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여 바다 되어라 [이순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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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여 바다 되어라 [이순자의 하루]
  • 이순자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6.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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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동생의 묘지를 찾는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6월의 꽃ⓒ사진 제공 : 황동규 다큐멘터리 감독
6월의 꽃ⓒ사진 제공 : 황동규 다큐멘터리 감독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내 하나 남은 남동생은 1977년 10월 28일 경기도 문산 무내리 전방지역에서 지뢰 작업을 하던 도중 스무살의 나이에 지뢰가 폭발해 순직하고 말았다. 그래서 동생의 유골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작은 비석과 함께 묻혀 있다.

동생의 소속 부대는 육군 15사단이었다. 삼팔선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였다. 대학 합격증을 받았지만, 입영 연기가 안 돼 신입생 기쁨도 누려보지 못하고 끌려가다시피 가야 했다. 잘 돌아올게 했지만, 무참하게 피끓는 청춘을 살아보지 못한 채 허망한 잔해로 돌아왔다.

울어라. 땅을 치고 통곡해라. 데굴데굴 몸을 뒹구르며 엉엉 울어라. 하늘을 원망하며 삼팔선에 분노하면서 울부짖어라. 시뻘건 청춘을 앗아간 세상을 비관하면서 애통해하라. 너무 원통하다. 너무 분하다.

얼마나 애지중지 길러온 동생이었건만 왜 하늘은 내 동생을 뺏어갔는가? 동생은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친어머니를 잃었다. 홀로되신 아버지와 누나들 둘이서 얼마나 알뜰히 돌보면서 길렀던가. 동생은 공부도 잘했었다. 인물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생겼다. 성품도 인성이 곱고 착했다.

그런 동생이 삼팔선 부근에 지뢰를 묻다가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뺏겼다. 그런 지뢰를, 수많은 청춘이 목숨을 희생해가면서 설치한 지뢰를 지난 정부가 마음대로 제거해버렸다. 내 동생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제거해버렸다.

아직도 북한 공산당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그런데도 목숨을 잃어가면서 설치한 지뢰는 이제 모두 제거되고 없다. 결국, 내 동생의 희생은 헛된 희생이란 말인가? 가엽게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스무살 앳된 나이에 한 줌 재가돼 현충원에 묻혀 있는 내 동생이 원통하기만 하다.

현충일에 나는 아픈 허리를 끌고 동생의 묘지를 찾는다. 억울해서 울어야 한다. 눈물이 바다 되도록 울고 또 울어야 한다.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
사진은 경남 하동군에서 전통문화 발전에 힘쓰는 황동규 다큐멘터리 감독이 제공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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