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연합의 승리④> 숨막혔던 19일, 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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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대연합의 승리④> 숨막혔던 19일, 그 하루
  • 권지예 기자
  • 승인 2012.12.21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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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 그리고 ´여성 대통령´의 탄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지예 기자)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아버지와 딸이 차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부녀 대통령’이 된 이례적인 일을 만들어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 ⓒ뉴시스
“朴 vs 文, 51.6% vs 48.0%”

박근혜 후보의 승리는 19일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 방송3사에서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부터 점쳐졌다. 방송3사 출구조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 50.1%,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율48.9%를 가리키며 1.2%포인트 앞선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95% 신뢰도에 표본오차는 ±0.8% 포인트). 이에 새누리당 당사에서 개표를 지켜본 당 관계자들은 환호와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예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YTN의 출구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9.7~53.5%로 박 후보(46.1~49.9%)보다 다소 우세한 결과를 보여, 어느 쪽도 섣불리 안심할 수 없는 경합이 펼쳐지게 됐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상했던 70% 안팎의 투표율에서 18대 대선 투표율이 최종적으로 17대 대선 때보다 12.8%가 높은 75.8%를 기록한 것도 불안요소였다. 대선일 전까지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문재인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후 10시께에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됐다. 이에 박 후보는 새누리당 당사로 이동하려 자택을 나섰고 자택 앞에서는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에게 악수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당사에 도착한 박 후보는 지금껏 함께했던 선대위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당선을 예감한 새누리당 당사는 박 후보의 등장으로 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새누리당 김성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박 당선자를 포옹했고, 박 당선자는 웃으면서 김 위원장의 두 손을 잡았다. 개표방송 내내 시종 긴장된 얼굴이던 김종인 위원장은 당선이 확실해지자 환하게 웃었다. 당직자들도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고생 많았다”고 서로 덕담을 건네며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같은 날, 민주통합당 당사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수고했다”며 덕담을 나누던 훈훈한 분위기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한쪽에선 “왜 이렇게 됐지”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 민주통합당 박광온 대변인은 “6시20분께 발표된 출구조사는 오후 5시까지만 조사된 것이다. 부재자와 재외국민 투표 결과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개표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라며 사기를 북돋았다.

오후 9시께 방송3사가 연이어 ‘박 후보 당선 유력’을 발표하자 의원들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3사가 ‘박 후보 당선 확실’을 보도했고, 민주통합당은 침묵하며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선대위 정세균 상임고문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당사 대회의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문 후보의 대선 패배가 확정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생·약속·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당선이 확실해진 박근혜 당선인는 1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특설무대에 오른 그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다”라며 말문을 뗐다.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중 가는 곳마다 국민들께서 저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신 것 잊지 않겠다”며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가’하는 질문에는 “세 가지 약속을 드렸다”며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드렸던 부분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당선자는 “모두의 꿈이 이뤄지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했다.

문재인 후보는 겸허한 마음으로 패배를 인정하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그는 19일 밤 11시 55분께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부족이었습니다”라며 “패배를 인정한다. 그러나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문 후보는 이어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라며 “지지해주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 당선자에게 바람도 전했다. 문 후보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당선인께서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 주실 것을 바란다. 박 당선인을 많이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박 당선인에게 전화해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격려하며 대선 승리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선택이 국민 대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모든 후보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건넸다.

박근혜 당선은 ‘5060의 힘’

▲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 ⓒ뉴시스
박근혜 후보(51.6%)는 개표가 완료된 20일 새벽 1577만3128표를 얻고 1469만2632표를 얻은 문재인 후보(48.0%)를 108만496표차로 앞서 당선됐다. ‘골든 크로스’를 외치던 문재인 후보를 꺾고 박 후보가 상당한 표 차이로 승리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내리라 예상했던 2030세대의 힘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 반면 5060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연령별 투표율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불과 65.2%에 그치며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나타냈다. 30대의 투표율은 72.5%다. 반면 50대는 89.9%라는 놀라운 투표율을 보이며 연령대 별 투표율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60대의 투표율은 78.8%였다.

문 후보가 2030에게서 강세를 보였다면, 박 후보는 50대에게 62.5%, 60대 이상에게 72.3%의 지지를 얻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1618만2017명으로 30대 이하 유권자(1547만8199명)보다 70만3818명이 더 많다. 50대 이상이 그 수가 더 큰 데다 30대 이하보다 투표 참여율까지 높으니,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문 후보가 수도권에서 예상 밖의 약세를 보였다는 점도 박 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후보는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의외로 선전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1.2%포인트, 인천에서 3.6%포인트 앞서며 승리의 모양을 굳혔다. 대선 전부터 여론조사 등으로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박 후보가 수도권에서 문 후보에게 패할 것이므로, 그 격차를 부산·울산·경남(PK)에서 메워야 한다’는 분석은 빗나갔다.

‘박근혜, 여성, 박정희’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에 외신들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독재자의 딸 한국 대선에서 승리하다'라는 제목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가부장적 문화가 심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지도자가 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정계에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재계의 여성 고위층도 대개 재벌 가문의 자제인 경우가 많은 한국에서, 박근혜의 당선은 대선 전략에서 하나의 중요한 방식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도 20일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북한과 새로운 대화 노력이 시작되는 이정표”라고도 전했다. AP는 또 박 당선자를 '한국 권위주의 시대 군사 독재자의 딸'로 소개하면서도 첫 여성 통치자임을 강조하며, 사회적으로 남녀의 차별대우가 즐비한 한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아버지 피살로 청와대를 떠난 지 33년 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로의) 복귀 권리를 따냈다”고 보도하며 박근혜와 박정희의 연결고리를 재확인시켰다.

당선 다음날인 20일 박근혜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잘 살아보세”를 외쳤다. 그는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과반수의 51.6%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이제 그는 향후 5년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으로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48.4%의 국민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불통’의 이미지를 버리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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