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 이야기> 생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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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 이야기> 생인손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9.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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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전 부치기, 송편 빚기, 밥하기, 국 끓이기, 고기 굽기, 밤까기, 나물 다듬기, 손님상 차리기, 설거지하기, 걸레질하기……. 가뜩이나 고된 살림살이로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추석 연휴 동안 쉴 틈 없이 해치워내는 일들의 일부이다.

추석 연휴 동안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니 매해 추석이 끝날 무렵이면 어머니들 몸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추석 후유증이라고나 할까.

연휴가 끝난 며칠 후 병원을 찾아온 한 어머니도 추석 후유증의 희생자였다. 이 어머니가 내민 손가락은 끝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큼지막하게 부어 있었고,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연신 욱신거리는 통증에 매우 괴로워 했다. 추석 내내 요리와 설거지 등을 해온 탓에 손 끝이 갈라지고 작은 상처가 생긴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손가락 끝에 염증이 생기고 곪기까지 하는 병. 우리는 이것을 일컬어 생인손이라 한다.

생인손은 예로부터 생안손, 생손앓이, 사두창 등으로도 불려왔던 병으로 의학적으로는 조갑주위염이라고 불린다. 국립국어원의 자료에 따르면 생인손의 어원은 ‘생(生), 앓, 손’이 결합되어 형성됐다.

생인손은 손가락 끝 피부의 갈라진 틈으로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심하면 피부 속에서 고름이 발생되고 심하게 부어오른다.

빨갛게 부어오르는 초기 생인손의 경우는 약물 치료 또는 일부 민간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일부는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빨갛다 못해 누렇게 고름이 차오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만으로는 절대 나을 수가 없으며 반드시 칼로 고름주머니를 절개해 고름을 충분히 빼내야 한다. 고름이 밖으로 충분히 빠져나오지 못하면 염증은 점차 주위로 번져나가 손톱 밑까지 고름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되면 손톱이 빠지는 불상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생인손은 초기에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노란 고름집이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 멸균 소독된 기구로 절개한 후 고름을 빼주어야 한다.

간혹 일부 생인손 환자의 경우 소독되지 않은 바늘을 이용해 고름집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고름이 충분히 배농이 되지 않고 바늘을 통해 또 다른 세균 감염까지 발생해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섣부른 자의 처치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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