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인수위, ‘해킹 해프닝’ 책임감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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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인수위, ‘해킹 해프닝’ 책임감 느껴라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1.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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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인수작업’이 ‘언로’(言路) 막아 놓은 느낌줘서 안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잦아들 날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를 사람 사는 세상에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또 그 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인수 작업이 한창인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속담을 그대로 따다 붙일 법한 일이 벌어졌다. 17일 인수위에서는 느닷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해킹’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정보와 보안을 목숨처럼 여겨온 박근혜 인수팀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해킹을 감행한 이들의 정체는 더욱, 공포스럽다. 다른 곳도 아닌 ‘북한’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것도 인수위측에서 흘러나온 정보라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사실 관계를 면밀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동은 일대 혼란으로 파문이 확대됐다. 대선기간 사사건건 남한의 대선 판도를 예의주시해온 북한이 기어코 일을 터뜨렸다는 우려 섞인 말까지 전해질 쯤.

이번에는 같은 인수위측에서 전혀 다른 말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위원회의 입이라는 대변인을 통해서다. 북한의 해킹이 실은 “인수위의 의견이 잘못 전달된데 따른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것이 인수위가 내놓은 공식적인 사실관계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올 만한 해프닝이 차기 정부를 준비하던 국가기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인수위의 잘못된 의견 전달로 비록 단시간이라고는 해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을 것은 자명하다.

일체의 언로(言路)를 막고 대변인 입만 바라보던 언론도 모처럼 ‘특종’에 가까운 소식을 전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안보에 심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실로 심각한 문제로 여겨졌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당국자들의 엇나간 의견 개진이 부른 ‘오보’라는데 대해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초유의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졌다면 이는 분명히 한반도의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만한 파장이 될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인수위 자체의 혼선이라는 것에 그나마 파장이 누그러지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해프닝을 벌인 당사자들에게는 사뭇 씁쓸함 마저 남는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자는 인수위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철통보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철옹성 같은 보안체계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여러 논란이 야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차분한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러한 ‘조용한 인수작업’이 혹시나 ‘언로’(言路)를 막아 놓은 그들만의 인수위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 인수위의 무거운 책임감이 아쉬운 대목이다. <월요시사 편집국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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