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 부추기는 ‘외국인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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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인력난 부추기는 ‘외국인고용허가제’
  • 윤동관기자
  • 승인 2010.03.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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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정책...업종별 특성화 작업 시급
 ‘외국인고용허가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의 인력 심화를 부추기는 등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로 시행 6년을 맞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송출 비리와 인권 유린 등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산업연수생제도를 대신해 2004년 도입됐다. 한때 기업연수를 통해 저개발국 외국인에게 선진 기술을 이전하고, 동시에 국내 3D업종에 대한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중소기업 현장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  

특히 근로자의 근무지 이탈ㆍ부실ㆍ부주의 등으로 중소기업에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 데 따른 고용계약 해지 등 사업주에 귀책사유가 없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는 오히려 쿼터(할당)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에 대한 사업주의 권한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내국인들의 취업률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쿼터를 줄였지만 여전히 도금업ㆍ섬유업종 등 제조업 기피업종에는 내국인들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며, 오히려 쿼터 축소와 기간 만료로 돌아가는 외국인들마저 생겨나 산업 현장에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까지 낳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도금업을 하고 있는 D대표는 “내국인들이 3D업종을 외면한지는 이미 오랜 전의 일로 외국 인력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각종 임금인상을 비롯해 초과근무수당 요구 등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이들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외국인들은 일을 배울 만하면 주변 동료의 권유로 임금을 더 주는 곳으로 옮겨 다니거나 무단이탈도 다반사”라며 “외국인 근로자 투입으로 장점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하소연했다. 

시화공단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B대표도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 현재 외국인력(5명)을 쓰고 있지만 체류기간 만료로 인력충원에 애로점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내국인의 경우 3D 업종에는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두는 사례가 다반사”라며 “이런 가운데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이 늘면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돼 고용조건 악화와 실질임금 하락 등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주장은 중소기업의 산업현장을 모르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약 28만 여명이 제조업에 종사해 있고, 16만 명이 서비스업, 11만 명이 건설업, 3만 명이 어업, 1만6000여 명이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장 이탈률은 연도에 따라 0.73~4.8%로 약 15%정도는 여전히 악성불법체류자로 남아 있다. 

매년 2월 말 외국인 인력 도입 계획을 고시하고, 신청 순으로 인력을 배분하는 외국인고용허가제는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이어 산업연수생제도ㆍ고용허가제 등 병행 실시 이후 본격적으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2007년 12월말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 166만여 명(노동부 집계)중 불법체류자가 22만3000여 명(21%)이었으나 2008년 말 전체 외국인 115만8700여 명중 불법체류자는 20만400여 명(17.3%)로 나타났고, 작년 7월말 현재 18만4000여 명인 15.9%로 나타나는 등 불법 체류자는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여 송출비리와 임금체불 감소 등 산업연수생 폐해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이들 외국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규제정책으로 사업주들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규정 자체도 애매모호해 근로조건이나 처우를 이유로 근로자들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많은 등 사업주의 현실적인 입장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외국인고용허가제'가 되레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전문가들은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력 제도는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이라며 “이들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도입 당시부터 구직자 명부에 제조업ㆍ서비스업ㆍ건설업ㆍ농축산업 등 업종별 특성에 맞는 세부 인력 선정과 사업주에 일부 재량권을 주어 외국 인력들이 이탈하지 않고 제도권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경우 현행 고용허가제하에서 각종 4대보험이나 야근수당 등 지불해야할 비용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해진 근로시간에서 단 1분만 넘겨도 외국인들은 법적인 조항을 들어 수당을 요구해오는 등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근무시간을 조금 넘겨 일했을 경우에도 부당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인권단체에 찾아가 사업주를 압박하는 등 정신적인 피해까지 감수하고 있다. 

게다가 사업장 변경 횟수제한이 완화될 경우 근로자는 임금에 따라 임의적으로 사업장을 옮겨 다녀도 사업주는 제재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계는 휴폐업 등 아주 예외적인 사유에만 제한을 둬야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들의 업무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계약기간 만료를 며칠 앞둔 A외국인의 경우 임금을 더 올려 준다는 동료의 말에 사업장을 무단으로 떠나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불안한 신분에서도 고임금의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5년 거주 시 국내생활 안정 등 적응도가 상당히 높아져 체류 시한 만료 후에도 귀국하지 않는 등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로 인한 ‘정주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사업주들은 외국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 연장과 교체순환 정책의 문제점을 들어 규제 강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것”이라며 “실제 4~5년 정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력의 경우 신규 인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업종별 특수성에 맞는 인력을 뽑을 수 있도록 인력관리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사업주들에게 위임과 권한을 준다면 불법체류는 상당부분 해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현재 경험과 숙련도에 상관없이 받는 최저임금제(2009년 90만4천원 기준)이외에도 무료로 제공하는 숙식 등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12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 원 정도로 야근수당까지 포함하면 평균 150만원~180만 원 정도로 내국인 평균 임금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국내 근로자가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규모 대폭 축소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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