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떨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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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떨군 것´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5.18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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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객석이 보여주는 국민 분열…사라진 ´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5·18 기념사 메시지는 본의 아니게 '텅빈 객석'으로 평가 될 듯 보인다.

18일 박 대통령은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기념사를 발표했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여야 당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주요 인사도 참석했다.

다만 5·18유족과 5월 단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가 본행사에서 제창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허하면서 생긴 화근이었다. 이는 곧 유족대표와 단체의 반발을 샀고, 기념식 당일 보이콧으로 연결됐다.

1980년 작곡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다 도청에서 숨진 윤상원 씨와 노동 운동가 박기순 양을 기린 노래로 전두환과 정권에 반하는 노래로 상징돼 왔다.

광주 시민은 그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보훈처는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하고, 제창을 하는 대신 합창공연으로 대체한다고 전해 각계의 비난을 샀다.  이에 보훈처는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불러도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제창 거부 방침은 철회하지 않았다. 

전날 광주 금남로를 먼저 찾은 안철수 의원은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에서 무리하게 바꾼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무리해서 (불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광주 정신을 박제화하고 있다"며 "보훈처의 옹졸한 태도의 시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불순 세력들이 5·18에 대한 역사왜곡과 광주정신을 훼손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며 "깨어있는 모든 시민과 민주세력의 분노와 항의는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컸다. '임을 위한 행진곡 5·18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는 "제창 제외는 5월 역사의 훼손"이라며 박승훈 보훈처장의 사퇴 촉구와 함께 100만인 서명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당일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노래는 따라부르지 않았다. 대다수 참석자가 따라불러 사실상 제창 형식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가운데 같은 시간 박 대통령의 굳게 다문 입은 더욱 도드라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같이 부르셨다면 얼마나 큰 대통합의 결과가 있었겠나"며 "대통합을 위해선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이번처럼 반쪽짜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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