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와 안철수 현상⑤>박찬종의 소장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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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와 안철수 현상⑤>박찬종의 소장파 이야기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11.26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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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이 박근혜 호주머니에 들어있어서는 안 돼…국민들에게 돌려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소장파 박찬종의 절정은 1987년 김대중(DJ)-김영삼(YS) 단일화 촉구 서명이라고 해도 별무리가 없다.

당시 박찬종 등 통일민주당 내 소장파들은 각각 당 총재와 고문이었던 YS와 DJ의 '우리는 민주화 될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을 금쪽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해 6월 항쟁을 통해 어렵게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직후 두 사람은 갈라 설 조짐을 보였다. 이에 조순형, 장기욱 등 소장파 12명이 8~9월 경에 '양김 단일화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박찬종은 정책위의장으로서 이 12명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박찬종은 그해 9월 국내의 심각한 노조파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며칠 일본을 방문, 귀국하는 비행기 좌석에 꽂혀있는 신문에서 12명 소장파 서명 소식을 접했다. 박찬종은 속으로 '이 사람들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속으로 지지를 표시한 것이다.

박찬종이 심야에 김포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예상치 못 했던 조순형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조순형은 박찬종보다 나이가 많았다.

이런 조순형이 박찬종에게 '신문을 봤느냐'고 물었다. 박찬종은 '뭔데'라며 시치미를 뗐다. 조순형은 거듭 '신문을 봤느냐'고 물었지만 박찬종은 계속 모르는 척 했다.

결국, 조순형은 박찬종에게 신문을 보여주며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박찬종은 '다음날 얘기하자'고 했고 두 사람은 실제로 다음날 아침 서울의 한 다방에서 만났다.

▲ 박찬종 변호사 ⓒ시사오늘
조순형은 박찬종에게 성명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찬종은 '내가 당 3역 중의 하나인 정책위의장인데 김영삼 총재와 김대중 고문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순형은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며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서명하라고 하겠느냐'고 발끈했다.

조순형과 박찬종은 1985년 고대 앞 시위 사건으로 함께 기소 되는 등 예전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때문에 조순형의 삿대질도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박찬종은 조순형이 화를 내자 '그럼 줘 보소'라며 종이에 서명했다. 단일화 촉구 소장파가 12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후 박찬종은 양김 단일화를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원래 소장파 두목격이었던 조순형 대신 박찬종이 그 역할을 하게됐다. 말그대로 소두(疏頭)가 된 것이다. 소두는 임금에게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자리다.

양김 단일화 촉구 운동의 '하이라이트'는 YS와 DJ를 국회 본관 회의실에 가둬놓고 단일화 끝장토론을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DJ가 빠져나간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

박찬종은 그해 11월 16일 삭발을 하며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13명의 소장파들은 DJ와 YS로 뿔뿔이 흩어졌고 박찬종 조순형 장기욱 이철, 네 사람만 남았다. 이들은 이듬해 3월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찬종은 22일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내 비서출신들이 많다"며 "그들에게 '너희들은 나를 닮지 말라. 나를 닮으려면 언제든지 국회의원직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그냥 대세에 묻혀 흘러가라. 선거에서 떨어지면 비참해지고 먹고 살기 힘들게 된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렇게 희생하더라도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이라는 게 그렇다. 장기욱이 두 달전에 하늘 나라로 갔다"고도 말했다.
 
박찬종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누군가는 자기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야 한다. 선각자적 각오로 국회의원은 물론, 눈 앞에 보이는 대통령 후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는 등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찬종은 소장파들이 기를 펴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해선 "헌법대로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득권 정당의 독선·독재 체제에서 소장파들이 자신들의 뜻을 펴기 어렵다"며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공천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소장파들이 지역주민들을 보고 소신껏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정당 운영 방식"이라며 "공천권이 과거 이회창이나 지금의 박근혜 호주머니에 들어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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