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중,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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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중,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3.22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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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동작구청장 예비후보
 
지난 16일 우치중 한나라당 서울 동작구청장 예비후보를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있는 건물 주위로는 다른 예비후보들의 사무실이 인접해 있었고 사무실 벽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어 벌써 선거 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세종시 문제에서 서서히 오는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언론에서는 연일 각 지역의 후보자로 누가 나왔고 나올 것인지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선거까지는 70여일 남았지만 어깨띠를 두른 ‘예비후보’들이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길목에 서서 인사와 명함을 건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지만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들은 선거법의 규정 범위 안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현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현직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해 의정보고회, 각종 회의 등 유권자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폭넓은 선거운동을 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신인이나 현직이 아닌 후보자는 엄격한 선거법에 묶여 현역 정치인에 비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절대 부족으로 현저히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비후보 제도는 이러한 불공정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입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비후보 제도가 남용돼 후보자가 난립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순기능이 우세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 후보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예상 외로 넓은 공간에 비해 집기나 사람은 적었다. 본격적 선거운동이 시작됐다기보다 아직은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한양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학사장교로 중위 만기전역 했습니다. 전공을 살려서 교육계에 진출할 생각은 못했나요.

“전공은 관심 있어서 지원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좋아서 한양대에 갔어요.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안 됐고 학사 장교로 지금보다 장기인 39개월 복무했습니다.”

-공채로 삼성에 입사해서 10년간 대기업에서 일했는데 기업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때는 입사 후에 계열사를 선택할 수 있었고 저는 급여가 다른 곳보다 높은 동방생명을 택했지요. 동방은 삼성생명의 전신입니다. 일이 제 적성에 맞았습니다.”
 
대기업 10년 근무 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 입문

-삼성생명에 있다가 대신생명으로 옮겼는데 스카웃 된 건가요.

“네. 대신생명은 신설 보험사였는데 스카웃 제의가 와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전국 최연소 영업국장도 됐었죠. 은행으로 치면 지점장입니다.”

-보험사 생활을 10년 만에 그만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신생명이 신생사다 보니 출신 보험사별로 파벌이 생겨 싸움이 심했습니다. 삼성 출신, 교보 출신 별로 뭉쳐 겉만 화려하고 속은 병폐가 많았죠. 제 밑에 있던 소장이나 직원 중에는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요. 저는 영업을 잘 했지만 계파 간 알력으로 다른 계파 사람들을 헐뜯고 능력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1997년 당시 신한국당 유용태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으로 압니다. 갑작스런 변신 같은데 입문 계기가 있었습니까.

“유용태 전 의원과는 각별한 인연입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경성제대 상대에 입학해 해방 후에 서울대에서 졸업하셨습니다. 노동청 차장으로 일하셨지요. 지금으로 치면 노동부 차관이 되는데 유 전 의원이 아버지의 비서관이었어요. 제가 ‘아저씨’라고 부르며 잘 따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작고 후에도 유 전 의원이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자주 찾아왔습니다.”

-그러면 유 전 의원이 우 후보에게 보좌관으로 일하자고 먼저 제의한 건가요.

“네. 그렇죠. 같이 일하자는 얘기는 그 전부터 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업과 정치는 분야가 전혀 다른데 망설여지지 않았나요.

“제가 보험사에 있으면서 주로 했던 일은 기획과 전략, 홍보 등이어서 보좌관 업무와 관련이 깊었습니다.”
 
보좌관 시절부터 동작구에 지역 조직 조성·관리

-의원 보좌관으로 8년 동안 있으면서 동작구에서 꾸준히 지역활동을 하고 있는데 동작구가 고향인가요.

“태어난 곳은 동대문구입니다. 동작구에 친구와 선배들이 많고 모시던 의원께서도 지역 조직을 관리하라는 요청이 있어서 ‘맨땅’에 조직을 만드는 일에 힘썼습니다.”

-동작구의 당면 문제 중 특히 교육 문제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의 타 지역에 비해 어떤 점이 열악합니까.

“동작구가 과거와 달리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개발이 많이 됐습니다. 그러나 장기 거주자가 적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없다보니 쇼핑 한 번 하려면 다른 구로 가야하는 형편이죠. 거주 환경이 이렇게 된 데는 학교 시설의 부족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동작구에는 자립형 사립고나 외고, 특목고가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동작을이 지역구인 정몽준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뉴타운을 건립하겠다며 자사고 설립을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동작구 상황이 한나라당에 힘듭니다.”

-‘태성회’라는 청장년 층 부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모임인가요.

“처음에는 유용태 전 의원의 선거를 돕기 위해 만들게 됐습니다. 보통 지역 모임이라고 하면 남성들 중심의 돌격대 스타일을 떠올리는데 시대가 달라져 가족 모임으로 만든 것입니다. 태성회 모임에는 부부와 아이들까지 함께 나옵니다. 이전에 꽤 활성화 됐다가 지금은 좀 약화되긴 했지요. 연수원 같은 곳을 빌려 행사를 했는데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을 붙여주면 아이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지역활동이나 조직 구성이 정치적 목적을 처음부터 지닌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태성회의 경우 회장을 번갈아가면서 맡았는데 회장 출신들이 4명이나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시의원 2명, 구의원 2명씩이고 이 중 한 명은 현역 구의원입니다. 태성회 활동을 하면서 정치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지요.”
 

 
동작구청장 예비후보자 10여 명 중 실수는 3명 정도

-동작구청장 예비후보로 몇 명이나 등록했나요.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공천 경쟁도 치열할 것 같네요.

“10여 명 됩니다. 숫자는 많지만 허수가 대부분이고 실질적인 경쟁은 3명 정도 벌일 것 같습니다. 예비후보 중에는 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구청장 계속 나오는 사람도 꽤 됩니다.”

-우 후보는 이번 도전이 처음인가요.

“처음입니다. 저는 이번에 안 되면 깨끗하게 접을 각오입니다. 당선된다면 구청장 재선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할 의향이 있고요.”

-지방자치제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제왕적 단체장으로 인한 병폐가 심해 관선 시대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체장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저는 지방자치제도의 과도기라고 보고요. 정착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선 시대라고 해서 단체장의 비리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관선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지나친 감이 있네요. 잘못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우 후보 사무실 안에 있는 사진에서 우 후보는 결의에 찬 단단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환하게 웃는 여타 후보의 사진과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 안 되면 깨끗하게 접겠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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