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발목 잡는 ‘정치 보복’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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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발목 잡는 ‘정치 보복’ 프레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6.02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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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에 하나같이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대응…중도층 공감 얻을 수 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2%포인트 떨어진 31%를 기록했습니다. 4월 4주차 조사(37%)와 비교하면, 한 달 새 지지율이 6%포인트나 빠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투자’ 논란 등을 지목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론 두 사건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런 사건들이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재명 대표입니다.

흔히들 정치를 ‘인식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정치에선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늘 ‘태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불리한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도,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릴 수도 있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두 번의 위기에서 올바른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면밀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커녕, ‘정치 보복’을 운운하다가 슬그머니 탈당하는 의혹 대상자들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방식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은 겁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에 나설 수 없었던 바탕에는 이재명 대표가 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각종 의혹에 시달리던 이 대표는, 대선 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습니다. 심지어 검찰 수사를 ‘대선 패배의 대가’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로써 민주당은 ‘야당이 됐기 때문에 부당하게 탄압받는’ 세력이 됐죠.

문제는 이런 프레임이 이 대표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송 전 대표 역시 돈 봉투 수사를 “검찰의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했고, 윤관석 의원도 “부당한 야당 탄압용 기획 수사, 총선용 정치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 또한 자신에 대한 의혹을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외쳤습니다.

이러니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했던 이 대표 입장에서는 돈 봉투 의혹이나 코인 논란에 강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의혹 대상자들을 징계하는 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민주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입니다.

민주당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이 대표가 있는 한, 민주당은 그 어떤 검찰 수사에도 소속 의원들을 징계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향한 모든 수사에 ‘정치 보복’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는 건, ‘민주당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는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컨대 지금 나타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이슈를 대하는 민주당의 ‘비상식적’ 태도가 원인이고, 그러한 태도가 나타나는 건 이 대표가 깔아놓은 ‘정치 보복’ 프레임 탓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자리하고 있고요. 민주당이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는 요원한 목표일지도 모릅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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