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밀라노 자매결연 진실 밝혀져…사실무근
스크롤 이동 상태바
대구-밀라노 자매결연 진실 밝혀져…사실무근
  • 방글 기자
  • 승인 2013.03.18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호협약 관계일 뿐”…대구시 공식사과 왜 안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대구시가 이탈리아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고 홍보한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섬유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사용했다는 세금 8778억 원이 유관단체장의 자금유용 용도 등 관계자들을 위해 쓰였다는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시가 근거라는 명목으로 공개한 밀라노 시장의 서신과 공동선언문까지 사실이 아닌 것이 알려져 ‘시민을 우롱한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대구시는 90년대 이후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섬유산업에 투자해 경쟁력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의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1999년부터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 총 8778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자금의 대부분이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실기업 지원 등에 쓰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계자들의 비리를 위해 만들어진 ‘사기 프로젝트’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각종 언론들도 ‘대구시가 맺었다는 밀라노와의 자매결연은 거짓’이라고 앞다투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지난 1월 9일, ‘대구-밀라노는 자매결연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근거로 두 도시의 시장이 서명한 공동선언문, 자매도시로 맺어졌다는 내용의 밀라노 시장의 서신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경실련은 “당사자인 밀라노시가 자매결연을 부인하고 있고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도 이를 확인해주었다”며 “대구시도 지난 2011년 12월 밀라노시로부터 자매결연 관계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매결연 관계인 것처럼 ‘거짓 홍보’를 일삼아 왔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시가 15년 동안 대구 시민들을 속여 왔다는 언론보도는 근거가 명확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구경실련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구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밀라노 시장의 서신은 공문서가 아닌 편지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문서의 경우,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편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대구시가 자매결연 공동선언문이라며 공개한 선언문도 자매결연 체결을 희망하는 의향서인 걸로 밝혀져 ‘시민 우롱’ 논란에 힘을 더했다. 대구시가 공개한 선언문에 대해 밀라노시가 ‘1998년 12월 체결한 협정서는 자매결연 협정서가 아닌 자매결연 체결 희망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구시가 밝힌 39차례의 교류 대부분이 밀라노 프로젝트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와 밀라노는 지난 1998년 12월 14일 당시 문희갑 시장이 밀라노시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까지 15년간 39차례에 걸쳐 교류했다.

그러나 교류의 대부분은 밀라노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는 음악회나 미술품 전시, 광학관련 전시 등의 이유였다.

▲ 밀라노시의 자매결연 도시에는 대구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교과서 왜곡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 같은 내용이 10년 이상 담겨 있던 것.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의 ‘대구의 생활’에는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학생들의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 ‘대구-밀라노 자매결연 논란’은 시민 상대의 사기극이라는 오명 이외에도 국제적 문제를 낳았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 측은 “대구시와 밀라노시 간의 자매결연 여부는 대구시의 능력과 책임성, 김범일 대구시장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사안이 됐다”며 “대구시 국제통상과라는 담당부서를 넘어 대구지역 전체 문제로 그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할 사안”이라고 크게 질책했다.

결국 ‘거짓’으로 확인…대구시, 왜 거짓을 말했나

이처럼 많은 논란을 낳았던 대구시와 밀라노시의 자매결연 관계는 1998년 당초부터 없었던 일이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 대구시가 지난 3일 국제통상 관계자를 파견해 자매결연 관계를 확인한 결과,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한 것.

그러나 현재 대구시의 홈페이지에는 어떤 내용의 사과문도 올라와 있지 않아 사후 대책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자매결연 논란에 대해 마르타 협력관은 “대구시와 밀라노가 우호협약이 돼 있는 관계지만 자매결연 관계는 아니다”고 밝힘과 동시에 “대구시와는 적대관계가 아니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을 들은 대구시 배영철 과장은 “밀라노시 방문 때 이탈리아 국제협력관을 만나 양도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생각했는데 밀라노가 아니라고 하니 자존심이 상한다”며 “현재로선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상호 도움이 되는 교류를 계획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시 밀라노 자매결연 대부분의 실무절차를 이탈리아한국대사관이 했다”면서 “당시 협조문건은 ‘대구-밀라노 자매결연 건’으로 했고 100% 자매결연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국제통상관의 한 관계자도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자매결연을 위해서는 각 도시의 시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대구시만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밀라노시는 받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자매결연 거짓 홍보 시인에 대구시민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시민들을 속여 온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전화로 확인해도 될 문제를 밀라노까지 가서 혈세를 낭비하고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다른나라의 도시와 국제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미리 그 도시의 문화를 이해해야하는데 대구시는 그런 절차를 무시했다”며 “상대 도시를 배려하지 않고 어떻게 자매결연 맺을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밀라노까지 가서 국제적 망신만 당하고 왔다는 게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 이라며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대구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다음은 밀라노시의 입장 전문이다.

대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1998년도에 대구와 밀라노시는 우호협약을 하는 공동선언 했습니다. 두 도시간의 협약관계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대구시청의 행정절차의 차이점에서 오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두 시장이 이 우호협약공동선언을 한 후, 시의원의 승인이 있었어야 하지만 이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우호협약이 되어있는 관계지만 자매결연관계는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 측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이것을 자매결연관계로 이해했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협약 관계를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자매결연이나 우호협약이 같겠지만 이탈리아에서 이 두 개 의미가 조금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서 오해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중요한 점은 밀라노에서는 2011년부터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998년도에 왜 시의원의 승인을 못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우호협약을 한 것은 확실합니다. 차이점은 내부적인 절차이고 이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지난주 밀라노에서 대구시청의 국제통상부팀장 미스터 배씨와 밀라노시청의 국제교류팀장인 미스터 산타니알로가 만나 회의를 진행했고, 아주 즐거웠습니다. 두 명은 올해 다시 협약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우호관계로 이태리와 대구는 연결되어있고, 올해 다시 협력을 시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포지션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이 제가 아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우호협약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고 오래된 일이란 잘 모르지만 내부절차적인 문제로 이 협약이 우리 쪽에서는 자매결연으로 체결되지 못했습니다. 대구시청에 적대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정치적 구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밀라노에 있는 시청 사람은 대구와 협력을 하고자 하지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대구시청의 미스터 배가 물어보기 시작한 때입니다. 이때부터 우리 쪽에서 확인을 시작했고 이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말은 제가 말씀드린 바입니다. 보통은 두 국가의 시장이 두 관계의 공동목적 등을 토론을 하고 MOU(양해각서)를 작성하고 2년 뒤에 양해각서 활동을 검토합니다. 이 결과가 긍정적이면 계약을 연장하게 됩니다. 그다음 자매결연협약이 되기 위해서는 시의원은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후에 협약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절차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시간은 꽤 걸리는 절차입니다. 지금 저희 쪽에서는 14개의 결연이 있고 더 많은 자매결연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그 분(1998년도의 밀라노 시장이였던 가브리엘)을 대신해서 답변을 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옛날 정말 조금의 자료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대구와 밀라노가 공동목적을 바탕으로 미래에 협약하고 이 협약을 몇 년 후 검토한 뒤에 두 시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협약을 연장하게 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5년 정도 걸립니다. 왜냐하면 2개 협약의 진행이 4년 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대구시와는 우호협약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진행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와의 우호협약은 되어 있고, 대구에 대한 적대감은 절대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단지 과거의 행정적인 절차에서 일어난 차이점에서 일어난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화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화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전파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길 바라며, 대구시청과 앞으로 새로운 협력을 진행했으며 좋겠고 단순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