아는 모습도 필요하다. 뭐든 처음 발언 할 땐 당과 국민은 물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준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얘기할 땐 ‘또 얘기하느냐’는 반응이 많다.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거다. 그럼에도 절망하지 않고 계속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저는 승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은 지금보다 더 많은 특권을 내려놓는 거라고 본다. 좀 다른 얘기지만, 국민과 정치 간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감이 존재한다. 국민이 바라는 쟁점과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어젠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사이) 소장파를 넘어서서 당을 넘어서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어떤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치열하게 반성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라며 뭉개는 태도는 아직도 여전히 있다. 그게 같은 젊은 나이 의원들한테 있어서 안타깝다. 한 예로 김광진 의원의 막말파동,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투표부정행위 등을 봐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거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당이 스스로 덮고 가는 모습도 아니라고 본다. 새누리당 경우는 수혜골프 문제 등이 터지면, 당내에서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어찌됐든 ‘이 소나기를 지나고 보자’는 식의 여전히 남아있는 관행.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

ⓒ뉴시스.
민본21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정치쇄신 모임체 다시 태동할 것” “여야 모두 인정할 건 인정해야”

- 소장파이기 때문에 그렇다. 소장파니까 당의 주류나 당 지도자로서 성장하기에는 아직 경험이라든가 연륜이나 이런 부분들이 채워지지 못한 것이다. 쇄신의 목소리는 항상 다수의 목소리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일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주장이 관철됐을 때는 나름 보람을 느끼지만 우리 쇄신의 목소리가 다수 당내 의원들과의 생각의 차이로 이뤄지지 못할 때는 좌절감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정치 아닌가. 모든 걸 우리 뜻대로만 한다면 쇄신파가 아니라 주류일 거다. 중요한 건 이런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정치개혁을 일구는 자세다.

- 현재 소장파들이 야전에서든 당의 중요한 역할이든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8대 때 민본21처럼 하는 모임체 경우 수도권 의원들의 대거 탈락으로 구심점을 잃고 동력을 상실한 건 맞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되는 과정 아닌가. 때문에 어떤 모임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는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당내 쇄신과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그런 의원들의 모임체는 다시 태동할 거로 본다.

- 국민은 정치인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여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가 파행되지 않도록, 민주적인 원칙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내야 한다. 또한 서로 당은 달라도 토론과 대화를 통해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민은 여야가 상대방에 대한 일정의 역할 지분을 인정해주고 운영해나가는 모습을 원하고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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