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능필수과목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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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수능필수과목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3.07.1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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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 필수지정 요구 빗발 … 다양한 방안 내놔
당장 현실화는´글쎄´
국사 선택 비율, 한국7% vs 일본 40%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학생들의 역사인식 수준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한국사 과목의 수능 필수 지정 여부를 놓고 각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유명한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와 대학생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어디인지, 그리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시사오늘>에서 되짚어봤다.

▲ 한국사 필수과목지정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위)과 오프라인 서명운동(아래) ⓒ서명운동홈페이지, 뉴시스

한국사는 어떻게 필수과목에서 제외됐나?

1973년 시행된 3차 교육과정 때 한국사는 사회과에서 분리돼 나와 독립교과를 이룬다. 아울러 초 · 중 · 고 · 대학에서 필수화했다.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도 이뤄졌다. 이후 1997년 시행된 7차 교육과정에 이르러 한국사는 선택과목이 된다. 근현대사가 독립과목으로 분과되어 나왔다. 이 배경에는 사회과의 과목별 밥그릇 싸움이 존재했다는 의혹이 자리했다. 지리 과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 지리의 세 교과로 분화하는데 반해 역사는 한국사와 세계사 둘 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과목이 더 필요해 근현대사를 떼어 냈다는 소문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서울대는 한국사교육의 약화를 우려하며 한국사를 대입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서울대에 입학하고 싶으면 한국사공부를 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다른 대학을 응시할 때는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의 비중이 커지자 응시자군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다. 철저한 상대평가인 현행 대입시스템 하에서 ‘국사를 선택하면 불리해진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날이 한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낮아졌다. 처음 선택과목이 된 2005년에는 27.7%였으나, 2013년 대입 수능에선 7.1%에 그쳤다. 일본 대입시험의 일본사 선택 비율(약40%)의 1/5수준이다.

서울대의 한국사 필수과목 해제 논란

지난 2일 한 언론매체에서 ‘서울대가 2015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를 필수 응시과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 파장이 일었다. 서울대 측에서 즉시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혀 진화됐지만 한국사교육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기사가 보도되고 서울대가 즉각 해명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울대에서 논의가 되고 있긴 한가 보다’‘이러다 서울대 마저 (한국사를)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 섞인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서울대학교의 국사과목 필수지정 폐지 논의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제기되는 문제”라며 “사회탐구 과목과 관련된 사항은 변동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폐지를 검토한 적 있다고 알려진 것도 오보”라며 “서울대학교가 한국사를 대입 필수로 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세간의 여러 시각차 때문에 그런 논란이 이는 것 같다”고 못을 박았다.

역사교육 논란 재 점화 … 한국사는 돌아올 수 있을까

서울대의 한국사과목 필수제외 소동은 지나갔지만 한국사교육 약화에 대한 논란은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우리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족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발로 인한 역사왜곡 우려는 여론을 더욱 달궜다.

▲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여부 여론조사 ⓒ시사오늘

<시사오늘>에서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0%에 가까운 시민들이 한국사의 대입 필수과목 지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의 대학들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필수과목처럼 선택해 한국사선택을 유도하자는 의견은 12%, 현행 선택과목 유지로 충분하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고등학교의 한 역사교사는 “우리처럼 자국의 역사를 이처럼 철저히 무시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역사교사는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수업을 소홀히 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수능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0일 김영환 의원 외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인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한 달 뒤 6월 26일에는 이용섭 의원 외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8인이 새로운 개정안을 내놓았다. 앞서 내놓은(대표발의 김영환)개정안이 한국사를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가장 최근의 개정안(대표발의 이용섭)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사가 대학입시에서 외면 받은 결과 학생들의 역사지식과 역사의식이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한국사교육 강화로 위기에 처한 역사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사 대입필수과목 지정방법 여론조사  ⓒ시사오늘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는 ‘수능과목으로 필수지정 해야 한다’는 의견이 56%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으로 대체가능하게 하자는 의견이 38%, 기타 의견은 6%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여러 번 볼 수 있는 자격증보다 수능에 필수로 채택해야 열심히 할 것’(필수지정 찬성)‘대학 입시 뿐 아니라 국가고시나 취직에 이용할 수 있도록 검정시험대체가 좋은 방안 같다’(검정시험 대체가능 찬성)‘수능은 필수로 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취득하면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기타의견)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육부도 7일 한국사교육 강화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한국사 이수단위를 현행 5단위에서 6단위로 늘려 운영토록 하는 한국사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과목을 일정 기간에 몰아서 학습하는 ‘집중이수제’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것이다. 집중이수제는 이미 현장으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한 입시학원강사는 "집중이수제야말로 귀태"라며 "한국사는 처음부터 집중이수제 대상에서 제외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한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와 교수법을 개발 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밑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 ⓒ뉴시스

쐐기를 박은 것은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평가 기준에 한국사 과목이 빠져 있으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게 된다”라며 “평가 항목에 한국사를 넣어야 한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당장에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6월 1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수능은 시험영역과 과목을 선택토록 하는 과목 선택형 체제”라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한국사과목 필수지정은)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사회과목 교사들의 반발도 일어났다. 15일 전국의 사회 도덕 지리 교사 모임 등 25개 교사단체 및 학회는 성명을 통해 ‘한국사 수능 필수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사회탐구 영역은 10개중 최대 2개를 선택하는데, 국사를 필수화할 경우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선택은 1개과목밖에 남지 않아 다른 선택 과목은 수능 과목으로서 존립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이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반발움직임에 한국교총은 이날 자료를 제시하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하지는 것은 사회탐구 영역과는 별개의 과목으로 치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고교의 현직사회과 교사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사회과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쳐질까봐 우려 된다”며 “현장의 의견과 여론을 수용해 대입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흐름은 만들어졌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한국사 과목은 수능필수과목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우리의 역사교육은 어떻게 변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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