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권성동은 큰 흐름을 읽는 눈이 있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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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권성동은 큰 흐름을 읽는 눈이 있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5.26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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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이승만 부정선거에 자유당 탈당…군부 대항 민주주의 투쟁
정세운 “2016년 촛불혁명-탄핵은 역사적 흐름…친박 뒤안길로”
“국민의힘, 20대 대선서 文에 맞선 尹 영입…劉 흐름 못 읽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무리 똑똑해도 큰 흐름을 못 잡으면 안 되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아무리 똑똑해도 큰 흐름을 못 잡으면 천하없어도 안 되는 법이오. 비주류에 있다가 성공 못 하고 사라지고 마는 인사들이 많았지. 주류의 역할이란 게 있어요. 그 안으로 들어와야 해요. 안 그러면 어렵고 힘들어요.” 

지난 5월 1일 <시사오늘>과 만난 장경우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과의 일화를 꺼내며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YS가 장 전 의원에게 한 말입니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아무리 똑똑해도 큰 흐름을 못 잡으면 안 되는 법”이라는 YS의 말은 현재 정치권에도 유효한 말이겠죠. 

YS가 35년이 넘는 야당 생활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데요. YS는 1954년 이승만 정부의 장기 집권 시도에 “박사님, 3선 개헌은 안 됩니다”라고 직언하고 자유당을 탈당합니다. 이때부터 야당의 길이 시작됩니다. 

1960년 4·19 시민 혁명으로 변화가 찾아오는 듯했으나,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군부가 정권을 잡습니다. 박정희는 5~7대 대통령에 이어 1972년 유신헌법 선포로 8·9대 대통령까지 장기 집권했습니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산업화 이후 ‘민주화’의 요구가 들끓기 시작했고, YS는 의회 민주주의자로서의 소신을 지닌 정치인이었습니다. 

YS는 야당의 대표 지도자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았습니다. ‘강경 대여 투쟁’을 벌이다 박정희 정권의 눈엣가시가 되고, 국회의원 제명까지 이릅니다. 그의 의원직 제명은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촉발했습니다. 부마항쟁, 10·26 사태로 이어지며 박정희 정권은 몰락하게 됩니다. 

유신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YS의 민주화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2·12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연장됐기 때문입니다. YS는 23일 단식투쟁, 민주산악회 활동, 민주화추진협의회 창설, 신한민주당 창당 후 12대 총선 돌풍으로 군부 독재에 맞서는 대항마로 역할 했습니다. 

YS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요구한 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었습니다. 1987년 6·29선언으로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야권 분열로 군부 후예인 노태우가 정권을 이어받습니다. 

정부가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으니, 이 구호는 더 이상 운동권 인사들의 것만이 아니게 됐습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저물었습니다. 이때 YS는 ‘3당 합당’이란 결단을 내립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여당 대표를 맡았지만, 기존 주류 세력인 민정계의 견제를 받으며 김종필의 공화계와도 권력다툼을 벌였습니다.

험난한 쟁투 끝에 김영삼은 거대 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됩니다. 당시 민자당 안에서도 YS를 지지하는 세력과 이종찬·박태준 등을 지지한 세력이 갈렸습니다. 

14대 대선 과정에서 민자당을 탈당해 이종찬과 새한국당에 합류했던 장경우 전 의원은 당시를 “그때 나는 내가 가는 길이 정도라고 생각한 건데…. 말하자면 오만했던 거지”라고 회고했는데요. 민정계 내부에서 ‘YS는 대통령감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군부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 양김 대세론을 이길 여당 내 지도자의 부재 등을 간과한 것입니다. 

민정계였지만 이런 흐름을 읽고 있었던 김윤환 전 의원은 ‘YS 대선후보 추대위원회’를 만들어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이후 문민정부 들어 당 대표를 맡는 등 승승장구 했습니다. 다른 민정계 인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난 것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처럼 크고 작은 권력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큰 흐름이나 대세를 파악하는 통찰력은 어느 정치인에게나 필요한 자질일 겁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임기 중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감정은 분노였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야 3당의 165명 의원을 훨씬 넘는 234명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역행하기 어려운 조류였던 것이죠. 

그 이전에 친박계 공천 전횡, 퇴행적 국정교과서 추진 등으로 부정 평가가 쌓여 중도·개혁 보수가 이탈한 상태기도 했는데요.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난 친박계 등은 세가 약화하게 됩니다.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은 2021년 4·7 재보궐 선거까지 몰락을 거듭했습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180석을 가진 여당에 대항할 인물로 떠오른 건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지만, 조국 수사를 강행했고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을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외부에 있는 윤 대통령을 영입함으로써 대선에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됩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26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역사에 큰 흐름이 있고, 종국에 흐름을 잘 읽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지도자로 살아남는다고 본다. 이승만 정권이 부정선거로 물러날 때, 국민들은 민주 정부를 필요로했다. 1987년 직선제 쟁취 과정에서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셌다. 그러한 시대 흐름에 역행했던, 예컨대 자유당 정치인이나 반YS 세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정 평론가는 “박근혜를 보위한 친박 세력도 살아남지 못했다. 배신자란 소리를 듣더라도 탄핵, 촛불혁명이 역사적 흐름이었던 거다. 그걸 역행할 수는 없다”며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내 대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현 권력에 맞선 윤석열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큰 흐름을 읽는 눈이 있었던 장제원과 권성동 의원은 일찌감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현 정권에서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는 그러한 흐름을 읽지 못했다. 물론 당내 소장파의 옳은 소리, 쓴소리는 필요하지만 큰 흐름 자체를 역행한다면 정치인으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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