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구청앞에서 9년째 시위 … 그곳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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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구청앞에서 9년째 시위 … 그곳에선 무슨 일이?
  • 김병묵 인턴기자
  • 승인 2013.06.2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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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강북구 재개발 갈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인턴기자)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위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5년 11월이라고 했다. 그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 강북구 미아1-1지구 재개발 통합청산추진위원회의 이야기다. 재개발 조합과 SK건설, 강북구청까지 복잡하게 얽혀,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전장으로 찾아가 봤다.

수유역 근처 삼거리에 십여 개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내용은 대부분 강북구청에게 현장검증 실시나 SK아파트 사업비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 현수막들 아래 벤치에 몇 명의 조합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9년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강북구청 앞 ⓒ시사오늘

한 조합원은 “처음엔 사람이 많았어요. 1500명 정도였다가, 그다음엔 800명으로 줄고, 그렇게 9년 하다 보니까, 다 먹고살기 바쁘고 그러다보니까 지금은 몇 명 안돼요.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한 일곱 명인가 여덟 명 밖에 안 남았어요.”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무엇을 주장하고, 왜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강북구 미아7동 852번지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로 불려왔다. 이곳에 SK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24~44평형 아파트 53개동(5327가구)을 짓는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1996년 강북구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1998년에 착공한 사업은 2004년 10월 공사완료 처분고시를 통해 사실상 종료됐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은 이듬해 11월경부터 지금까지 강북구청 등을 상대로 9년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중심 주장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된다.

▲SK건설이 설계도면 보다 지하주차장 면적을 축소해 공사비 137억 원을 빼돌린 의혹이 있다.▲암반이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공사비를 부풀리고 불필요한 대피소를 지어 조합원들에게 이중부담을 시켰다는 의혹이 있다.▲강북구청은 이들 의혹을 밝히기 위해 현장검증을 실시하라

▲ 보도자료를 설명하고 있는 이근철 비대위원장 ⓒ시사오늘

서울 강북구 미아 1-1 재개발사업과 관련 재개발 통합청산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의 이근철 비대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조합장을 선출하면, 시공사에 포섭돼서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며 “SK건설에서 사실상 조합장의 일을 대신했다는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강북구청이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소수이기 때문에 다수의 입주민을 고려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2006년 당시 1500여 세대가 (조합에 실질적으로)참여했을 때는 왜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조합원은 “우리는 거지가 돼서 나왔다”며 “처음에는 28평짜리 내 땅을 내놓으면, 33평짜리 아파트를 그냥 준다고 했다. 추가부담금도 필요 없다고 했는데 지금 1억도 더 냈다. 그런 돈들이 사실 부당하게 부담된 거라면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강북구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통추위 분들은 조합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조합을 대표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조합의 내부의 갈등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구청이 그 부분에 대해 해 드릴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북구청은 주민들의 현장검증 요구에 대해 “현재 입주민 협의회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현장조사는 불가능하다. 서류를 검토해 보아도 처음 설립인가가 나갈 때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는 행정이 집행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깝더라도 하는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강북구청 복합청사 ⓒ뉴시스

강북구청은 또 “구청 측에서는 그간 최선을 다한 상태”라며 “그분들과 협의를 위해 구청장 면담이 두 번이나 성사됐었지만 의견차가 있어 성과가 없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9년 동안 이어진 시위기간동안 (급성폐렴 등으로) 5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30여명은 전과자가 됐다. 원하는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구청이 야속한 조합원들과, 행정사무 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강북구청 사이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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