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최염, “이것이 박근혜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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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최염, “이것이 박근혜의 맨얼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2.1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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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관계없다는 일축에 대구대 설립 유족 대표의 반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3차 TV토론회에서 영남대 이사 추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축하자 영남대 전신이 대구대 설립 유족 대표 최염 씨가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경주 최 부잣집 후손으로 대구대를 설립한 최준 선생의 조손인 최염 씨는 “영남학원재단 비리로 1988년 이사직에서 물러난 박 후보는 2009년 새로운 정이사가 구성되면서 7명의 이사 중 4명의 이사를 추천해 영남학원을 재 장악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18일 밝혔다. 최염 씨는 또 “영남학원 사태는 박근혜 후보를 둘러싸고 박정희, 최태민, 전두환 등의 그림자가 뒤 따른다”며 “하루 속히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의 품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뉴시스.
- 박 후보는 3차 TV토론회에서 영남대와는 관계없다고 했는데요.

현재 영남대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11명 중 8명이 박 후보가 추천한 이사들입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2009년 영남대가 정이사 체제가 되면서 당시 사립학교분쟁조정위원회는 종전 이사였던 박 후보에게 정이사 추천에 대한 의견을 물게 됩니다. 이에 박 후보는 7명 중 4명의 이사를 추천했고, 사립학교분쟁조정위는 이들을 선임한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박 후보가 영남대를 재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88년 영남대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박 후보가 정말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고 했다면, 사립학교분쟁조정위에서 이사 추천 요청을 받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시오’라고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행동일 겁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권 비호 아래 사실상 영남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설립자 유족이라는 명분으로 주인 행세를 한 겁니다.

이게 박 후보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우는 원칙입니까. 수시로 원칙이 바로서는 세상을 말하지만, 그런 박 후보야 말로 원칙 없이 처신한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말로 박근혜 후보의 맨 얼굴입니다. 이 맨 얼굴을 감추기 위해 입만 열면 과거를 묻지 말자고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오물로 더렵혀진 과거의 손을 씻지 않은 채 미래의 새 집을 지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 박 후보가 영남대 이사로 재직할 당시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습니까.

“최태민 일가, 박정희 교주로 정관 고쳐”

"박 후보의 영남학원 강탈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와 함께 개막했습니다. 박 후보가 29세의 나이로 영남학원 이사장으로 입성하게 되면서 최태민 일가와 더불어 각종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한마디로 박정희에 의한 대구대학 강탈의 시기를 지나 박근혜에 의한 영남학원의 재단 약탈 시기를 맞은 셈입니다.
1988년 국정감사에서도 밝혀졌듯이 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영남학원을 위해 문서상 단돈 10원의 출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최태민의 몇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임 모씨와 그의 전남편 사이에 태어난 조 모씨와 손 모씨를 재단 이사로 앉혔습니다. 당시 이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영남학원 정관 1조에 박정희를 교주로 명기하는 일이었습니다. 희귀한 정관이 된 것입니다. 이후 2011년도가 되어서야 ‘교주 박정희’가 삭제되고 ‘설립자 박정희’로 개정될 수 있었지요."

ⓒ시사오늘.
“땅 팔아 폭리”

"박 후보는 영남대 이사장, 이사로 있는 동안 정수장학회 출신 이사와 경영진을 앞세워 저의 조부 최선 선생이 기부한 땅을 팔아 폭리를 취했습니다. 1988년 1월 11일 최준 선생이 기부한 경남 울주군 두동면 소재 땅 10만 여 평을 한 마디의 사전 통보도 없이 팔아넘겼습니다. 박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저의 7대 조모님 산소가 있는 경주시 구정동산 39번지 임야 10,920평, 산 43번지 임야 1,920평도 팔아넘겼습니다.

이외에도 독립운동 자금 전달의 거점이었던 경주 남산의 와룡사, 영남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34건의 부동산 등을 처분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매각 경위 등은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다만, 이 모든 일들을 박 후보의 비서로 있다가 영남학원 재단 이사로 들어왔던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 모씨가 담당했다는 것입니다."

- 박 후보가 1988년 영남대에서 물러난 이유는 무엇으로 보십니까.

"민형사상의 책임을 피해보려는 숨의 의도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1988년 영남대 사학비리가 터지자 박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 여러 유지와 청년들의 저항에 부딪쳐 아버지 유품 등을 6-7대의 트럭에 싣고 야반도주 하듯 영남대를 떠났습니다. 이후 11월 2일 ‘영남대학교를 완전히 떠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것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가 굳이 성명서까지 발표한 속내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발표 시점을 보면, 영남대 부정입학 사건에 대한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을 때입니다. 학원 비리 논란을 겪던 영남대는 학생 1인당 2천 만 원의 뒷돈을 받고 27명의 학생을 부정입학 시킨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또 이 시기는 전두환의 백담사 행이 다가오고 있던 때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 대구대 설립자인 최준 선생은 어떤 분입니까.

"경주 최부잣집 후손이었던 저희 할아버지 최준 선생은 광복 전에는 1만석의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 자금을 공급했고, 광복 이후에는 남은 재산으로 젊은이들의 교육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1919년 5월 1일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백산무역을 설립한 뒤 상해임시정부 자금 지원에 힘쓴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후 할아버지는 남은 모든 재산과 대구의 많은 유지들의 기부로 1947년에는 대구대학을, 1955년에는 계림합숙을 설립했지요."

영남대 전신 대구대 유족대표 최염 씨가 종로3가 사무실에서 영남대 사태 문제점이 담겨진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시사오늘.
- 대구대가 유신 시대 장물이라고 주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삼성 이병철, 사카린 밀수사건 위기 맞고 대구대 맞바꿔"

"5.16쿠데타 이후 대구대는 박정희 정권이 압력을 받아 구조조정 될 위기에 몰렸고, 남은 재산을 모두 써 더 이상의 돈을 출연하지 못한 할아버지는 고군분투하다 명문대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삼성의 이병철의 말을 믿고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위탁하게 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청년 학도들에게 매판 자본 반대, 삼분폭리 등 규탄의 대상이 되던 삼성은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교육기반사업을 하려고 한 것이지만, 1965년 자회사인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한국비료와 대구대학을 국가에 헌납, 맞바꾸고 만 것입니다. 이상한 점은 한국비료는 국가에 헌납된데 반해, 대구대 경우는 국가 소유가 아닌 박정희 개인의 소유가 됐다는 점입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로 통합시켰고, 1967년 12월 학교법인을 영남학원으로 명칭만 바꾸어 설립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 이사로 있던 저희 할아버지가 결사반대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저 또한 1970년 이 일로 분한 마음을 드러내며 술좌석에서 박정희 정권과 이병철에 대한 비판을 하다가 북한 찬양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혐의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바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독립운동과 교육 사업에 재산을 바친 것이 할아버지의 공이라면, 삼성 이병철에게 학교를 준 것이 할아버지의 과가 된 셈이지요. 차라리 헌납되더라도 국가에 박정희 개인에게가 아닌 국가에 헌납됐다면 국공립대가 됐을 테고, 제가 지금처럼 격분하는 마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 환수 촉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이제라도 영남대가 부패한 권력자들로부터 벗어나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품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유신시대 장물로 한 개인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 아닌 대구경북 시민의 것이 돼야 합니다. 영남대 주인은 경북도민, 대구시민입니다. 그 속에서 학원 비리 없는 명문대로 발전되는 것이 저희 할아버지의 바람이자 명예회복을 위한 길이라고 봅니다. 박 후보가 영남대를 비롯한 정수장학회 등 유신 장물이 환수될 수 있도록 역사적 과제를 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 영남대 재단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와 정수장학회 공대위는 지난 12일 “다카키 마사오인 박정희와 박근혜 측근들로 가득한 정수장학회, 영남대, 한국문화재단이 재정상화될 때까지 대선이 끝난 뒤에도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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