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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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200억원?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03.2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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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중앙대 인수자금 어디로 갔나
'중앙대' 아닌' 수림재단'에 재산 출연
두산그룹이 지난 해 5월 중앙대학교를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당시 글로벌 기업에 걸 맞는 사회공헌활동 추진을 통한 국가사회발전 기여 차원에서 중앙대학교의 재단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재단 인수 조건으로 1200억 원 규모의 장학연구기금을 중앙대학교에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실지 두산그룹이 중앙대 재단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출연기금은 ‘학교법인 중앙대’가 아닌 중앙대 전 재단이사장 김희수씨 개인이 운영하는 ‘수림장학연구재단’(수림재단)에 출연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학 인수와 관련해 편법 매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시사오늘
지난 해 5월 7일 두산과 중앙대 법인은 최근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를 매각·인수한다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후 재단 이사회에서 매각안이 가결되고, 5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를 승인했다.
중앙대는 지난 해 5월 14일 이사회가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두산은 인수 조건으로 중앙대 재단법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장학ㆍ연구기금 1200억 원을 조성하고 재단 이사회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며 ″현 이사진도 5명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5월 28일, 학교법인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이사진 7명을 선임했다. 이날 선임된 신규 이사는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 박용현 두산 연강재단 이사장, 김철수 전 세종대학교 총장, 이동 전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이병수 (주)이수테크 사장, 이태희 (주)두산 사장 등 총 7명이다.

두산그룹이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인수와 관련하여 출연한 것은 두산(100억 원)을 비롯해 두산중공업(300억 원), 두산인프라코어(340억 원), 두산건설(140억 원), 두산메카텍(140억 원), 두산엔진(180억 원) 등 6개의 총 출연금액은 1200억 원이다.

김희수씨, 중앙대 760억 원 부채 상환, 재단 이사장 취임
고령과 누적된 학교 부채로 학교운영 어려움 겪어


1918년에 설립된 중앙대는 1987년 재일교포 출신 실업가 김희수씨가 재단을 인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중앙대는 최근 병원과 로스쿨 건물을 지으면서 학교법인과 법인 산하 기업체의 부채규모가 700억 원대에 이르는 등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학교법인 인수자를 물색하게 되었다.

김희수씨가 1987년 당시 760억 원에 달했던 학교법인의 부채를 상환하고 학교 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발전의 기대를 모았지만, 법인의 투자 능력과 의지 및 방향에 대한 논란은 초기부터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90년대 들어 일본 버블경제의 거품이 가라앉고 우리나라의 IMF위기 이후 김희수씨의 자산 부도로 학교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98년에는 김희수씨 개인 회사인 금정상호신용금고(이하 금정금고)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금정금고 경영주가 사채 조성, 동일인 여신초과대출 등 예금자산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대학 발전기금과 이월교비 등이 해당 금고에 예치해온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교비 불법인출 의혹과 관련하여 당시 총학생회 8백여 명이 김희수씨를 형사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대학 재정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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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희수씨 운영 ‘수림재단’에 1200억 출연
‘수림재단’ 실적 전무, 중앙대 지원 사례 없어

 
중앙대와 두산 그룹은 “두산은 수림장학연구재단에 1200억 원을 출연하고, 두산이 지명하는 사람들로 중앙대 법인 이사진을 교체한다”는 내용의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실제 이사진 교체가 이뤄졌고,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를 승인했다.

두산그룹은 중앙대 법인을 인수하면서 김희수 씨가 학교재단 운영에 손을 떼는 대가로 그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수림재단에 12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학교와 관련 없는 재단에 1200억 원을 출연 받고, 학교 이사회를 내준 중앙대와 두산의 거래를 두고 ‘편법적 학교 매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부채를 탕감해 주거나 출연 약속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사장이 출연금을 고스란히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사회가 교체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출연금 규모는 김씨가 학교에 썼다는 1116억 원에 94억 원을 보탠 수치다.

수림재단은 장학 및 연구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기는 했지만, 재단의 성격상 두산 출연금의 사용처는 전적으로 김희수씨에 의해 결정된다. 수림재단이 중앙대 발전과 장학금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출연금을 받기로 한 수림재단은 김희수 씨가 1990년 6월 세운 비영리 법인으로 중앙대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수림재단의 사업목적에 중앙대 지원과 관련한 명시적 규정도 없다. 수림재단은 정관에 명기된 목적 외에는 돈을 사용할 수 없는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장학금·학술연구비·교육기관·교원 해외연수 등의 지원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어 중앙대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할 규정상 의무가 없다. 또한 18년 동안 중앙대 발전을 위해 출연된 자산이 얼마인 가를 살펴보면 결과는 자명하다.

수림재단의 지난해 사업 실적은 450만원에 지나지 않고, 관할 중부교육청에 낸 수림재단의 2009년도 사업계획서를 보면 장학금 지급에 5억 원, 학술연구 지원에 15억 원, 기타 목적 사업에 5억 원 등 총 25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수림재단 또한 자본금 1201억 원의 1년간 운용수익 중 70%를 올해 안에 목적 사업에 쓰기만 하면 된다. 수림재단이 자본금 1201억 원의 금융이자 수익만으로 올해 사업을 꾸릴 경우 1201억 원의 운용수익은 6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40억 원 정도가 장학사업을 포함한 일반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실지 수림재단은 올해 50명 내외의 장학생 선발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씨가 학교에 썼다는 1116억 원은 실지 그 재산의 투입 여부에 대한 논란 또한 일어나고 있다. 김씨의 일본 반입 기부금 796억 580만원이 1987년 당시 760억 원에 달했던 학교법인의 부채를 상환한 것을 빼고는 대부분 김희수씨 개인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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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훈 총장, 중앙대 이사장 교체 관련 아리송한 행보 보여
학교법인 이사로, 수림재단이 중앙대와 관련없는 것 알고 있어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지난 해 5월 8일 교내 총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일 두산그룹과 중앙대 법인은 중앙대를 매각·인수한다는 내용의 공동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이어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교수와 학생을 위한 장학연구기금 12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기자회견은 사실과 달리, 두산의 중앙대 인수 조건인 교수와 학생을 위한 장학연구기금 출연이 아닌, 김희수씨의 개인 재단인 수림재단에 출연됐다. 중앙대측은 지난 해 5월 14일 보도자료에서 학교법인에 두산이 참여키로 한 사실을 설명한 뒤 ″이에 따라 두산은 총 1200억 원을 국내에 설립·운영되고 있는 재단법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출연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 총장은 5월 14일 이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두산이 내놓는 1200억 원은 현 재단으로 투입되며, 김희수 이사장이 일본에 설립한 학교쪽으로는 가지 않는다”면서 “최근 대기업들이 대학운영을 맡으려고 하지 않는데, 이번에 두산이 학교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범훈 총장은 다음날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수림장학연구재단은 공익재단이므로 수익금을 중앙대만을 위해 사용할 순 없다. 수익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재단이 결정할 일″이라면서 ″하지만 김 이사장이 기금 수익금 중 상당액을 중앙 가족에게 사용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총장이 기자간담회에 밝힌 ‘두산이 내놓는 1200억 원은 현 재단으로 투입’된다는 것은 분명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 총장은 이사회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 명시된 ‘두산은 총 1200억 원을 국내에 설립·운영되고 있는 재단법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출연하게 된다’는 사실을 중앙대 학생과 교직원, 동창회 등 관계자들을 혼동시키기 위해 다른 말을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또 이와 다른 내용도 있다.『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두산에 1200억 원을 수림재단에 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한겨레신문 2008. 6. 5). 이는 중앙대학교 학교장이면서 재단의 이사인 박범훈 총장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다.

그가 말한 ‘대기업들이 대학운영을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 또한 사실과 다르다. 현재 삼성은 성균관대, 현대는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LG는 천안 소재의 연암대학, 진주 소재의 연암공대를 소유하고 있다. 한화는 천안북일고와 북일여고의 소유 지분을 갖고 있다. 실지 굴지의 기업들이 중앙대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언론보도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할 경우 다양한 세금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처지에서는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두산 측의 설명처럼 사회 공헌 측면에서 기업 홍보 효과와 인재 확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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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재단 인수 인계과정, 불법 시비 제기돼
두산그룹과 전 재단 이사장과의 편법 매매 의혹 제기


중앙대 동창회 고문인 송정덕씨(정치외교학과 7회 졸업)는 작년 7월 28일 “학교법인은 개인재산일 수 없고, 부채가 있으면 그를 안거나 그 학교법인에 회사, 그 학교 장학금이나 낼 수 있으되, 물건처럼 사고 팔 수는 없다.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금전을 주고받는다면 편법이 아니라 명백한 범법”이라며 “두산그룹 중앙대 인수자금을 중앙대와 별개 법인인 전이사장(김희수 씨)이 착복한 것이 불법이 아니냐”며 검찰당국에 수사요청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박재형 검사는 지난 1월 16일 “김희수씨가 두산그룹에게 중앙대학교 재단 운영권을 1200억 원에 넘기면서 그 대가를 받은 것은 인정되나,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 변경을 거친 것이고, 1200억 원 출연에 대하여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송씨는 수사가 정당치 못하다며 재차 중앙지검 감찰부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지난 2월 11일 강지식 검사는 “앞서 검사가 결정한 처분을 번복할만한 즉, 학교재단 운영권 자체를 넘기는 대가를 별도 재단에 출연하는 것은 학교법인 재산을 매도 및 담보 금지하는 조항과는 다르다”면서 재수사 불가 처분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28조 ②항에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 중 대통령이 정하는 것은 이를 매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업다”고 명시되어 있다.

송씨가 제기한 범법문제 시비와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김희수씨가 두산그룹에게 중앙대학교 재단 운영권을 1200억 원에 넘기면서 그 대가를 받은 것은 인정되나, 1200억 원 출연에 대하여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혐의 없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이사장 교체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 변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사회의 의결사항이 정당한 지는 법적인 검토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1200억 원 출연에 대하여 대가를 받은 것을 인정하면 학교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처벌규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처벌 법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반 형법에서.
송정덕씨의 지적처럼 두산의 중앙대 인수와 관련하여 범법행위는 없는가, 수림재단으로 재산이 출연된 자금의 흐름 등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두산과 수림재단의 재단 인수인계과정이 밝혀지고, 실질적으로 중앙대 발전을 위해 재단 출연금이 사용되고 중앙대인들을 위해 그 혜택이 돌아갈 방안은 없는 가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두산그룹의 중앙대 재단 인수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의 중앙대 재단의 편법 인수 의혹, 왜 두산그룹은 ‘학교법인 중앙대’에 출연하지 않고, 김희수씨 개인 재단인 수림재단에 재산을 출연했을 가, 수림재단에 출연된 두산의 재산 행방은 어떻게 되어야 하며, 그리고 김희수씨 과연 중앙대 발전을 위해서 어떤 사업을 할 것 인가?, 과연 중앙대 총장과 이사진들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와 수림재단을 동일한 학교재단으로 보았을 까, 아니면 다른 재단인 것을 알면서도 그런 편법이 자행되도록 방치하였는 가,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는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어떻게 앞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가 관심거리로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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