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CU 사태 後 을(乙)의 외침…˝죽지 마십시오!˝
[르포] CU 사태 後 을(乙)의 외침…˝죽지 마십시오!˝
  • 김병묵인턴기자
  • 승인 2013.05.3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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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대위의 첫 행보, '을 살리기' 긴급간담회를 가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인턴기자)

▲ 28일 열린 민주당'을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긴급간담회 ⓒ시사오늘

‘갑과 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잇단 ‘갑’의 횡포 폭로와 ‘을’의 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참여연대와 28일 '을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긴급간담회'를 갖고 ‘을’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에 나섰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통인동의 참여연대 건물 앞은 어수선했다.

앞서 열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피해사례 보고대회>때문인지 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느티나무 홀은 초장부터 분위기가 달궈져 있었다.

이날 현장은 편의점․문구점 등 각 업계 대표자들이 속속들이 참석해 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민주당에서는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민수 · 이언주 · 서영교 · 은수미 · 장하나 · 최동익 의원 등 비대위 소속 7인이 자리했다

"단체교섭권의 필요성 역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이것이 을(乙)의 눈물인가 생각했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재고 밀어내기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사대 병폐”라며 “이와 같은 반칙과 편법, 불법적인 병폐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갑(甲)도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가 없고, 을은 사실상 생존여부까지 내몰리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 뒤로 각계 ‘을’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중 남양유업 사태 이후 빅3 ‘을’로 부상한 편의점, 대리점, 문구점주의 실태 고발에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주목받은 이는 전국 편의점사업자 협동조합의 방경수 대표였다. 최근 편의점 업계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네 번째로 편의점주가 자살했고 그 중 세 사람이 속했던 CU는 사망진단서를 위조한 의혹도 받고 있다.

침통한 표정의 방 대표는 “편의점 숫자가 늘어날수록 본사는 수익이 생기지만 점주들은 어려워진다. 지금 전국 편의점주 중 12만 여명은 최저생계비(2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며 절규했다.

▲ 비통한 표정으로 발언하는 방경수 대표 ⓒ시사오늘

방 대표는 또 “자영업자들에게 단체행동권을 주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며 “단체행동 중에도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비우는 것이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단체교섭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많은 언론들이 간담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간담회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아랑곳없이 속행됐다.

"점포 7000여개 다 죽을 수도 있다"

뒤이어 문구업계를 대표하는 방기홍 전국 학습준비물 생산 · 유통인 협회의 협회장은 “학용문구 등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서 보호 장치를 마련해달라”며 “현행법에 있는 조항은 권고사항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문구점들은 문구(판매)도 교재(판매)도 마트나 대형서점에 빼앗기고 식품으로 연명하고 있는 중”이라며 “학교 앞 그린푸드존 내 식품판매금지 입법이 이뤄질 경우 현재 영세문구점의 반 정도인 학교 앞 점포 7000여개가 다 죽을 수도 있으니 꼭 (입법)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리점주들을 대표해서는 김진택 농심특약점 전국협의회장과 윤영린 한국지엠전국대리점 연합회 위원장이 발언했다.

김 회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과도한 매출목표를 강제한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약정서에는 갑과 을이 합의가 안 되면 갑의 의견을 따른다고 되어있다”며 “정부에서 인정하는 검인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계약이 유효해지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정을 촉구했다.

같은 대리점 업계인 윤 위원장은 “자동차 대리점 매장이 호화롭게 생겨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자동차업계에도 밀어내기 폐해가 상당하다”고 피력했다. 

'을'의 눈물이 모여 단비가 되려면..?

그 밖에도 간담회를 메운 ‘을’들의 한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 모임’의 임영희 국장 등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소매유통업자대표 조중목 대표는 “대형유통업체에서 도매업자들을 무너트리기 위해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간담회가 이루어지는 도중 남양유업과 대리점협의회 간의 3차 협상이 남양유업 측의 불참으로 결렬되었음을 알려와 잠시 장내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기도 했다.

계속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말을 보탰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지난해 83만 여명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상당수가 도시빈민으로 추락했다”며 “민주당은 국민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챙겨주시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각계 대표들의 발언이 끝나자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공정거래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며 “공정거래위가 제대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전병헌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마음 속 깊이 ‘을’의 입장에 계신 분들의 비명과 절규에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는 6월 국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여전히 할 말들이 많이 남은 것 듯 했다. 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은 잠시 더 회장에 남아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밖에는 아직도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발언한 “죽지 마십시오”라는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민주당에서 주최한 이번 간담회가 ‘을’들의 눈물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생의 싹을 틔우는 단비로 이어질 지 지켜 볼 일이다.

▲ 간담회 후에도 남아 이야기를 경청하는 서영교 의원 ⓒ시사오늘

 

담당업무 : 공기업·게임·금융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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