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9)>김종빈 ˝강정구 사건…나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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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9)>김종빈 ˝강정구 사건…나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문제˝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3.05.09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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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법집행기관 수장으로서 실정법인 국보법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시사오늘>은 정치 현실을 짚어보는 동시에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초청 정치인들의 강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악정치포럼은 정치인 초청 특강 및 토론 프로그램입니다.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아홉번째 초청 연사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으로 강연은 7일 국민대에서 진행됐습니다.<편집자 주>

▲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현직 대통령 아들을 구속시키는 검사는 대한민국 검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05년 '강정구 교수 사건'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반발, 총장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강정구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말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논란을 일으켰고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는 강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 의견을 냈으나 천정배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발동 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으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표를 냄으로써 천 장관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서슴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랬던 김 전 총장이 이날 강연에서는 예상과 달리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줄곧 '한국은 선진국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러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한 학생이 '2005년 검찰총장 사퇴 이유'를 묻자 마지못해  짤막하게 그 때 상황을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국정 지표로 4대 악법 개폐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손을 못 대게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융통성 있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치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낙태법이 있지만 국가 정책상 낙태를 묵인해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검찰에서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하자'는 입장을 내게 전했다.  그러나 나는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의 수장으로서 나의 소명은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개정하고 난 뒤에 그 바뀐 것을 적용하는 것은 좋지만,  아직 개정되지도 않은데다가 야당에서 반대까지 하는 마당에 검찰이 나서서 (현행 실정법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강정구 사건에 따른 사퇴는 천정배 장관과의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김 전 총장은 이날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가는데 걸림돌로써 부패 문제를 지적하며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가 폐지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TI) 발표에 따르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76개국 중 45위를 차지했다. 2010년 39위, 2011년 43위였던 순위는 3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수치를 직접 언급한 그는 "부패를 청산하는 조직인 대검 중수부를 왜 없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 서민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곳이 중수부이다. 일반 서민들이 중수부에서 조사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중수부는 정치인이나 재벌, 고급 공무원들의 부패 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이다"면서 "중수부가 하는 일이 정치인들이나 재벌을 잡는 거니까 (그 쪽에서) 없애려고 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대검 중수부는 32년 만에 현판을 내렸다. 중수부 폐지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수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야 정치권도 합의했다.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라 특별수사지원부서를 신설해 특수수사 공백을 막기로 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중수부 폐지에 대해 불만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전 총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 같이 말한 것이다.

김 전 총장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과거 대만에 가서 한 거물 정치인을 만났다. 그 때 우리나라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부끄럽다'고 하니 그 사람이 '그게 왜 부끄러운 일인가. 이 지구상에 부패없는 나라가 있나. 그런데 내가 듣기에 현직 부장판사나 고급 검사를 구속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만은 부패가 심해도 판사나 검사를 구속하는 경우가 없다. 대한민국 장래가 밝은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검찰을 '정치 시녀'라고 하지만 세계 검사 대회에 나가면 대한민국 검사들은 어깨를 펴고 다닌다. 왜냐하면 현직 대통령 아들이나 집권당 당수, 국회의원을 구속하는 검사는 우리나라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지검 특수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국 검사 발 아래에도 못 따라온다."

그는 검찰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검찰이 완전히 독립하는 건 어렵다. 상대적 수준에서 독립하는 것이지 대통령을 완전히 배제하고 수사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장은 이날 우리나라가 객관적 수치에서 선진국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려대 로스쿨 교수인 동시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선진국은 말 그대로 앞서 나가는 나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방면에 걸쳐서 먼저 나가는 나라"라고 정의하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임을 뒷받침 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IMF가 각국 산업화 정도를 측정해서 발표하는데 2011년에 발표한 35개국 가운데 한국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득 분배가 잘 돼서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높아야 한다"며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34개 나라를 고소득 국가로 보는데 2012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GDP 23,670불로 34위"라고 했다.
  
김 전 총장은 또 '인간 개발 지수'와 관련해 "국민의 실질소득과 문맹률, 기대수명 등 태어나서 잘 배우고 돈 잘 벌고 오래 사는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2011년 UN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15위로 우리 GDP의 두배인 프랑스는 20위였다"고 대비시켰다. 그는 "우리나라는 해방 당시 UN에 등재된 120개국 중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 10%에 해당하는 장수 국가"라면서 "여성의 평균수명은 84세로 세계 8번째이고 남자는 77세로 26번째"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장은 OECD 산하기관 중 하나인 DAC(개발원조위원회/24개국)에 우리나라가 2009년 11월 25일 가입한 점을 들면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1995년 12월 31일까지 원조를 받았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됐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에 임기 중 가장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것을 DAC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대단히 잘 사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그는 "정치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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