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 한국 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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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노믹스, 한국 기업 초비상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12.20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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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5% 하락되면 수출 가격 경쟁력 비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지난 16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총재 아베 신조)이 압승하면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비상을 걸었다. 

일본 증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차기 총리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0.9% 오른 9828로 마감, 8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84.48엔에 거래됐고, 엔화가치가 20개월만에 가장 낮아졌다.

하지만 불똥은 우리에게 튀었다. 원화가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엔저(低) 원고(高)' 현상이 지속될까봐 우리 수출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아베, “무제한 양적 완화, 200조 엔 공적자금 투입”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무제한 양적 완화와 200조 엔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해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데 있다. 그는 금융완화 정책에 '무제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아베 차기 총리는 지난달 가두연설에서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라도 돈을 찍어내겠다"고까지 선언했다.

또한 아베 차기총리는 한국에 대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정부가 엔화 강세를 시정하지 못했다. 엔화는 미국 달러와 한국의 원화에 강세를 유지해왔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는 엔저(低) 원고(高)' 정책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 회복을 위한 필수조건을 디플레이션과 엔고라는 두 가지 악재 해소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재 1%인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3%로 높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200조 엔의 토목공사, 일본은행의 건설 국채 무제한 매입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선거기간 중 밝힌 바 있다.

이에 아베는 일본은행(BOJ)을 타겟으로 삼았다. 그는 선거 직후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의 정책입안자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중앙은행이 평소 1% 인플레를 고수한 것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중앙은행도 가만 있지 않았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3% 물가상승률 목표나 무제한 금융 완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건설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건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절대 도입해서는 안 되는 정책으로 충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재는 다음날인 18일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를 만나 자민당의 정책 공약인 물가목표 2% 달성을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 간 정책협정을 맺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이날 아베 총재의 ‘무제한 금융완화’ 요구를 받아들였다.

결국 일본은행은 20일 10조 엔의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자산매입기금을 91조 엔에서 101조 엔으로 10조엔 확대했다. 정책금리는 0∼0.1%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번 총선이 자민당의 압승으로 '아베노믹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엔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5% 이상 하락했고, 닛케이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과감한 경제 회복정책을 위해 많은 국채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채값이 하락하면서 채권시장에 혼란이 몰려오고, 급격한 국채값 하락과 채권시장의 혼란은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37%이기 때문에 막대한 국채를 새로 발행한 후 시장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예측불허다.

수출업계, '엔저(低) 원고(高)'로 초비상

'아베노믹스'로 한국경제는 환율비상이 걸렸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13개 해외 IB가 전망한 내년 1분기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1.62엔으로 한 달전(11월 19일 기준)보다 1.47엔(1.8%) 상승했다.

내년 2분기 전망치는 80.45엔에서 82.15엔으로 2.1%, 3분기 전망치는 80.84엔에서 82.30엔으로 1.8% 각각 상승했다. 내년 4분기 예상치는 81.88엔에서 83.15엔으로 1.6% 상승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도 현금을 풀고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이 QE3의 주택담보부증권(MBS) 매입 규모를 기존 400억 달러에서 내년 1월부터 850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무기한 국채 매입"을 선언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 이어 대대적인 유동성 완화에 들어갔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돈을 풀자 원화가 절상되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에 의해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 달러화와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결국 한국 수출업계는 초비상이다.

아베가 제시한 환율 목표는 달러당 90엔이다. 지난달부터 자민당 압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베노믹스'의 기대감으로 79엔대에서 머물던 환율이 최근 83엔대로 올라 엔화 가치가 5% 정도 하락했다.

상당수의 경제전문기관은 내년말이면 아베가 제시한 달러당 90엔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도쿄 증시를 한 달 전에 비해 10% 이상 급등하게 만들었다.

일본 총선에서 아베가 승리하자 원화는 엔화와 반대로 달러 대비 가치가 오히려 상승했다. 그 결과 엔화 대비 원화 가치도 높아졌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9월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420원대에서 움직이던 것이 17일 1276.2원으로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우리 수출기업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특히 우리 수출 주력 업종 중 자동차 등 일본과 경쟁중인 업체들은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100엔 당 원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이 12%쯤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협회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우리 수출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1%가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염려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ㆍ엔 환율이 5%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연간 수출이 최대 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중인 자동차 철강 기계 조선 등의 업종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여의도의 한 대일(對日)무역상은 "짧은 기간동안 일본의 경제는 경기활성화 되겠지만 모든 국민 개인에게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국가로 돈이 흡수될 것이기에 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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