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불편한 진실②>´클릭, 클릭´ 전자계약이 뒤통수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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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불편한 진실②>´클릭, 클릭´ 전자계약이 뒤통수 치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4.14 09: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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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500여 개 프랜차이즈 통틀어 유일하게 CU만 도입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 편의점의 간판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시사오늘 박시형

"2012년 6월경 본부 직원이 바쁜 아침에 와서는 보광훼미리마트에서 CU로 간판을 교체한다고 인감 2통을 발급받아오라고 했어요. 간판을 교체하려면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띄어오는 동안 본부 직원은 알아서 컴퓨터에 계약서를 다운 받고, 저보고는 서명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저는 이 당시만 해도 이게 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어요. 그저 간판을 교체하기 위해 서명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게 변경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전자서명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거죠."

서울 용산 서교점을 운영 중인 박연숙 씨는 전자계약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클릭 몇 번만으로 계약 체결

일반인들은 전자계약서를 인식하기 어려워

원래 가맹 계약서는 서면으로 제공해서 계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다음 체결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전자계약은 어떤 것이 계약서인지 인식도 못 한 채 진행되고 체결된다. 수천만 원짜리 계약이 안전 제도 없이 클릭 몇 번만으로 체결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임이 틀림없다.

약관규제법상 가맹 본사는 계약의 설명 의무가 있음에도 제대로 해 주지 않고, 점주들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말로 기록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 전자계약서는 형태도 존재하지 않아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더욱 확인하기 어렵다.

CU가 제시하는 전자계약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오히려 전자계약을 장려하고 있어 공공 조달의 67%가 이 전자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8년부터 전자계약으로 가맹 계약을 이어오던 CU는 계약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위해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노하우도 쌓여 잘하고 있다고 판단, 타 브랜드에 비해 강점인 시스템이라 강조한다.

업체는 계약 체결 전 점주에게 가맹거래법이 보호하는 14일의 시간을 주는데 정보 공개서와 계약서 등을 열람하고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전자계약 시스템에서는 계약서가 비활성화돼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투명한 계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CU 측은 컴퓨터 파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은 주변의 가족·친지 분들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알려드려 무리 없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 '당신을 위한 편의점' CU는 점주의 권리를 어디론가 날려버렸다. ⓒ시사오늘 권지예

이에 해냄 프랜차이즈전문법률원 이철호 가맹거래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14일도 짧은 마당에 제대로 확인조차 힘든 전자계약서를 주고는 확인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답했다.

그는 "양 당사자의 정보력이 대등하다면 전자계약도 정당하게 성립할 수 있지만, 가맹계약처럼 가맹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면 점주는 정보의 취득을 위해 본사에 서면으로 된 정보공개서와 계약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해 CU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점주들에게 전자계약서를 받았느냐고 물어보면 그게 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상은 14일의 유예기간 동안 손에 쥐고만 있을 뿐 그것이 정보 공개서나 가맹계약서 같은 중요한 문서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계약 당일 클릭 하는 게 점주들이 아는 전자계약의 전부다.

전문가들은 회사들 역시 정보공개서·가맹계약서 제공 확인서와는 별개로 제대로 내용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남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계약상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회사 측에서 입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는 준법감시인 제도 등을 도입해 내부 감시체계를 두고 계약 체결과정을 계약자에게 재차 확인해 자료로 보관하고 있다.

▲ CU편의점주들이 대기업 불공정거래행위 근절 촉구대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전자서명법 위반해도 법적 제재는 겨우 과태료

점주들은 본사가 발행한 공인인증서 관리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본사 직원이 회수해 갔다는 주장이 상당수 있었던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인감도장과 같아 타인이 소유하고 있다면 전자서명법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이 된다.

“2010년 3월 중순쯤 CU와 계약했어요. 당시 지면으로 계약하지 않고 본부 직원이 직접 컴퓨터에 작성하는 방식이었어요. 본부 직원은 계약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며 주민 번호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런 뒤 비밀번호를 아무거나 대라고 했어요.

돌이켜 보면 계약서를 쓰는 데 1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저는 계약서를 지면으로 뽑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본부 직원은 차일피일 미뤘고,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도 주지 않았어요“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역의 한 매장 점주는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USB를 못 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공인인증서는 인감과 같아

인증서 불법 사용에 본사는 “그런 적 없다

사법기관은 금전적 피해가 확실시되는 은행용 공인인증서가 위조 피해를 당했을 때는 민첩하게 대응하지만, 편의점 등 전자계약에 사용 중인 범용 인증서에 대해서는 피해 본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수준에서 그친다. 당연히 기소도 하지 않는다.

인감의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데 공인인증서의 불법 사용은 과태료 처분에 불과한 것만 봐도 인감도장과 공인인증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전자계약이 정당하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계약자가 인증서를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인감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CU가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는 본사와 계약한 인증업체에서 발급한다. 인증서가 아닌 인감도장이라면 누가 본사에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그러나 공인인증서를 잘 모르는 은퇴자나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경각심이 부족해 본사 직원이 요구하는 대로 이끌려가기 쉽다.

CU는 직원들이 회수해 갔다는 의혹에 대해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황에서 공인인증서를 따로 관리하거나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개점한 이후 다른 계약서를 쓸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CU는 불과 6개월 전 사명과 간판의 교체로 점주들과 대부분 전자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위법 서명 의혹이 제기됐고 일부 점주는 간판교체를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 훼미리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2개월간 전 점포 간판을 CU로 교체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사실 그때만 해도 공인인증서를 잘 모를 때였어요. 그래서 아무런 의심 없이 USB를 줬어요. 그런데 본부 직원이 USB에 들어있는 공인인증서로 최종 계약까지 다 체결했더라고요. 가맹본부가 정확하게 법에 따라서 전자 서명을 받는 게 아닌 거예요. 표면적으로는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저의 경우와 같은 편법이 횡행합니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점주를 가맹본부가 회사의 권력을 이용해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는 겁니다."

김영현 편의점협동조합 이사는 상호를 변경하는 계약 과정에서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뒤 개인 편의점으로 운영하다 CU 본사의 가처분 신청으로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제는 가맹 본사의 자정작용이 필요한 때

최근 CU 내부에서는 가맹 절차를 4단계로 나눠 설명과 교육을 통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처음 시작하는 점주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2배 이상 뛰어오른 편의점 수는 점주들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다. 폐업한 편의점이 부지기수고 먹고 살기 어려워 자살을 택한 점주도 두 명이나 된다. 이제는 본사 내에서 개점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등 자정작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미 출점한 점포에 대해서는 폐업 프로그램이나 경영 회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점주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철호 가맹거래사는 “점주와 본사의 극단적 대립은 다 같이 죽자는 말이다, 가맹 본사가 점주의 눈물을 닦아줘야지 위약금 문제처럼 강압적으로 나간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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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2013-04-18 10:05:45
개인편의점으로 변경하겠지요...인간의 욕심이란...

이수정 2013-04-15 18:44:54
하루하루가 너무 지치구 병들어 가구있습니다..
전국에 편의점 점주들은 다 함게 외치구 있을것입니다.
위약금 없는 폐점만을 바란다구요~~~

장현우 2013-04-15 00:06:45
바보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