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위기④>민주통합당, 대선 패배의 쓴맛과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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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위기④>민주통합당, 대선 패배의 쓴맛과 그 후…
  • 권지예 기자
  • 승인 2013.01.2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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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권지예 기자)

문재인이 졌다. 강세를 보이던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졌고, 20대의 공감은 얻었을지언정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4050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정권 교체'를 외치며 이번에는 꼭 되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던 민주통합당은 12월 19일, 세상에서 가장 쓴맛을 봐야 했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좌) 박기춘 원내대표(우) ⓒ뉴시스

12월 28일: 원내대표 경선

대선 패배 직후, 책임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감추며 의원총회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잡았다. 이에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된 당을 수습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해야 할 중책인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일에 '토론회 한 번 열지 않고 경선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 믿음을 잃을 대로 잃은 민주당은 이렇게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당의 쇄신'에 목소리를 높이며 28일, 원내대표 경선을 진행했다.

후보는 4선의 신계륜 의원, 3선의 김동철 의원, 3선 박기춘 의원 등 셋이었다. 첫 번째 경선에서 29표를 얻은 김 의원이 떨어졌다. 신 의원과 박 의원은 47표의 동표를 얻었다. 두 번째 경선에서는 신계륜 의원이 5표의 간소한 차이로 박기춘 의원에게 원내대표 자리를 내줬다.

박기춘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18대, 19대 원내수석부대표 자리에 임하며 풍부한 정치경험을 쌓아 온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이고 계파 색깔이 옅다고 평가 받는다. 이에 정치권은 그의 원내대표 당선을 ‘무난한 인사’로 봤다.

하지만 '쇄신'하겠다던 민주당이 그저 자리를 지키려 '몸을 사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선 패배 후 쇄신에 대한 민주당의 열의에 '파격적'인 인사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별로 파격적이지 못한 박기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별 감동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1월 9일: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비대위원장 선출에도 감동은 없었다. 경선보다는 추대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자던 민주당은 '박영선, 박병석 카드'를 제쳐두고 주요 후보군에도 없던 '문희상 카드'를 선택했다. 언론은 대선패배 후 비대위원장 선출을 놓고 '밥그릇 챙기기' 양상의 계파 갈등이 부각되자, 여론을 우려한 민주당이 당내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경선을 피할 수 있는 '깜짝 카드'를 내놨다고 해석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박기춘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계파색이 옅은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에 '문희상 카드' 역시 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무난한 인사라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또 민주당은 '당 혁신'보다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방향을 선택했다. 박 원내대표가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 이틀 전인 1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 비대위원장 선출이 혁신의 신호탄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 무색해진 선택이었다.  

▲ 민주통합당이 실시한 '회초리 투어' ⓒ뉴시스

1월 15일: 민심 수습용 '회초리 투어'

14일 민주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비대위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부터 '문희상호(號)'는 새 지도부를 뽑을 때까지 당 운영에 관한 전권을 맡게 됐다.

문희상호는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현충원 참배를 선택했다. 이날 참석한 정동영, 권노갑, 임채정, 김원기 상임고문을 비롯한 현역의원 40여 명과 당직자 300여 명은 현충원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호국영령들 앞에 3배를 올렸다.

"첫 번째 절은 통곡의 심정으로 인한 석고대죄, 두 번째 절은 왜 졌느냐는 데에 대한 깊은 반성과 참회의 의미, 세 번째 절은 민주당의 뼈를 깎는 각오와 성찰로 국민의 가슴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심어드리겠다는 의미였다." 문 위원장이 전한 3배는 '반성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쓴소리를 듣고 이를 쇄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며 '회초리 민생 투어'를 떠났다.  광주 5·18 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민심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통시장, 노인정 등 민생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반성의 의미는 좋았으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컸다. 당내 인사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회초리 투어'를 두고 "전국을 다니면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똑같은 소리 아니냐"며 "전대 준비도 하면서 패배한 선거에 대한 백서, 반성문을 실제로 쓰고 민생을 위한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참 안쓰럽다"며 "무엇을 반성하는지, 무엇을 사과하는지, 누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이런 것들이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퍼포먼스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생쇼'하지 말고 일을 하라", "민주당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 작금의 행태", "패배의 원인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무엇을 하겠는가"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반성의 취지를 갖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냉소적 여론이 들끓은 '회초리 민생 투어'는 본전도 못 찾고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원래 전국을 돌며 사죄와 참회의 뜻을 전하자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었지만, 내부에서조차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자 따가운 시선을 고려한 듯 서둘러 이 행사에 막을 내렸다.

23일 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성찰과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혁신만이 살 길"이라며 "현재의 민주당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진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이제 민주당은 첫걸음으로 대선평가위원회와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내부 수습과 당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야권이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어떻게 다시 중심을 잡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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