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⑤> 작년에 왔던 유동성 위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쌍용건설 누가 죽였나⑤> 작년에 왔던 유동성 위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3.13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건설 워크아웃發 재무개선, 건설사들의 타산지석 되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대한민국 100대 건설사 중 21개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이다. 면면을 들여다보니 좀 씁쓸하다. 지난 4일 워크아웃이 승인된 쌍용건설을 비롯해 풍림, 벽산, 한일 등등 단독 건설업체가 주를 이룬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유동성 위기.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해법은 과연 없을까?

▲ 쌍용건설 본사 ⓒ시사오늘

지난 4일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프로그램 종료 8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번 조치는 2011년 당기순손실 1,570억 원에 이어 2012년의 4,114억 원이라는 엄청난 손실로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되며 현금 유동성이 상실돼 긴급하게 진행됐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303억 원의 어음이 만기가 돌아왔고 보유 현금을 모두 털어도 45억여 원이 모자라 쌍용은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유동성 확보 위해 뼈를 깎았지만…

1998년 한때 재계 6위였던 쌍용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쌍용건설은 6,800억 원에 이르던 자산규모가 기업회생절차(이하 워크아웃)가 진행되는 동안 1,168억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임원의 50%, 직원의 30%가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퇴직급여와 성과금을 삭감했으며, 직원들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2003년 500억이 넘는 흑자를 내며 이듬해 10월, 5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38.75%)는 쌍용건설의 매각을 위해 2007년 11월 동국제강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비용과 갑자기 터져버린 글로벌 금융위기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해외시장 개발과 수주를 통해 꾸준히 흑자를 내던 중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8월 신용등급도 BBB+(안정) 단계로 상승하게 됐고 해외건설 명가의 자리를 회복해 가고 있었다.

2012년이 되자 캠코는 쌍용건설의 매각에 적극 나섰다. 관심 있게 지켜보던 독일계 기업 M+W는 세 차례 입찰했지만 두 번이나 단독 입찰이 돼 협상 요건이 마련되지 않아 실패했다.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쌍용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규모를 1조 9천억 원에서 5,000억 원대로 줄이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계속된 매각 실패에 캠코도 경쟁입찰방식을 포기하고 1대 1로 협상할 수 있는 수의 계약으로 변경해 이랜드 그룹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낮은 금액 제시로 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2012년 9월 말 계속해서 매각협상이 깨지자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하나둘씩 낮추기 시작했다.

투자안정 등급에서 순식간에 투기 등급으로 내몰린 쌍용건설은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에 대해 연기를 할 수 없었고 공사 대금 선수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 또 당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이던 미분양 물건을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 하면서 손해를 확정한 것이 그대로 회사의 적자로 기록이 되고야 말았다.

 캠코 대응 늦었다는 비판도…

2012년 10월 쓸 수 있는 돈이 바닥나자 채권단과 캠코는 급하게 2,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유동성을 확보해 줬다. 그러면서 매각방식도 유상증자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

현재 홍콩의 VVL이라는 사모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자신들이 2,700억 원을 투자할 테니 채권단은 3,500억 원을 출자전환을 하란 요구에 거래성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캠코의 대응이 늦었다고 말한다. 동국제강에 매각 실패 후 최고가 입찰이 아닌 실사에 의한 입찰방식이었으면 상황이 많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또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산의 규모를 빨리 늘렸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결국, 전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탓인지 2012년에만 총 4번의 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매각에 실패했다.  

이에 캠코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투자금액의 확실한 회수를 위해 M&A를 진행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 건설 중단된 파인트리 콘도 앤 스파 ⓒ시사오늘

그룹사들은 모두 자금 지원받는데…….
워크아웃 졸업했지만, 아무것도 바뀐 건 없네~
살길은 있다? 해외사업 역량 ‘관건’

쌍용건설이 M&A에 난항을 겪는 동안 그룹 소속 건설사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확보를 유치했다. 대우건설 1조 원, 포스코건설 5,000억 원, 롯데건설 9,500억 원, SK건설 3,300억 원, 두산건설 2조 5,000억 원, 금호건설 6,700억 원 등 주요 건설사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며 대규모의 자본금을 유상증자나 그룹사의 지원을 통해 확충했다.

그룹 계열사는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그룹공사 물량을 꾸준히 받을 수 있어 수익률이 보장됐고 일정수준 이상 성장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민간사업을 진행하며 큰 이익을 얻어 국가 차원의 관공사업에 투자해 실적과 기술력을 한 번에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했던 쌍용건설은 영업 활동 중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지원받을 곳이 없어 진행하던 PF 사업장을 할인판매 해 현금을 확보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건설산업연구소 정책연구실 김민형 실장은 “단독 건설사는 건설경기 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공공건설이나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없다면 PF 사업을 떠안고 가기 어려워 당장 손해를 보며 팔 수밖에 없다”고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소 거시경제정책연구실장도 “그룹사는 건설사가 핵심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주요사업이 아닌 것들을 매각해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사가 유리한 점을 설명했다.

M&A 외에는 자금이 나올 방법이 없던 쌍용건설은 2003년 임직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한 유상증자 참여로 당시 2,500원의 주식을 5,000원에 사들여 320억 원을 추가로 확충한다. 하지만 200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등의 자본금 마련은 한 번도 없었다.

 

▲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사전 조정해야 한다. ⓒ뉴시스

정부와 기업은 유동성 문제의 근본부터 해결해야

쌍용건설은 작년 말 다시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6본부 41부 6팀 이 31팀으로 축소되고 임원의 절반, 직원의 30%가 회사를 떠났다. 임금 삭감과 상여금 반납은 당연한 일이었다.

쌍용건설은 자구책으로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남은 일은 해외사업의 역량을 계속 유지해 회생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회생 의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쌍용건설이 신용도하락으로 당장은 PQ점수 하락 등 관공사업에서 수주를 받기 힘들겠지만 곧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 건설협회 관계자는 “세계 건설시장에서는 회사의 경쟁력으로 평가를 받는 거라 이미 많은 실적을 쌓아놓고 있는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이후에도 지위의 변화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건설은 건설사들에 적정 유동성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를 남겼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건설업은 수주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100% 대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위험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사전 조정과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건설연구소 김민형 실장은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정책들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에는 아무 의미 없는 활동”이라고 비판하며 “궁극적으로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업계 전반에 충고했다.

역설적이게도,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을 계기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맞았다. 국내 시공순위 13위, 해외 토목 수주 업계 6위. 보유 중이던 3,000여 가구의 미분양 물량은 거의 정리했고 1조 9,000억 원에 이르던 PF 규모도 1/3가량으로 줄였다. 손실이 확실하게 결정돼 폭탄을 돌리는 듯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한 것이다.

채권단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쌍용건설의 주인을 구한다. 이를 위해 2대 주주인 쌍용건설 우리사주 조합은 24.72%의 주식을 먼저 매수 할 수 있는 우선 매수 청구권도 포기했다.

하루 빨리 채권단의 품을 벗어나 진짜 주인을 만나 해외 건설 명가의 지위를 찾길 기대해본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