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0)>이학영 ˝시민정치,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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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0)>이학영 ˝시민정치, 이미 시작됐다˝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3.05.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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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세력에 대한 신뢰 떨어지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시사오늘>은 정치 현실을 짚어보는 동시에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초청 정치인들의 강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악정치포럼은 정치인 초청 특강 및 토론 프로그램입니다.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열번째 초청 연사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으로 강연은 14일 국민대에서 진행됐습니다.<편집자 주>

▲ 이학영 의원은 "소수정당들도 연합해서 집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이학영 의원은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과 희망제작소 이사 등을 지낸 시민단체 출신 초선 국회의원이다. 1974년 전남대학교 문리대 학생회장이었던 그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심한 구타와 물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렇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대의정치와 시민참여정치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정치에 발을 디뎠다. 그래서인지 이날 강연의 주제도 '한국정치의 미래와 시민정치'였다.

이 의원은 우선 현 제도권 정치의 무능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기관이 국회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자료를 소개했다. 또, "'정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 후 '거짓말' '비리' '싸우는 것' 등등의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더불어 텅빈 국회 본회의장과 지난 2008년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사진을 대비시켰다.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것인데, 그는 "정치권은 지금도 쌍용차 노사 문제, 제주도 강정마을 문제, 진주의료원 사태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과두제'가 지금도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과거, 소수가 룰을 만드는 과두제 아래에서 부르조아들이 연합해 프랑스 혁명 등 시민혁명을 일으켰고 그런 피의 값으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의 의회는 힘센 일부 세력과 유착하는가 하면 의회와 정부 사이도 견제 관계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다보면 유착하게 된다. 또 정치권과 언론의 유착이 생기면서 여론의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내가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가서 지난해 100조를 예산 심의 했는데 불과 1주일만에 다했다. 사실, 각 당에서 4명 정도가 참여하는 예산심사소위가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추경 17조를 처리하는데 국회 본회의 바로 직전에 관련 자료를 준다. 정말 난감하다.

예산 처리와 관련, '쪽지예산'이라는 걸 들어봤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따기 위해서 예산 처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쪽지를 건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시설 같은 데서는 그런 쪽지를 건넬 수 없다. 힘이 센 사람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결정은 힘이 있는 소수가 하는 셈이다. 형식은 민주주의이지만 실제는 과두제인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시민정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서구 사회에서는 양당제가 힘을 잃고 있다"면서 "녹색당 등 새로운 정당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수많은 정당이 탄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으로만 정당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청년들에게 PC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정보통신료 무료, 교통사고 예방 속도 제한 등의 공약을 내세우는 (시민참여 정당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서구에서는 시민정치가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서구에서 시민참여 정치운동이 발생하게 된 이유로 "기존 정치는 물론 기존 언론이나 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 정당'과 '새로운 정당'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의 시민 참여 정치에 대해선 "4·19를 최초의 최초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4·19 직후 5·16이 일어나면서 군부가 집권을 하게 된다. 그러다 87년 6월 항쟁에서 '넥타이 부대'가 참여하는 등 시민 참여 정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2002년 대선 때 '노사모' 운동이 의미 있는 시민 정치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해 "새로운 변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좋은 대학을 나왔고 돈도 많이 벌어 사회적으로 좋은 일도 했고 사람도 진국"이라면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그런 커다란 해일이 존재하고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비쳤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2017년 신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도 양당제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풀뿌리 정당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대형 정당이 아닌 다양한 소규모 정당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는 "소수 정당도 연합해서 집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거연령을 낮추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 100만명이 '온라인'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면 이를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현행 5년 단임제에 대해선 "5년마다 바뀌니까 좋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도 빨리 대통령이 될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니까 마치 모래성 쌓기 같은 문제가 있다. 5년 단임제로는 장기 계획을 짤 수 없다. 3년차가 되면 레임덕이 시작된다. 5년 단임제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경우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나옴에 따라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아무리 시민참여 정치가 확대된다고 해도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제를 깰 수 없다"며 "대의 민주주의는 그대로 있고 시민정치는 보완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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