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자택은 왜 MB가 있는 강남 부자동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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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자택은 왜 MB가 있는 강남 부자동네일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6.20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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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민 생활 개선에 대한 상징적 지표, 가난한 동네로 자택 옮겨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우리나라 대통령 자택이 부자동네가 아닌 가난하기로 유명한, 그런 동네에 있다면 어떨까. 집무를 보는 동안은 청와대에서 살겠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의 자택 만큼은 부자동네가 아닌 서민이 많이 사는 곳에 둔다면 퇴임 후 자택으로 돌아갈 때 쯤 그 동네는 눈에 띄게 발전돼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양극화 현상에 대한 위화감을 상징적으로 줄어들게 하는 효과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역대 대통령 자택을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화동, 윤보선 전 대통령은 종로였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당동, 최규하 전 대통령은 공덕동이다. 신군부 정권을 주도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둘 다 연희동 자택으로 같은 동에 속해 있다. 이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상도동·동교동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전 명륜동에 있다가, 퇴임 후에는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은 논현동이다. 강남에 속한 동으로 대표적인 부자동네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 자택도 강남권이다. 삼성동으로 이 전 대통령 자택인 논현동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원래 자택은 성북동이었다. 전두환 정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곳이다.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업인을 시켜 공짜로 성북동 집을 줬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군사정권이 낳은 장물 취급에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신기수 당시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성북동 집을 받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계속 도마에 오르자, 박 대통령은 평가액이 6억 여원 정도 된다는 장충동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삼성동으로 이사 온 건 90년대부터다.

공교롭게도 전·현직 대통령의 자택이 모두 강남이라는 것에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강부자(강남 땅부자)내각, 부자감세 정책 등을 펼쳐 임기 가 끝난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남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들려 왔다. 그만큼 서민을 등한시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 또한 이 같은 눈총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얼마 전 한 라디오에 출연,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처럼 다시 재벌 편을 들려고 한다"며 "이 정부에서는 부자 감세를 철회할 수 없다. 마지노선처럼 지정해놓고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이인영 전 최고위원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4·1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남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 기간 얘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줄어들었다"며 최소한의 경제민주화는 둘째치고 시늉의 경제민주화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얼마 전 <프레시안>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슬쩍 뒤로 빠지고, 창조경제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에 대해 "서민생활 안정과 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성실한 기업인을 격려하고, 투자하려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민간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과 기업이라는 양바퀴를 굴릴 때 체감 경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기업이 살아야 서민이 산다는 논리의 이명박 전 대통령 식의 낙수효과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중심추를 잘 잡지 않으면 대기업만 잘 살게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은 서민 생활의 개선에 목표를 뒀다. 이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부자동네가 아닌 가난한 동네로 자택을 옮기는 것은 어떨까. 중심추를 서민에 뒀다는 의지 표명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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