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 경영성적표③>15배 규모로 그룹확장, 이재현 A+, 신성장 동력 확보 나선 정용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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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3세 경영성적표③>15배 규모로 그룹확장, 이재현 A+, 신성장 동력 확보 나선 정용진 B-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8.2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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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 정용진(좌) 부회장과 이재현(우) 회장의 향후 거취에 그룹사의 운명도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뉴시스

삼성에서 버림받은 비운의 왕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546억 원의 탈세와 963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동시에 CJ그룹도 코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게 되자 그룹 전반에 미친 그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CJ그룹은 1993년 당시 삼성그룹의 계열사 정리계획에서 떨어져 나온 제일제당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삼성전자의 전략기획실 이사로 있다가 제일제당의 경영을 맡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리틀 이병철, 문화사업에 뛰어들다
17년간 15배 규모로 그룹 확장

▲ CJ 그룹 본사 사옥 ⓒ뉴시스

1995년 제일제당의 매출은 1조7,300억 원. 1993년 삼성 그룹이 벌어들인 29조 원에 비하면 턱도 없는 규모의 회사였다. 이 회장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식품 부문에서 영역을 확장해 바이오·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물류·신 유통의 4대 사업 체제를 갖추고 사업의 다각화를 꾀했고 그대로 적중하면서 재계 14위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놓치지 않고 있었다. 주력이던 식료품 사업을 운영하면서 당시만 해도 누가 필요로 하겠냐고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햇반’을 출시했고, 식료품이라는 전문적인 콘텐츠로 빕스를 오픈해 본격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2월 드림웍스SKG를 설립한 것으로 전통적인 식료품 사업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첫발을 디뎠다. 1995년 12월엔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CGV를 설립하고 97년 음악전문 케이블방송 m-net을 인수하면서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영화를 중심으로 케이블 방송과 엮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당장의 실적을 기대하기보다 앞으로 벌어질 무한한 크기의 시장 규모를 내다보고 콘텐츠를 선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CJ그룹에서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CJ가 투자한 영화를 보고 CJ의 케이블 방송을 보다 잠이 든다.

먹거리 기업에서 종합생활문화 기업으로…

이 회장은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중요해지는 문화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를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키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그룹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매출 1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 17년 만에 15배 넘게 성장한 예는 매우 드물다며 이재현의 경영능력에 대해서 만큼은 최고점을 줘도 이견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특히 ‘식품회사’ 제일제당의 인식을 단기간에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시킨 것은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문화기업으로 변모한 CJ그룹의 가양동 E&M 스튜디오 ⓒ뉴시스

1990년대의 CJ그룹이 선택과 집중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대형 M&A를 추진하면서 4대 사업 체제를 공고히 하고 몸집을 불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1998년 첫 물류사업을 시작한 이재현 회장의 신 유통 부문은 홈쇼핑의 최강자 CJ오쇼핑과 택배의 대명사 CJ GLS, CJ 대한통운, 새로운 약국 형태인 CJ올리브영을 내세워 주력이었던 식품사업의 매출 비중을 2011년 뛰어넘고 최대의 사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4대 부문 중 하나인 바이오와 생명공학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음료 사업부문을 롯데칠성음료에 매각하고 2004년 한일약품을 사들여 제일제당과 함께 바이오와 생명공학에 투자규모를 확대했지만 핵산(식품조미소재)과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게 전부다. 그러나 식량이 무기가 되는 현시대를 감안한다면 이재현 회장의 안목을 믿어볼 만 하다.

이재현의 실패, 안갯속 CJ 그룹

이 회장에게 늘 성공만이 따랐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 사업 ‘드림라인’은 그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1997년 한국도로공사와 공동으로 설립하면서 “모든 사업이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드림라인을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혀 인터넷 사업에 치중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포화로 2001년 지분을 SK브로드밴드(당시 하나로 텔레콤)에 100% 전량 매각했다. 사실상 인터넷 사업을 접은 것이라 볼 수 있다. 1997년 제일 투자증권을 인수해 만든 CJ 투자증권도 2008년 현대중공업에 매각해 수익은 올렸으나 시기를 잘못 선택해 실패한 사례로 기록됐다.

최근 실질적 창업주나 마찬가지인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 CJ그룹은 벌여놓은 사업 계획들을 보류하고 있다. 올해 해외에서 10조 5,6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완수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황성현 경제 평론가는 “CJ 그룹이 꾸준히 투자를 해온 영화나 공연은 2~3년 준비기간을 보는 구조라 당장 영향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재현 회장은 뚝심 경영 스타일인데 사주의 공백이 CJ의 장기 투자에는 영향을 줄 것이다”고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정용진, 이마트와 신세계 분리 성공
시장의 평가는 '글쎄요'

▲ 신세계 그룹의 야경 ⓒ뉴시스

또 한 명의 범삼성가 왕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리 경영을 단행했다. 업태가 다른 만큼 분할해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의사 결정을 더욱 신속하게 한다는 취지다. 그의 선택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2011년 6월 10일 분리된 이후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얼마간 상승세를 보이다 같은 해 9월 23일 33만4천 원을 정점으로 2년이 지난 6월 28일 최저 18만4천 원을 찍으며 개장 첫날의 종가인 22만3,500원을 밑돌았다. 신세계 역시 분리 첫날 40만7,500원을 기록한 뒤 13년 8월 20일 20만9천 원으로 마감하며 절반에 겨우 턱걸이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정 부회장의 경영 부족 탓이라기보다 신세계가 백화점 업계에서 현대와 2위를 다투게 되면서 다른 전략으로 접근한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업성이 좋다면 초기 투입 자금의 액수를 상관하지 않는 공격적인 투자방법을 조금 선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사실 정 부회장은 이 전략으로 스타벅스가 성공하자 그는 신세계나 이마트에도 적용해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했다.

적극적인 투자, 정용진의 전략

그렇게 정용진 부회장에게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게다가 올해 초 노조의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그는 지난 2월 20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의 SSM 확장 선택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그룹 전체의 악재로까지 나타났다. 회사 측은 사임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미 재계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소나기를 피해 가려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신세계·이마트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건 PL(Private Label) 사업의 성공과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처럼 한 건씩 크게 터뜨려 주는 정용진의 힘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표건표 호서대 교수는 정 부회장에 대해 “성격에서 비롯된 신중한 경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경영에 가까워야 할 것이고 또 21세기가 그를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며 신뢰를 보냈다.

정 부회장은 하반기 1조 원을 투자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다만 대형마트는 신규출점 제한에 따라 이마트의 투자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이날 “국내외 경기는 불투명하지만 내수경기 진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며 “유통소매기업의 특성상 국내 투자가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 이마트 본사 ⓒ뉴시스

소통이 답이다

범삼성가의 두 왕자 모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사업 운영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분야의 전문가들을 두고 그들을 활용해 그룹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정용진은 SNS 등을 통해 소탈하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차이인 소통의 흐름 방향이 그룹의 운영방식을 달리하게 했다. 현재로서는 사람을 아우르고 귀중하게 생각하는 이재현 회장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 다시 한 번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면서 주저앉은 신세계그룹에 날개를 달아 줄 수도 있는 만큼 어느 누구도 쉽게 그들의 성패를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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