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②>진퇴양난 속 북한산 콘도…누구의 탓인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②>진퇴양난 속 북한산 콘도…누구의 탓인가
  • 권지예 기자
  • 승인 2013.03.11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이동 사람들 ˝예전에 허가를 내준 게 잘못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권지예 기자)

"산이 보이고해야 마음이 탁 트이는데 건물이 딱 막고 있으니까……." 동네를 지키는 한 주민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뒷말을 대신했다.

5일 기자는 북한산 콘도(더파인트리앤스파콘도)를 찾았다. 북한산은 높은 건물 사이로 겨우 보이는 정도였고 우이동은 북한산을 가로막은 콘도 건물로 인해 답답한 느낌이었다.

건물은 거의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기자가 상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아직 마감이 되지 않은 건물들은 보기 싫게 헐벗어 있었다. 거기에 건설현장으로 인해 높이 세워둔 안전울타리는 동네 주민들의 원망의 소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공사가 멈춰버린 북한산 콘도 건설 현장 입구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인부 한 명 보이지 않는 공사현장…
브레이크의 시작, 민주당 측 '특혜의혹' 제기
검찰수사 결과 "불법 행위 없음"

우이동 14-3번지 일대에 건설되는 이 콘도는 지하 3층, 지상 5~7층 규모의 건물 14동(객실198~502㎡ 332개)으로 북한산 조망 아래 와인바, 야외 수영장, 골프 연습장 등의 문화 시설까지 즐길 수 있는 고급 휴양지가 될 예정이었다. 강북구와 서울시는 이를 2009년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허가했다.
여기서 구와 시는 강북구민 등 불특정 다수를 위한 산악박물관, 대규모 컨벤션 센터 등을 갖춘 공익적 목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시행사는 이를 수용했고, 북한산 콘도는 거창하게 시작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자가 본 건설 현장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여느 공사현장이 그러하듯, 지어지고 있는 잿빛 건물의 으스스함은 북한산 콘도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완성됐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현장의 관계자는 북한산 콘도가 47%정도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부 한 명 보이지 않는 현장의 공사는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완공 시기는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었다. 관계자는 예정 준공시기인 올해 7월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에는 끝날 수 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렇게 북한산 콘도 건설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북한산 콘도개발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의 건설 반대에서 비롯됐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특히 해당 특위 위원장인 민주통합당 김 모 의원은 서울시(당시 오세훈 시장)와 강북구(당시 박겸수 구청장)가 건설에 있어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모 의원이 제기한 특혜 의혹은 총 네 가지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가 자문안을 석연찮은 이유로 반려처분함으로써, 사업시행자의 사업추진을 지원할 목적에서 졸속처리했다는 의혹
△유원지 시설 중 대부분을 휴양시설인 숙박시설로 허가하고 관련부서의 협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위원회의 심의가 졸속으로 행해졌다는 점을 반증하며, 이는 사업시행자를 위한 특혜라는 점
△국립공원 인접지이고 15미터 이상 도로에 24미터만 접한 토지임을 감안했을 때, 건물이 7층까지 허용한 것은 심의 과정이 졸속으로 행해진 결과
△舊그린파크호텔 입구였던 백운문의 이전에 있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북한산 콘도 개발을 위한 암묵적 협조가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상 의혹

이에 해당 특위와 우이동 주민 대책위원회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사전 분양 의혹 관련 검찰조사, 사업계획 집행정지 및 사업계획 승인 무효 확인 소송, 서울시 관련 공무원 수사 의뢰 등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결과는 '불법 행위 없음'이었다. 기자가 만난 건설관계자 역시 "불법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 '가세'…'공사 전면 중지'
시행사 측 '파산', 쌍용건설 '부채 떠안아'
서울시 "추가 공공시설 확충" 무리한 요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현장은 활기를 띨 수 없었다. '특혜의혹'에 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가세한 것이 그 이유였다.

2012년 1월 16일 박 시장은 콘도 신축 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는 "인허가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서울시는 당시 서울시와 강북구의 특혜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공사는 공식적인 중단은 아니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까지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그리고 공사 지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에게로 돌아갔다.

결국 시행사는 개발 지연으로 파산했다. 이를 대신해 시공사는 그 빚을 떠안게 됐다.

시공사 측은 "공사 과정에서 1500억 원 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을 선 데다 시행사인 더파인트리가 발행한 1500억 원가량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인수하고 공사 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약 3000억 원이 공사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장 관계자는 "흉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미 상당히 공사가 진행된 북한산 콘도에 박 시장은 '공공성 확보'를 한 방법으로 내놨다. 그는 "이미 많이 지어진 상태라 어떻게 공익성을 확보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시가 공익성 확보로 내놓은 방안으로는 객실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을 유스호스텔로 변경해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이미 특정 용도로 세워진 건물을 바꾸는 건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뼈대를 다 세워놨는데 바꾸라고 하는 건, 이걸 다 허물고 인허가를 다시 받으라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또 "유스호스텔을 만들려면 청소년을 위한 부대시설도 필요하다"며 "건물 자체의 용도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콘도에 설치될 공원에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 등 시설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불특정 다수를 위한 조경계획을 추가해 달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사업 전, 공공시설로 산악박물관과 컨벤션센터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에 더하여 시공사에 추가 공공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현재 시공사는 최악의 상황이다. 공사는 이미 반 년 이상 중지된 상태고, 북한산 콘도는 주위로부터 흉물(?) 소리를 듣고있다. 게다가 회사의 자금난으로 인해 북한산 콘도는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콘도를 유스호스텔화 해달라는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가 현실화될지도 미지수가 됐다.

"맨 처음 허가를 내준 게 잘못"
오세훈 시절, 각종 기준 완화?
쌍용건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

▲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북한산 콘도를 두고 우이동 주민 A씨는 "예전에 허가 내준 게 잘못이야", "구청장이 허가를 내줘서 그렇지 뭐…"라고 당시 허가를 내준 구와 시를 원망했다.

2012년 3월까지 서울시(오세훈 전 시장)와 강북구에서 내준 허가는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재조사됐다. 이 감사 결과에서 시와 구가 인허가 과정에서 졸속 처리와 갖은 형태의 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 감사관실이 2012년 3월 28일 밝힌 북한산 콘도 개발 관련 조사 를 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당시 위원장 최창식 현 중구청장)는 2008년 11월 우이동 일대에 북한산 콘도를 신축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시설변경 결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북한산 고도제한 기준을 임의로 완화했다. 5층(20m) 높이를 넘길 수 없는 10개동의 고도 제한을 7층(28m)까지 높여주며 예상 분양수입이 133억 원 가량 늘어났다.

또한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애초 강북구에 냈던 것과는 달리 서울시에는 지면을 3.16~3.58m 높이는 계획을 냈는데도, 이를 서울시는 고려하지 않아 북한산의 조망을 해치게 됐다.

'산악박물관 무상양도에 따른 종합대책을 수립하라'는 강북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의견도 무시됐다.

이 과정에서 15건에 달하는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는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도시계획위원 6명을 해촉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은 그칠 줄 몰랐다. 현재 콘도 공정률이 40%여서 사업을 중단시키기 어려운 데다 징계시효 2년도 지나 실제 처벌받는 공무원은 없기 때문이다.

주민 A씨는 이 문제의 이유를 '탁상공론식' 정치에서 찾았다. 그는 "공무원들이 일일히 와서 보고 체크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라며 "여기에 볼 게 뭐가 있다고 20억, 30억을 주고 (콘도 분양권을)사느냐"고 했다.

허가를 받았음에도 서울시 내의 완력 싸움때문에 공사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는 쌍용 측도, 허가를 내주고도 공사를 중지시킨 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