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책임 있는 노동운동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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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책임 있는 노동운동 하겠다″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9.03.2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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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서울메트로) 노조 정연수 위원장

지난해 말 임단협 인준 부결로 인해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제15대 집행부가 총 사퇴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실시된 제16대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선거에서 노조위원장으로 정연수 전 위원장이 당선됐다.

정 위원장의 당선으로 ‘파업철’이란 오명을 받았던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정 위원장은 평소 조합원과 시민이 함께하는 주인노동운동과 공공노조의 특수성을 역설하며, 노조의 형태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인물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서울지하철 노조는 서울시와 지난달 2월 9일 ‘서울시 공기업 노사정 화합 평화 및 사회공헌 선언’을 통해 시대에 맞는 노사 공동노력으로 어려운 경제난을 헤쳐 나가자는 결의를 다진바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 동참 선언은 민주노총 단위사업장 중 처음이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우선 조합비 중 일정액을 떼 내 총 1억원 규모 청년 일자리 창출기금을 조성한다. 이에 강경했던 서울시와 공사 측은 서울메트로 직원 감원계획을 재검토 하는 등의 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정 위원장을 각종 언론 매체에서 화제의 노조와 인물로 다루고 있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일 정연수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제16대 서울지하철 노조 위원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서울지하철 노조가 언론에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향후 정책과 방향, 과제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올해 서울지하철 노조가 설립된 지 22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서울지하철 노조는 천만시민과 함께하는 노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왔으나 시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는 재야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이 우리 사회 구성원과 함께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역사를 통해 확인해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과 그 일부인 서울지하철 노조의 형태는 과거와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슈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그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즉, 대안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회사 최고경영층은 자신들의 임기 2~3년을 경영하지만, 우리 조합원은 그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서울메트로를 운영함으로 서울메트로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고 조합원이 실질적인 서울메트로의 중심입니다. 이는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 에도 그럴 것입니다. 또한 지속 과제로 주인인 조합원의 경영 참여에 대한 과제는 임기 중 중심이 될 화두입니다.“

-그동안 강경했던 노조의 노선이나, 전투적이던 협상 방법의 전략이 달라지는 것이지?

“서울지하철 노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이용시민의 교통복지 증진에 있기에 노사의 목표가 동일하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시의 창의시정 방침에 의해 추진된 일방적인 창의혁신 강요가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되었는데 지난 2월 9일 ‘노사화합·평화 및 사회공헌 선언’이후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간 서울지하철 노조가 문제해결 방법으로 잦은 쟁의권 발동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이는 자칫 진정성의 왜곡과 시민의 불편, 소모적 비용의 지불 등 문제해결의 한계를 보여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되지 못함을 보였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기존의 종속적 관계에서 출발한 노동운동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들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으로 이끌어 갈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노조의 일방적 양보가 아닌, 여론의 공감대 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원천적 힘을 통해 노조의 협상력을 극대화 하려는 방식입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시민과 노조가 한배를 타고 있음을 인식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노조의 일방적 해결방식이 아닌 시민의 관심분야에 대한 세심한 연구노력으로 노조의 진행방향과 시민이 같은 지향점을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이 노조의 문제제기에 관심을 갖고 노조는 시민에 호소 할 수 있고, 지지 세력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만간 물가 인상으로, 지하철 이용요금 인상이 예정되고 있습니다. 서울메트로의 적자 운영으로 다시 시민에 전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요금인상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보다는 관계기관 각자의 역할을 즉, 경영효율화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우선 정부를 보면 책임 있는 역할보다는 상부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책임 전가를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경영효율화를 하면 요금인상을 안해도 됩니다.

첫째, 정부 비용인 노인무임승차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400억 정도 됩니다. 이 비용은 정부가 노인복지 예산으로 지급돼야 하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지자제인 서울시에 전가하고 다시 서울메트로에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교통비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간접세가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원칙 없이 운영하고 공사의 방만한 경영탓으로 돌리는데, 이는 조세 및 공사경영구조를 왜곡시키는 일이죠. 이러한 비용은 최근(6년)의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 부분이 누적 적자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보더라도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므로 이젠 올바로 잡아야 하겠죠.

둘째, 수도권 지자제들과 환승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이 비용 또한 서울과 경기도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데 일부 경기도에서 지불하는 비용을 빼고는 한해 약 1200억원 정도의 비용으로 고스란히 서울지하철에 전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둘을 합치면 한해 약 2600억원 정도의 고정적자 폭을 떠안고 있고 이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죠.

이러한 내용은 과거 청원서(서울메트로 공적비용 청구서)를 통해 국회와 시의회에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운영의 묘를 살려야 될 수도권 전체의 교통망운영 개선도 적자의 요인입니다. 심야열차 운행 문제입니다. 심야 시간대에는 지상교통이 원활히 움직이기 때문에 심야 열차운행은 승합차의 운행보다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전철은 전기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교통 수요가 없는 가운데 모든 노선에 전기를 공급하면 결국 비용이 낭비되는 것이죠, 이런 비용이 대략 월 300억 정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국가 자원의 비효율적 운영 사례죠.

정리하면, 각 기관 위치에서 책임행정, 국가 자원 운영의 효율화 등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문제는 시민들이 잘 모르는 사항인데, 이제는 노조가 이러한 문제 제기와 원칙을 앞장서 알리고 시정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하철의 가장 많은 이용층이 서민인 만큼 이런 비용이 간접세 형태로 왜곡되는 것을 막아 서민에 전가될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 노사정 대화와 노조의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공헌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을 말씀해 주시고 이로 인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인지?

“실물경기의 침체로 경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정부의 노동 분야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노동법 개악 특히 이제막 시행단계에 있는 비정규직법의 개악을 시도하여 분란을 초래하기 보다는 힘없고 서러운 계층인 서민( 남성노동자는 물론 전체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속함 )이 대부분인 비정규직의 고충을 이해하고 돕기 위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기업은 국가적 재앙이었던 IMF시절 고통을 극복하게 한 주체인 국민과 노동자들을 외면 혼자 잘살겠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어려울 때 함께하고 위기 극복의 근간인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극 찾고 실천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생색내기가 아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는 기금 마련, 해당분야 지원사업, 봉사활동 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그분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함께하고 나누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극심한 수해지역인 봉평, 설악등 복구사업, 서해안 기름유출지역, 시민을 위한 마라톤 대회, 노인급식, 노숙자 돕기, 명절 귀성객 돕기 등)국민과 몸과 마음을 함께하는 활동을 해 왔고 각자 비번시간을 쪼개 계속하려 합니다.

대기업노조나 공공부문의 노조가 이제 자신들의 이해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월 노동계 최초로 서민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노조 살림을 줄인 조합마련 기금 1억 원을 내부 동의를 거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 비용으로 성금할 것입니다. 노동조합 조합비 상당 부분은 과거 쟁의행위로 소진됐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비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소모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최대한 절약해 어려운 이웃ㆍ청년ㆍ노인  등 실업 문제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도록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른 시점에서 역으로 조합비 인하는 쉽지 않은 결정 … “한발 더나가 기업보다 먼저 사회공헌을 위한 1억 원의 기금 마련은 조합원들의 국민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표현”
 
- 정 위원장께서 임기 중 노력하실 노동운동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노동운동의 한축인 공공부문이 중지를 모아 노동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고심중에 있고 조만간 침체돼있는 노동계의 활력을 불어 넣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공익성이 강해 건강하고 도덕성을 담보해야 하는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 스스로의 위치에서 역할 중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우선을 잘 따져 노동운동의 새로운 에너지 역할과 공익적 전문성을 갖춰, 대정부 교섭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양대 노총의 현재 활동과 앞으로의 서울지하철 노조 활동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서울지하철 노조는 양대 노총의 운동방식을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양노총이 현재 처한 사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 속에 미래를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여러 방식과 형태로 다양한 시대적 사회계층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시도 할 때라 봅니다.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사회 근간인 서민들의 주름과 시름은 더해 가는데 정부나 양노총이나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 같은 것이지요. 이럴수록 더욱더 보는 시각을 넓히고 당면한 현실에 노사정이 함께 중지를 모아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로 봅니다.

조합원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방식에 있어 때론 투쟁을 앞세워 강하고 거칠게 몰아붙여야 하겠지만 협상을 해야 할 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죠, 서울메트로노조는 오랜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강한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이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죠.“
 
-마지막으로 노조의 향후 일정과 의견이 있다면.

“그 어느때 보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공공의 이익이 우선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를 이뤄가는 과정에 노동자는 긍지를 가지게 되며, 국민은 노동운동을 신뢰하는 사회적 연대가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이는 리더십의 발로이고 강력한 교섭력과 해결능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조합원과 함께 우리 서울지하철 노조의 미래 지향점에 대해 현장에서 보고·듣고·찾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과 교감이 쉽지 않은데 다양하고 밀접한 대화와 소통방법을 찾아 문제를 찾고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 보편화돼 있는 인터넷에 노조 홈페이지 방문을 쉽고 편하게 하기위해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등 보다 간편하게 접근,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아이디어 제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연수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운동의 시대적 변화에 대한 노력과 여러 방법의 현실적 접근과 문제에 적절히 대처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공공부문 노조의 힘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일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편향되고 과도한 정책 수행으로 이어질 때 노조 자신과 국민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전가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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