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감사 명의만 빌려준 것인데 책임을 지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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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감사 명의만 빌려준 것인데 책임을 지라니요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7.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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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류 씨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박 씨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박 씨가 이사로써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식회사 만다린에 수차례에 걸쳐 돈 2억 원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돈을 빌려 줄 당시 만다린은 이미 부채가 더 많은 부실 상태였고, 박 씨도 빌린 돈을 사업자금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개인 빚 갚는데 사용하거나 가족들의 카드대금결제에 사용하였다.  화가 난 류 씨는 박 씨를 사기혐의로 형사고소 하였고, 결국 박 씨는 2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구속까지 되었다.  그렇다고 박 씨나 만다린이 돈을 갚은 것은 아닌지라 류 씨에게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만다린도 박 씨도 결국엔 빈털터리에 불과했던 터라 궁리 끝에 만다린의 대표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상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묻기로 하고, 대표이사 최 씨와 감사 김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최 씨와 김 씨는 대응하기를 만다린은 사실상 박 씨가 운영한 1인 회사이고, 자신들은 박 씨의 부탁으로 명의만 대표이사, 감사로 등재하였을 뿐 만다린의 운영자금 차용이나 지출업무 등 회사의 운영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류 씨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씨와 김 씨의 이런 주장은 과연 타당한 주장이고 받아들여질 만한 주장일까?

상법 제401조에서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상법 제415조에서는 위 규정을 감사에게도 준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식회사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순히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 위반의 행위로서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

무릇 대표이사란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집행을 총괄하여 지휘하는 직무와 권한을 갖는 기관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를 위해 충실하게 그 직무를 집행하고 회사업무 전반에 걸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지는 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타인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자신의 업무집행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아니하여 급기야 부정행위 내지 임무해태를 간과함에 이른 경우에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그 임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게 된다.  이는 명의만 빌려준 명목상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이러한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회사의 감사가 실질적으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명의만을 빌려준 채 이사의 직무수행을 감시하여야 할 감사로서의 업무에 관심을 두지 아니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박 씨는 만다린의 사업자금 차용 명목으로 류 씨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고, 만다린의 대표이사인 최 씨는 만다린의 모든 경영을 박 씨에게 맡겨놓은 채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본다.  그리고 감사인 김 씨는 이사인 박 씨가 업무집행을 감시할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하여 박 씨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도록 방임한 결과 류 씨로 하여금 돈을 편취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보게 된다.  이 사실을 류 씨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의 경우 류 씨에게도 일정부분 과실이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감안이 되겠지만 누구의 부탁에 아무런 사태 파악도 없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나 감사로 등재할 일은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우리 법원이 명의만 빌려주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정을 베푸는 것 같지는 않다. <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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