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섭 “나의 중심은 항상 바다에”…두손갤러리서 시간의 항해 선봬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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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나의 중심은 항상 바다에”…두손갤러리서 시간의 항해 선봬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 이화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4.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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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까지 정동 두손갤러리서 나무조각·회화·사진·판화 선보여
96년 역사의 ‘정동1929아트센터’서 ‘Time on paper &’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이화순 칼럼니스트]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서 23일 심문섭 작가의 ‘Time on paper &’ 전시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 = 심문섭 작가측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서 23일 심문섭 작가의 ‘Time on paper &’ 전시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 = 심문섭 작가측

빨간 벽돌 개화기 건축물 위에 걸린 푸른 빛 전시 걸개부터 예사롭지 않다. 

올해로 9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동1928아트센터’ 바깥에 심문섭 개인전 ‘타임 온 페이퍼 앤(Time on paper &)’ 플래카드가 걸려 눈길을 끈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멋진 전시를 하고 돌아온 심문섭을 그와 오랜 인연을 가진 갤러리스트 김양수 씨가 초대했다. 아트센터명처럼 1928년 건축된 구세군 중앙회관을 리모델링한 건물 1층에 들어서니 한국의 나폴리 통영 바다 내음이 훅 들어온다. 아니다. 통영 짙푸른 바다에서 어린 시절 자맥질했던 심문섭이 다시 고향으로 귀향해 작업한 작품의 향기였다.

개인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심문섭이 어린 시절부터 온몸으로 체감해 온 통영 바다를 다채롭게 담아낸 회화, 사진, 나무 조각, 테라코타, 판화 등이 걸려있다. 

심문섭은 다양한 종류의 드로잉을 실천해 왔으며, 여러 방식과 변화를 거쳐왔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과 페인팅의 이중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갈등의 밸런스’ 사이에서 무한의 세계가 펼쳐졌다.

심문섭의 국내외 중요 전시에 ‘시간의 풍경’이나 ‘시간의 항해’와 같이 ‘시간’이 앞세워진 제목이 종종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도 ‘시간성’에 방점을 찍었다. 물질에 시간을 담으며 시간과 빛을 물질화한 작업, 그 독특한 시간의 항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불교와 노자 사상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에 근거해, 동양적인 원(圓)적 시간, 즉 윤회를 담아냈다. 물질에 시간을 담게 되면서 그만의 독특한 항해가 본격적으로 전시된다. 캔버스나 종이가 아닌, 납작한 테라코타 위 풍경이 시작됐고 오늘까지도 시간의 항해는 지속되고 있다.

한편 “나의 중심은 항상 바다에 있다”는 작가는 고향 통영 바다에서 얻은 영감을 예술세계에 투영해 왔다. 세 개 큰 나무 기둥처럼 중심을 잡고 선 작품 ‘메타포(Metaphor)’에도 통영 바다의 파도, 물결의 리듬감이 담겼다. 끝도 시작도 모를 시간, 생성과 소멸하는 리듬은 다시 종이 위에서 회화로 거듭나있다. 대중과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크고 작은 사이즈 판화도 제작했다. 친절해 보인다.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서 23일 심문섭 작가의 ‘Time on paper &’ 전시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 = 심문섭 작가측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서 23일 심문섭 작가의 ‘Time on paper &’ 전시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 = 심문섭 작가측

점토 위에 그림을 그리듯 작업한 ‘Thoughts on Clay’(2002) 시리즈, 사진과 포토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조각 소재가 되는 나무, 돌, 철 등 물질에서 비물질적 상징성까지 드러내고자 하는 사색을 담은 사진 ‘Presentation’(2006), 대나뭇잎과 일곱 마리 새를 한 화면에 담은 ‘Presentation’(2009) 등도 새로운 모습이다.    

작품 사이사이 작가의 시를 읽는 것도 즐겁다. 봄꽃 흩날리는 계절이지만, 갤러리는 시원했다. 통영 바다 파도가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것이 갤러리에서도 느껴졌다. 파도 밀도와 형태, 움직임은 조금씩 다 달랐다. 풍부한 질감과 독특한 느낌이 느껴지는가 하면, 부드럽고 섬세하며 밀도 넘친 겹침이 선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심문섭 작가가 23일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 = 이화순 칼럼니스트

그의 바다를 보며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다. 물이 정적이고 사유적이라면, 바다는 운동감을 넣은 동적이며 체험적인 대상이라고 심은록 평론가는 말한다. 

통영 바다에서 작가의 자양분을 흡수한 심문섭에게 작품 속 바다는 이미 깊이 교감 된 감성적이고 체험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의 고향이 바로 바다다. 리듬과 운동성은 어떤 곳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바다의 시간이 결부돼 순간과 영원의 만남을 만든다. 파도는 쉼 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바다의 영원성과 순간성도 파도와 함께한다.

작가는 “‘바다’만 그려도 그릴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특히 조각가로 활동하다 회화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페인팅을 늦게 시작했다. 늦었기 때문에 압축된 시간에 상당히 많이 하게 된다. 재미가 있어서 흠뻑 빠져서 함몰되다시피 작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 작품이 보통 미니멀리즘 회화와 다르다고 말한다. 
“미니멀은 형식이 구체적이고 딱딱하다. 그런데 나는 그걸 풀어보고 싶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상상의 세계를 전개해 갈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거다.” 

심문섭 작가는 전통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반조각 작품으로 일찍이 국내 미술계의 새로운 기수로 떠올랐다. 이후 회화와 사진 등 작업 영역을 더욱 넓혀갔다. 세계 무대에서 지명도도 높았다. 이미 1971~1975년 파리 비엔날레, 상파울루, 시드니 비엔날레 등에서 참가했다. 1982년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또 파리 루아얄 정원 전시에 한국인 최초로 초대되어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 슈발리에도 받았다. 전시는 27일까지. 

이화순 칼럼니스트는…

에이앤씨미디어 대표이자 아트&미디어연구소 소장, 현대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홍보위원을 역임했다. 

안산문화재단 이사, 서초문화재단 비상임이사, 음성품바축제 연구위원, 서울교통공사 문화예술철도 자문위원을 지냈다. 예술경영 석사, 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문화경제팀 팀장, 시사뉴스 문화 경제 국장·칼럼니스트로, 아트플래너, 아트컬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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