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기도의 아데나워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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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경기도의 아데나워 될 수 있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3.07.0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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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주목할 정치인(3)>“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김진표 의원 ⓒ뉴시스

김진표 의원은 명문 경복고에 수석 입학했다. 서울시 고교입시에서 수석을 차지한 김 의원은  경복고를 선택했다. 일설에는 중학교 담임이 경복고 출신이라서 김 의원의 마음을 경복고로 돌렸다고 한다. 결국 수원 최고의 수재는 경복고 수석합격자가 됐다.

하지만 경복고 입학 초반에 김진표는 우울했다. 경복중 출신들의 텃세가 심했다. 그는 경복중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은 차별을 받았다. 고3때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시국은 어수선했다. 입시를 앞둔 고교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구타를 당해 40일 간 결석했다. 사회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입시에 낙방했고, 재도전 끝에 원하던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행정고시를 패스했다.

야권 최고의 정책통 VS 모피아 정치인

김진표 의원은 야권에서 보기 드문 행정전문가다. 세무행정의 달인이다. 그의 공직생활은 대전지방 국세청 소비세과장으로 시작했다. 김 의원은 YS의 최대 치적인 금융실명제 도입에 핵심실무자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를 주목했다. 청와대 비서실 정책기획수석을 맡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김 의원을 인수인계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사람 한번 써보시라”고 강력 추천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그는 만개했다. 참여정부 인수위 부위원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맡았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후, 3선의 중진이 됐다. 2011년에는 원내대표로 민주당을 지휘했다. 김 의원은 정부입장에선 골치아픈 대정부질문자다. 그가 나오면 정부관료들은 진땀을 흘린다. 경제·교육 부총리를 역임한 특이한 경력 소유자다. 그는 풍부한 관료 경험과 원내대표를 거친 화려한 정치 이력을 바탕으로 송곳 같은 매서운 질의를 한다,

김진표는 고품격의 신사다. 무조건 비판만 하는 일부 의원들과 다르다. 그는 정책의 맹점을 꼬집으면서도 야권 최고의 ‘정책통'답게 적시 적절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 정부관계자들에게 한 수 가르친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 김진표 의원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도 있다. 김 의원이 반서민 친재벌 정책을 이끄는 모피아 정치인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정치인을 지칭하는 단어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김의원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했다. 선 대표는 “(김진표 의원이) 법인세 인하를 주도해 재벌개혁을 포기했고,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다. 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를 사회주의적 조치라고 매도했고,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다. 교육부총리로서 국립대 법인화 그리고 마침내 한미FTA 추진을 적극 주도하기에 이르렀다”고 강력 비판한 적이 있다.

▲ 2010년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당시의 김진표 의원 ⓒ뉴시스

경기도 지사, 꿈은 이뤄진다?

이제 김진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지사를 노린다. 결단을 내린다면 재도전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로 유시민 후보에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김문수 지사가 힘겹게 승리를 거두자  만약 김진표가 나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며칠 전 지역 언론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김문수 현 지사의 불출마를 가정했을 때 경기도지사에 적합한 유력후보를 물었다. 여당은 남경필 의원이, 야당은 압도적으로 김진표 의원이 꼽혔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과 남 의원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김진표 의원은 6월부터 활발한 인터넷 정치를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 현안과 핫 이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분권형 개헌론, 연예 병사제도 폐지, 경기고법 설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지지 기반 확장에 나섰다. 일단 반응은 좋다.

하지만 아직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이 도지사에 당선되지 못하면 5년 뒤 정권 교체도 어려워 진다"며 "3년 전 당 후보로 나섰다가 야권단일화 후보는 물론 당선도 못시켰다. 그 책임이 있다"고 자책했다.

그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져야 할 때"라며 "당원과 도민 모두가 원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출마할 상황이 온다면 이를 기피하지는 않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의 김진표 의원 ⓒ뉴시스

여야 최대의 승부처 경기도… 후보군 넘쳐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달 4일 "민주당이 현재 처한 위기는 지난 4번의 큰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것에 기인한다. 정당은 뭐니 뭐니해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긴박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할 홍문종 사무총장도 얼마전 "서울시장 후보감이 마땅치 않다"는 심각한 고민을 토로했다.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는 인구 1200만 명이다. 경기도지사 다음 코스는 대권도전이다. 이인제, 손학규, 그리고 김문수 현 지사까지... 경기도 지사는 상징성이 크다. 여당과 야당 모두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다. 새누리당은 사수를, 민주당은 탈환을 목표로 한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경기도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내년 선거에서 서울과 인천은 악전고투가 예상된다. 박원순과 송영길이 너무 세다. 만약 경기도마저 빼앗길 경우 수도권에서 빨간 깃발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차기 대선도 위태로워진다.

야당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야당은 경기도에서만 임창렬 지사 이후, 여당의 손학규, 김문수 지사에게 3회 연속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에는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 중심에 김진표 의원이 있다. 일단 민주당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4선의 원혜영 의원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김 의원의 고교·대학후배인 원 의원은 2차례 부천시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확실한 지역 기반이 있다. 또 풀무원 식품을 창업해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이밖에도 3선의 박기춘 의원, 4선의 이종걸 의원, 김영환 의원, 5선의 이석현 의원, 3선의 최재성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만만치 않다. 진보세력과의 단일화도 거쳐야 한다. 심상정 의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의원 측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본선이다. 김문수 도지사의 선택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현재 도지사 3선 도전과 대선 직행 중 하나를 놓고 고민 중이다. 만약 김문수 지사가 3선 도전을 선택한다면 야권 그 누구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김문수 지사가 대선 준비를 위해 지방선거를 포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당이 고민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권 내 마땅한 인물이 없다. 정권 실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는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은 경기북부 김포출신이다. 역대 민선 지사는 경기 남부에 연고를 가진 정치인이 당선됐다. 남경필 의원도 거론되지만 공천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의원은 수원 영통이 지역구다. 수원은 경기도의 수부도시다. 일단 지역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풍부한 국정 경험도 장점이다. 47년생인 김 의원은 한국 나이로 67세다. 그에게 경기도 지사는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

김진표 의원은 대학시절 전후 파탄이 된 독일경제를 부흥시킨 아데나워 수상을 롤 모델로 삼았다.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한국의 아데나워’를 꿈꿨다. 이제 그가 ‘경기도의 아데나워’의 꿈을 실현할 마지막 도전을 나설 모양이다.

김진표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주어진 여건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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