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④> 삼성보다 ´쌍용!´
스크롤 이동 상태바
<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④> 삼성보다 ´쌍용!´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3.12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난개발 지역에는 반드시 쌍용이 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쌍용건설의 해외 입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기업들의 이름보다 훨씬 더 유명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대체 어느 정도 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가 몰랐던 쌍용의 해외 능력을 한번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이것은 21세기 현대건축의 기적입니다.”
2010년 6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건축물이 완공됐다. 한쪽의 건물이 반대편 건물을 기대고 서 있는 입(入)자 모양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다. 설계자였던 이스라엘 출신 ‘모세 사프디’는 “쌍용건설의 놀라운 기술력과 독창성으로 모든 것이 그대로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 2010년 완공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린다. (사진제공=쌍용건설)

우리는 기적을 완성했다.

지상 57층 건물이 3개 동으로 구성돼 총 2,511실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호텔은 3개 동 모두 두 개의 건물이 최대 52도의 각도로 기울어져 서로 기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말이 쉬워 52도지 두 건물이 만나는 지상 70미터 지점까지 무너뜨리지 않고 세워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쌍용건설은 이를 위해 교량 건설에서 쓰이는 포스트 텐션(Post-Tension) 공법을 건물에 처음 적용해 기울어진 건물의 아래를 받치는 기둥이 없어도 쳐지는 것을 방지했다. 그야말로 중력을 거스르는 새로운 시도였던 것이다.
피사의 사탑이 5.5도가 기울어져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10배가 기울어진 건물은 어떻게 서 있는 건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또 하나 놀라운 특징은 지상 200미터 위에서 이어지는 거대한 유람선 모양의 스카이 파크다.
길이만 343미터, 폭 38미터의 이곳은 축구장 2개 크기의 면적에 무게가 6만 톤에 달한다. 그럼에도 선두에서 약 70미터 가량은 기둥 없이 허공에 떠 있다. 이 까다로운 조건의 설계에도 쌍용건설은 48개월이었던 적정공기를 27개월 무재해의 기록으로 완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능력을 자랑했다.
2008년 11월에는 6억 3,300만 달러의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도로 482공구를, 다음 해인 2009년에는 5억 5,300만 달러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을 수주했다.

20개국 131건의 실적 올려
유수의 업체 제치고 PQ 통과
토목, 건축 분야 세계 최고 수준

쌍용건설이 창립한 1977년은 중동의 건설 붐으로 해외건설이 양적 팽창을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해외산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쌍용건설은 중동 여러 국가에서 10여 건의 공사를 맡아놓고도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년 후, 1980년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 진출, 중동에서의 실패를 발판삼아 당시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에 등재된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를 비롯해 ‘래플즈 시티’ 같은 규모가 큰 공사를 연속해서 수주했다. 
80년대 말, 미국에서 7건의 개발사업을 추진했고 90년대 말에는 두바이에 진출해 3대 호텔 중 두 곳인 305미터의 ‘에미리트 타워 호텔’과 ‘두바이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건설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괌, 두바이, 발리 등 세계적인 관광 명소에서 세계 최고급 호텔인 ‘하얏트 계열 호텔’과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차례로 완공하자 1998년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은 호텔 부문 세계 2위로 선정했다. 쌍용건설은 지금까지 20개국에서 131건의 실적을 올리고 미화 약 88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일찌감치 해외 건설의 명가로 자리 잡았다.

▲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도로 482공구 현장(사진제공=쌍용건설)

새로운 시장의 활로 개척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성공적인 완공이 마중물이었을까? 쌍용건설은 지난해에 프랑스의 빈치(2012년 ENR 선정 세계 건설업계 4위)를 누르고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의 상수도 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라크, 적도 기니, 러시아 등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새로운 시장에 활로를 열었다.
2022년 월드컵 준비로 바쁜 카타르에서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도시 지하철 공사 주간사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Pre Qualification)를 통과해 공사현장의 대표로 진두지휘 할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또 인도네시아의 남수마트라 철도는 시행사의 요청으로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철도공정공사가 단독으로 입찰 중이던 사업에 참여해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사회 인프라 관련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 부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 고급건축, 고난도 토목 분야에 계속해서 주력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이 곧 쌍용건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을 떠올릴 때 쌍용건설을 함께 떠올린다고 한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수상은 “쌍용건설이 지은 래플즈 시티를 보라”며 시공기간 내에 완벽히 시공하는 기술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43억의 이익을 실현했고, 3,000억 원의 유동성을 국내시장에 공급했다. 또 점점 높아지는 세계시장의 진입 장벽 역시 뛰어넘어 고난도 토목건축 분야의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
현재 시공 중인 해외사업만 16개 현장에서 3조 원 규모가 공사 중이고, PQ를 통과해 입찰을 진행 중인 공사 규모도 무려 미화 215억 6,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없던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진과 학자를 모아 TF팀을 만들었다. 많은 경험과 수주를 통해 시공능력을 인정받는 업체가 됐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도 포기하는 난공사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회사”라고 소개했다.
2008년에서 2013년을 종합한 토목 분야 해외수주 6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대기업의 계열사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단독 건설회사인 쌍용건설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호텔 주경(사진제공=쌍용건설)

한국건설업계 이미지 실추 ‘불가피’
자본잠식 해결 과제 남아
공사 중단하면 외교적 논란 '우려

계속되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는 해외에서의 선전에도 경영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쌍용건설은 지금 자본 완전잠식상태로 시장 퇴출 위기에 봉착해있다.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쌍용건설의 자산은 1조 2,124억 원, 부채는 1조 3,578억 원이었다. 회사가 가진 모든 재산을 처분해도 빚이 1,454억 원이 남는 상황. 한국거래소는 쌍용건설 측에 4월 1일까지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될 것이라 알렸다.
2012년 쌍용건설은 PF 사업의 실패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미분양 물량 할인 판매로 당기순손실 4,11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지금껏 쌓아왔던 신인도와 기술력을 토대로 마련한 해외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또 공사 중단 등의 문제로 나라 전체가 외교적 논란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후 공사기간이 긴 해외 개발사업에 한국 건설업체들이 참여한다면 부도의 위험에 따른 평가를 철저히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다 떠나서 지금 당장을 놓고 보더라도 회사의 규모를 떠나 한국 건설업체의 전체적인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쌍용건설처럼 해외 건설에서 잘 알려진 업체가 유동성 위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국내 다른 건설사들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며 “만약 PQ와 같은 서류 심사에서 점수가 같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에서만큼은 삼성, 현대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쌍용건설. 싱가포르는 쌍용건설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기술력에 지난 2월 20일 창이 공항 터미널 신축공사의 PQ를 통과시켰다.
게다가 2012년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로 받은 싱가포르 BCA 건설대상을 비롯해 4개국에서 8개 상을 받았다. 이 모든 영광이 쌍용건설의 제2의 워크아웃 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될지 빛이 바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