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는데도 중개수수료 지급해야 하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는데도 중개수수료 지급해야 하나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3.08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이전 칼럼에서 다루어본 부동산중개업자의 과실과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중개업자가 부동산매매를 중개하여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 성사되었을 때에만 중개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중개인이 중개의 노력을 하였다면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더라도 그 노력의 비율에 상당한 중개수수료는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최 씨는 서울 송파구에서 ‘라쿤보이스’라는 상호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한편 엄 씨는 같은 송파구에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최 씨는 2012년 10월경 주식회사 예담의 의뢰로 그 회사의 사옥 신축건물을 물색하던 중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엄 씨의 부동산매매를 중개하였다.  최 씨가 예담과 엄 씨를 소개시켜주어 서로 간에 매매조건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었다.  더 나아가 최 씨는 부동산에 관한 물건분석서까지 작성하여 예담에게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2년 12월경 최 씨가 매매계약에 필요한 기본서류를 제공하지 못하여 결국 예담과 엄 씨 사이의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러자 예담은 엄 씨를 잘 알고 있는 지인을 통해 새롭게 협상을 시작한 끝에 2013년 1월경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경우 예담이나 엄 씨는 최 씨에게 부동산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만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부동산중개업자는 계약의 체결을 중개하여 당사자 사이의 계약체결이 성사되어야만 중개의뢰인에게 그 중개수수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개인이 중개의 노력을 하였더라도 자신의 중개행위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이상 그 노력의 비율에 상당한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부동산중개인의 중개행위로 매매계약이 거의 성사되기에 이르렀으나 중개의뢰인들이 중개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상호 공모하여 부동산중개인을 배제한 채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런 경우란 그리 많지 않음은 물론 중개인이 계약자들이 공모하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예담이나 엄 씨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 하나의 예외적인 사유로 중개업자가 계약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에도 중개업자의 중개행위가 중개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중단되어 중개업자가 최종적인 계약서 작성 등에 관여 하지 못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신의칙 등에 의거하여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인에 대하여 이미 이루어진 중개행위의 정도에 상응하는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따라서 일단 부동산중개업자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경우에는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위 사례와 같이 부동산중개인이 중개의뢰인들에게 중개수수료를 청구한 판례를 찾아보면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이러 저러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중개행위로 인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아가 이러 저러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중개행위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거의 성사되기에 이르렀으나 피고들이 중개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상호 공모하여 원고를 배제한 채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중개행위가 중단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정리하자면 거래상의 신의칙 등에 비추어 예외적인 경우에는 전부나 일부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중개인의 중개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한 중개수수료의 지급을 구할 권리도 지급할 의무도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