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 경영체제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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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경영체제로 재편
  • 이상택 기자
  • 승인 2010.03.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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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도우미서 자기 색깔내기 본격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3세 경영인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 3세 경영인들은 선대 회장을 보필하고 경영을 배우는 차원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기의 색깔을 내며 기업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 구본무 LG회장(좌), 박용만 두산회장(우)     © 시사오늘

◇ 3세 경영의 선두는 두산


3세 경영인들의 맏형그룹은 두산의 박용곤 명예회장 일가다. 두산그룹은 창업자인 고 박승직회장을 필두로 고 박두병회장, 박용곤(78)회장 시대를 거쳐 지금은 박두병회장의 넷째 아들인 박용만(55)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박용만회장은 둘째 형인 고 박용오 회장과 박용성 회장간의 형제난속에 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후 두산을 무난히 경영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소주 처음처럼 등 주류사업을 팔아버리는 등 사업의 중심을 중공업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모 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해 대기업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여과 없이 드러내 소탈한 회장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 뒤로는 조카인 박정원(48) 두산건설 회장과 박지원(45) 두산중공업 사장이 4세 경영에 발을 내디뎠다.

LG그룹의 구본무회장도 3세 경영인으로는 손위 그룹에 속한다. 구회장은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회장, 아버지인 구자경 회장 밑에서 경영을 배워 95년 2월부터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회장은 최근 들어 원천기술을 확보하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고 한다. LG만의 색깔을 내달라는 주문인 게다. 더욱이 구회장은 인간존중과 상생경영을 기업이념으로 ‘LG=인화’라는 등식을 실천함으로서 존경받는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일례로 구회장은 선대회장들의 동업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LG, GS, LIG와 아무 잡음 없이 계열 분리에 성공해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61) 희성그룹 회장은 일찍이 독립해 기업을 이끌고 있고 막내동생인 구본준(59) LG상사 부회장이 지척에서 큰형을 보필하고 있다.
 
▲ 재계에 3세 경영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3세 경영인들은 선대회장을 보필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을 내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정용진(中)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월 호암 이병철 서예전을 찾아 외할아버지의 유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시사오늘

◇ 이부진·이서현 전무 계열사 옮기며 터 닦기


전통적 재벌가인 삼성가와 현대가에서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3세 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고 이병철회장의 뒤를 이어 삼남인 이건희(68) 전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고 지금은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40) 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37) 제일기획 전무 등이 각 포스트를 맡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이혼의 아픔 등으로 경영에서 잠시 손을 땐듯했으나 삼성의 3DTV 해외 공략과 관련 캐나다, 중국, 미국 등을 누비며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생인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는 호텔신라에서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에서 제일기획으로 각각 자리를 옮기며 경영수업 쌓기에 한창이다.

고 이병철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67)회장도 아들인 정용진(42) 부회장 후계 체제를 곤고히 하고 있다. 정부회장은 지난 5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정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기자들과의 만남도 자주 시도하는 등 언론과의 친밀함도 과시하고 있다.

동생인 정유경(38)씨도 지난해말 조선호텔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넘어오며 경영수업 쌓기에 나섰다. 정부사장의 남편인 문성욱씨는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08년 12월 신세계 I&C 부사장으로 발령받았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50) 회장의 CJ제일제당그룹도 3세 경영이 한창이다. 이 회장은 식품 등 고유 사업군을 이끌고, 누나인 이미경(52)씨는 CJ 내 E&M 총괄 부회장을 맡으며 엔터테인먼트 사업군을 총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은둔형이지만 삼성가의 행사에는 꼬박꼬박 참가할 정도로 아버지 이맹희(79) 전 회장을 대신해 종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고 정몽헌 현대그룹회장의 딸 정지이 현대U&I전무(오른쪽 맨끝)가 현정은회장(왼쪽서 세 번째), 이병규 전 현대아산 회장(오른쪽서 두 번째)과 지난 2005년 금강산관광문제와 관련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서 세 번째)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 현대가 3세 경영 핵심인 정의선씨


현대가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3세 경영인은 정의선(40) 현대차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돼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최근 소나타 리콜 사태 등 안전문제를 직접 챙기는가 하면 지난해 출시돼 인기몰이중인 쏘울도 그의 작품이라 그에 대한 기대감은 안팎으로 크다.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신속한 리콜은 오히려 이익”이라며 “사소한 품질문제에도 적극 대처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책임감을 읽게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큰딸인 성이(48)씨는 광고회사 이노션의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이노션은 제일기획 다음으로 광고계 2위를 달리는 회사다. 현대차의 김연아 후원으로 이노션은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정회장의 둘째 딸인 명이(46)씨와 윤이(42)씨의 남편은 정태영(50) 현대캐피탈회장과 신성재(42)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아들과 사위들이 후세 경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지선(38)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회장 취임후 7년만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서서히 전면에 나서고 있다.

당시 재계에서는 “라이벌인 신세계 정용진회장의 공격 경영에 맞서 정지선회장도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동생인 정교선(38)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현대홈쇼핑 사장으로 올라서며 형을 돕고 있다.

정몽헌 고 현대그룹회장의 딸 정지이(33) 현대U&I 전무도 어머니 현정은 현 회장을 도우며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정전무는 현회장이 작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러 방문했을때도 옆을 지키는 등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5년 7월 정전무가 현회장과 방문하자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의 업적을 이어 현대가 잘해보라”며 정전무에게 많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사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현 CJ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회점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 조현준 효성 사장     © 시사오늘

◇ 한진·효성·SPC 등도 3세 체제


한진그룹도 실질적인 3세경영세대로 접어들었다. 고 조중훈회장, 조양호(61)회장에 이어 아들인 조원태(34) 대한항공 전무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전무는 지난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입사한후 2008년에는 한진과 한진드림익스프레스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전무의 누나인 현아(36)씨는 호텔과 관광계열사를 중심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조현아 전무는 1999년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한 뒤 2007년 계열사인 칼호텔 네트워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작년 4월에는 한진관광 등기이사로도 선임된 바 있다.

조석래(75) 효성그룹 회장도 3세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조회장의 슬하에는 현준(42), 현문(41), 현상(39) 등 3명의 아들이 있는데 이들 모두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는 것.

큰아들인 현준씨가 효성사장, 둘째인 현문씨가 효성 부사장, 셋째인 현상씨가 전무직을 각각 맡고 있다. 조현준 효성사장은 해외 부동산 취득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밖에 식품그룹인 SPC그룹 허영인(61) 회장의 아들 허진수(33) 파리크라상 상무가 최근 미국 제빵학교 AIB 정규과정을 이수하고 돌아와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고, 크라운해태그룹 윤영달(65) 회장의 장남 윤석빈(39) 크라운제과 상무와 윤성민(36) 크라운베이커리 상무가 각각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이들 3세들의 선의의 경쟁도 흥미를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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