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과 1,500만 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용진과 1,500만 원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5.06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집행유예는 선고할 수 없었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신세계 그룹 2세들에게 각각 1500만 원과 1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은 작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증인으로 채택돼 골목상권 침해와 노조 설립 방해 등에 대해 증언했어야 했다.

이들 남매는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는 벌금을 내겠다고 한다. 국정감사 예정일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전문경영인을 대리 출석 시켰으나 본인이 아닌 이상 내막에 대해서 물을수 없었던 만큼 국회의 질문에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역시 이를 감안한 듯 법률상 구형할 수 있는 최고금액을 선고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가중처벌을 적용해 1000만 원이던 벌금을 1500만 원으로 상향해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1500만 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3월 26일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정확한 연봉은 확인이 불가능해졌으나 한 언론이 조사한 임원 보수 실지급액에서 드러난 신세계의 임원 1인당 실 지급액이 16억 3,500만 원인 것으로 미뤄 '정 남매'의 연봉은 그와 유사, 혹은 이상일 것이 빤히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남매의 '일급'을 계산해보면(이들은 당연히 주 5일 근무다) 626만 4300원 이다.

정 남매가 받은 총 2500만 원의 벌금은 이들이 고작 이틀하고 오전 근무만 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에 불과하다.

부담이었던걸까?

법원은 당시 국정감사의 사안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고 있었고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유사 사례에 벌금을 4~500만 원을 선고한 것에 비해 최고형인 1500만 원을 선고했다면 얼마든지 집행유예를 선고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이었으면 처분을 얼마로 했겠느냐? 이거보다 처분이 약할게 뻔하다. 재벌이라고, 돈 많다고 더 많은 벌금을 내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만인 앞에 평등한 법률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 남매는 이미 평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들이다. 법원조차도 일반인과 재벌이라며 구분짓는 말을 하고 있다.

같은 회사(신세계)에 다니는 회사원의 평균 연봉이 4010만 원 이라는 것을 감안해 법원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에게 그들에겐 종잇조각에 불과한 벌금형 보다는 집행유예와 같은 좀더 강한 처벌이 내려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