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정계개편④>안철수 국회입성…민주당, 위기냐 기회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안철수發 정계개편④>안철수 국회입성…민주당, 위기냐 기회냐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3.04.29 0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 예상했기에 담담한 모습…安과의 관계설정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민주당은 이미 4·24 재보선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나온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우왕좌왕 하거나 책임공방을 하는 모습은 전혀 비치지 않았다. 민주당이 곧 망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객관적으로 어려운 지역과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을 향한 차갑고 무거운 민심의 밑바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이 제자리에 머무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하는 민심의 준엄한 최후통첩으로 재보선 결과를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민주당은 분골쇄신과 혁신의 대장정을 국민 여러분 앞에 다시 다짐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 야권의 단결을 위해 양보한 (노원병에서의)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더욱 축하한다"며 "안철수 후보가 이야기한 새 정치가 더 이상 말이 아닌 정책과 법안으로 국민들 앞에 제출되어야 하는 만큼 안철수 당선자의 많은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루 지난 25일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번 재보선 결과를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민주당은 127명의 의원들 모두 저마다의 무거운 책임을, 또 그 책임을 감당하면서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역시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선거민심을 통해서 야권 전체에 긴장과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더 반성하고 더 성찰하고 더 혁신하는 것만이 가야할 길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야권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민은 강력한 야권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쇄신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짐작케 한다. 동시에 안철수 후보가 이번 승리에 취해 민주당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세력 형성을 추진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 4·24 재보선 이후 민주당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자당의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하여금 노원병 출마를 포기하도록 종용했다.

설훈 비상대책위원은 얼마전 한 강연에서 "이동섭 위원장의 불출마는 당의 입장"이라며 "내가 임무를 맡아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당 차원에서 안 후보를 돕기 위해 노원병에서 오랜 기간 터를 닦아온 이동섭 위원장의 출마를 주저앉힌 셈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방법이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었다. 만약 민주당이 후보를 낸 상황에서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위상은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 민주당이 후보를 낸 바람에 야권 성향 표가 갈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때문에 후보를 내지 않고 야권 단일화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비치는 게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서는 안 후보를 배려한 모습을 비침으로써 향후 안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향후 야권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민은 강력한 야권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못한 점이 떳떳하지 못하다. 사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다면 후보를 내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각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낸 게 아니라 못 낸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덕지는 남긴 게 틀림없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 패배했지만 이를 놓고 민주당을 욕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으로서는 현상유지는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당선인이 향후 신당을 만들 것이고 이에 민주당에서 상당한 일탈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 분당을 의미한다.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당이 전면 쇄신하는 기회로 여기고 준비했다. '안철수 당선'이라는 외부의 큰 자극을 추동력 삼아 쇄신을 밀어붙일 계획이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는 안철수 의원과 당장 맞붙을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이 있는 점도 주목된다. 만약 민주당에 안철수 의원 만큼의 인물이 없다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에 밀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48% 지지율을 기록한 문 의원이 버티고 있는 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민주당에 흐르는 전반적 기운이 안 당선인에 대해 그저 관망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 노 정치인은 "우리 정치사에서 정당을 만들어 성공시킨 인물은 몇몇 안 된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정도이다. 그런데 안철수가 그런 인물이 되느냐. 안철수는 좀더 성장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민주당과 안철수 당선인은 당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야권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즘 민주당에서는 '당명까지 바꾸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념적으로도 상당히 '우클릭' 하려는 모습도 비친다. 민주당이 제대로 변할지, 안철수 당선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大記者
좌우명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