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설훈 ˝박근혜 수첩은 52%를 위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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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설훈 ˝박근혜 수첩은 52%를 위한 것일 뿐˝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3.04.1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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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라면 자신을 찍지 않은 48%와 야당도 껴안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시사오늘>은 정치 현실을 짚어보는 동시에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초청 정치인들의 강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악정치포럼은 정치인 초청 특강 및 토론 프로그램입니다.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다섯번째 초청 연사는 설훈 민주당 의원으로 강연은 9일 국민대에서 진행됐습니다.<편집자 주>

민주당 설훈 의원은 1985년 고(故)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서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설 의원은 DJ가 중심에 있는 동교동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남 출신 인사다. 동계동계 인사들 대부분이 호남 출신인데 반해 설 의원은 경남 창원 출신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더욱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설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DJ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폄하하기도 했다.

▲ 설훈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아직도 새누리당 당 대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야당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찍지 않은 48% 국민들도 안고 가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은 자신을 찍은 51.6%만의 대통령이 아닌 5천만의 대통령"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수첩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수첩이다. 따라서 새누리당 지지 성향 사람들이나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찍은 51.6%에만 통할 뿐이다.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48%에는 안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지금 박 대통령에게는 통합과 소통을 지향하는 국정 철학이 필요한데 새누리당 대표 시절의 원칙과 소신은 아집과 불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당 대표 때는 자신이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통했지만 대통령의 경우는 그렇게 안 된다"며 "박 대통령에게 반대한 48%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박 대통령이 용기를 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봐서는 임명을 강행할 것처럼 보이는데 그 건 국민의 뜻과 어긋난다"며 "그렇게 하면 박근혜 정부가 실패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내가 또 망신 당할 수 있다'고 염려해서 임명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사람을 선택해서 나가는게 장기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 의원은 이 대목에서 DJ 얘기를 꺼냈다. 그는 "DJ 때는 대타협을 위한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었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추진했다"며 박 대통령과 비교했다.

이 자리에서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의 눈빛이 레이저 광선 같다"고 말했다. 그 눈빛이 무서워서 인수위 시절은 물론 취임 후에도 박 대통령 밑 사람들이 제대로 된 업무보고나 조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새누리당에는 양지(陽地) 출신 사람들이 많아서 거센 얘기를 대통령에게 못 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제 약속을 어물쩍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 했다.

"대통령 임무라는 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제대로 하려면 잠을 잘 시간이 없다. 그래서 책임 총리제가 나온 것이다. 결국, 책임 총리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서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혼자서 하면 힘들어서 허우적 거릴 수밖에 없다."

▲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이날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은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인수위 시절 학습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DJ는 인수위 시절 국정 전반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불행하게도 YS는 경제에 대해 몰랐다"며 "YS는 대통령 시절 경제부처 장관이 들어오면 시계부터 봤다. '나 모른다. 빨리 나가라'식이었다"고 비난했다.

설 의원은 최근 북한이 대남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대화하면 끌려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 국민들 중에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김정은이 무서워서 대화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 안다"며 " 같이 살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전시 중에도 대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J 시절 민화협을 만들어서 북쪽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보수·진보·중도 세력이 모여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1994년도 상황이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미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결정했다. 미국 하원 아태 소위원장이 동교동에 와서 DJ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DJ가 큰일 날 소리라면서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하겠다고 해서 DJ가 미국에 가서 TV, 라디오 수십개를 동원해 '폭격할 때 하더라도 대화 먼저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래서 카터 전 대통령이 특사로 지명됐다.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김영삼 정상회담을 만들어 냈다."

설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통일은 (지금 당장) 못한다. 다음 다음 세대에 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설 의원은 4·24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에 대해 "노원병이 아닌 부산 영도를 선택했으면 한국 정치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다. 자체 조사 결과, 영도에서 되는 걸로 나왔다. 그래서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부산을 흔들면 된다. 다음 총선에서는 부산이 야당 도시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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