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정계개편①>安신당 전략,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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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發 정계개편①>安신당 전략,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4.27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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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등거리 정치…여야 오작교·새정치 구심점에 방점
싱크탱크 구축, 10월 핵심세력 출마, 내년 지방선거 관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4·24 노원병 재보궐 당선." 안철수발 정계 개편이 시작됐다. 초미의 관심사는 '안철수의 갈길'을 둘러싼 거취 문제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언제 할지, 혹은 민주당에 합류할지, 아니면 무소속으로 남을지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따른 정치 지형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안 의원은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추후 행보 관련, 즉답은 피했다. "의정 활동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준비기간을 거친 뒤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많은 전문가는 신당 창당에 일찌감치 무게를 뒀다. 시기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국을 주도할 정치 세력화에 나선다는 관측이다.

특히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준비할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잠행처럼 보일지라도 상황을 봐가면서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한꺼번에 대규모 창당을 하는 대신 규모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이 남겨준 학습효과 영향도 한몫한다. 안 의원은 이미 무모한 열정으로 도전하다, 기성정치권에 크게 덴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정치적 내공이 취약했다"고 일갈했다. "인적·전략적 구성 등 대선 후보로 싸우기에는 너무도 약했다. 새로운 정치가 기성정치와 충돌하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도 보여줬다. 더 많은 성숙함과 단련이 필요하다."

당시 그가 얻은 교훈은 크게 두 가지였을 게다. '현실 정치 입문,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 정치 구현을 위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때문에 신당 창당을 함에 호언장담하듯 도전장을 내일 가능성은 적다는 거다. 또 안 의원으로서는 신당 창당보다 중요한 게 정치경험 쌓기이다. 사실상 그는 정치 새내기에 다름없다. 거물급 인사인 것은 맞지만 이제 갓 금배지를 단 초선 의원에 불과하다. 지역현안 사업부터 의정활동까지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외연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준비된 대권 주자’, ‘새 정치의 구심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다.

여기서 잠깐. 그가 내세운 새 정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안 의원은 새 정치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새 정치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걸 만들자는 게 아니다. 원래 정치가 해야 하는 일들, 즉 서민과 중산층을 대표하는 정치."

정치인이 잃어버린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거다. 부정부패하지 않는 정치, 국민이 주인인 정치, 상생의 정치 등.
그러려면 중도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이념 갈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결국 외연을 확대하는 일보다는 정치 내공을 쌓는 게 일차적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새 정치로 가는 정직한 첫걸음을 내딛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더욱이 차기 대선과 총선은 아직 먼일이다. 시간상으로 여유롭다. 달리 말하면, 원내 입성 후 안 의원과 뜻이 맞는 현역 정치인들을 여럿 만났다 하더라도 이들이 안 의원 쪽으로 합류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10월 재보선은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지방선거는 1년 남짓 남았다. 안 의원으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이 두 선거를 기점으로 1·2차 정치 세력화를 도모할 전망이다.

우선 싱크탱크 형태의 정책 연구모임을 기반으로 조직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정치 어젠다 개발과 함께 인재 네트워크를 응집 확대하는 것. 지난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장하성 교수가 모임을 주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재보선에는 김성식 전 의원, 금태섭 조광희 변호사 등 핵심세력이 출마할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10여 석에 달하는 국회의원 자리에 모두 출격하는 등의 큰 무리는 하지 않으리라고 짐작된다.

관건은 내년 지방선거다. 안 의원으로서는 차기 대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라도 전환점을 꾀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그리고 호남 등 지지세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안철수 사람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의 출생지인 영남 지역도 포기할 수 없는 승부처다. 중도를 표방한 참신한 인물을 주요 거점 지역에 배치해 영향력을 확대할 듯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철수에게 필요한 건 확실한 정치적 기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경북이라는 지지기반이 있었다. 과거 YS와 DJ는 각각 부산·경남과 호남의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라면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신당 창당의 가시화는 10월 재보선 전후로 점쳐진다. 총력을 기울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활동반경을 넓힐 거로 예측된다. 이는 민주통합당과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거다. 안 의원이 원하든 원치 않든 민주당은 밀접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

당장 5·4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심란한 모습이다. 안에서는 주류, 비주류, 친노, 비노 간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안 의원과 야권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게 생겼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확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 당 대표가 선출된다 하더라도 안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난제일 수밖에 없다. 유력 당 대표로 떠오른 김한길 의원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 안 후보를 껴안고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려면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 때문에 비주류 대표인 김 의원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쇄신하는 힘을 얻고 안 의원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거로 해석된다. 어쩌면 안 의원과 민주당 간의 가교 역할에는 손학규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나서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비주류가 당권을 못 쥔다면? 분당 사태는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박상병 박사는 민주당 쪼개지기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부적 파괴를 한다면 지금의 민주당을 중심으로 안철수 세력까지 끌어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창조적 파괴는 쉽지 않다. 분당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 분열을 촉발하든, 민주당 분열이 안철수 신당을 촉발하든 간에 쪼개지기 일보 직전은 예고된 불행이라는 관점이다.

이와 달리 강상호 한국정치연구소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이 안 의원 쪽으로 쉽게 합류할 우려는 없다고 바라봤다. "민주당 인사들이 이사 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안 의원은 제3세력 결집을 위해서라도 정상급 프로 정치인과 연대해 자신을 버려야 한다."

사실상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미 그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거였으면 이렇게 먼 길을 되돌아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안 의원 자신도 야당과의 어쭙잖은 연대나 합류는 국민 불신만 초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눈치다. 지난해 '영혼을 팔지 않았다', '가시밭길을 가겠다' 등의 발언은 '이기기 위한 전략적 연대'는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 거나 다름없다. 안철수는 안철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재보선에 임하면서 민주당과 일말의 연대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당분간은 초선 의원으로서 여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의원들을 만날 거로 예상한다. 현재는 송호창 의원을 제외하고는 안 의원과 함께 입법을 발의할 동료 의원조차 없는 실정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하려면 적어도 10명 의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뜻이 맞는 의원들을 물색하는 것. 자연스럽게 여야를 잇는 오작교 역할을 자처하게 되는 셈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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