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 ˝계파 없는 정치에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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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계파 없는 정치에 도전할 것˝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3.10.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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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전부대변인 ´얼짱 정치인´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힘없는 사람의 대변인 될 것˝…˝중도층 안지 못해 대선 패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김병묵 기자]

▲ ⓒ시사오늘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지난 총선 때 ‘야권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예쁜 외모 때문일까.’ 민주당 스타 정치인들까지도 정은혜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했다. 정은혜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렸고, 그의 주가는 올라갔다.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정치인 ‘정은혜’는 대학 시절부터 정치에 뜻을 두고 선거 캠프의 자원봉사부터 시작했다. 이후 정책연구원, 지방선거 아카데미,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일하며 정치를 배웠다. 때론 설움 속에 ‘재투성이’가 되기도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에게 총선을 대비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공개 모집은 갑자기 찾아온 기회였다. 경쟁을 뚫고 민주당의 비례대표가 된 그는 총선에서 이준석, 손수조, 김재연 등과 함께 ‘청년정치 열풍’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비교적 후순위인 비례대표 27번을 받아 19대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낙선이란 두 글자를 받아든 그는 좌절 대신 자신이 할 일을 찾아 나섰다. 민주당의 상근 부대변인 직도 맡았다. 독거노인과 미혼모들을 찾아 봉사활동도 했다. 지난 5월 당 부대변인 임기를 마치고 여성위원회 활동을 다시 시작한 그와의 인터뷰는 10월 5일 국회 앞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정치를 시작하게 된 시점은 언제입니까.

“대학교 3학년 때, 2004년 총선 때 처음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민주당에서 정윤재 후보가 그 지역에 나왔거든요. 대학생 선거운동으로 자원봉사를 했어요.”

-정치권에 들어오려면 보통 추천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니에요. 그냥 제가 찾아갔어요. 율동을 하는 것도 좋고, 커피 타는 일이라도 좋으니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어요. 2006년에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후보 캠프에서는, 대학생 아카데미에 속해 있어서 같이 하게 된 거구요.”
2004년 17대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던 열린우리당 정윤재 후보는 한나라당 권철현 후보에게 패해 17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당시 당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원의 ‘노인 폄하 발언’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열린우리당 간판을 들고 200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패했다.

-뒤에서 밀어준 사람은 없는 거네요.

“네. 민주당정책연구소에 들어갈 때도 그랬어요. 들어갈 때는 열린우리당 산하의 열린정책연구원이었죠. 제가 실수로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늦게 내서 그 학기에 논문을 못 내게 된 거예요. 한 학기를 놀 수도 없고 해서 인턴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다가 들어가게 된 거예요. 마침 거기 있던 인턴연구원이 대학원에 들어가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에 면접을 거쳐서 제가 가게 된 거죠. 연구원에서는 교정하고, 문서 복사하고 그런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다음 학기에 논문을 쓰려고 했는데 민주당에서 청년비례대표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더라고요. 그 때 듣기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데도 몇 억씩 든다는데, 동영상과 자기소개서만 있으면 선거에 나갈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어요. 연구소 사람들에게도 말을 안 하고 지원했는데, 1차 서류심사가 합격을 하는 바람에 다들 알게 된 거죠. 면접 장소가 연구소였거든요. 372명이 지원을 해서 100명 정도가 남고, 면접을 거쳐 48명이 최종 합격을 했어요. 합숙을 통해 최종 선발자를 가린 거죠.”

-최종 합숙에선 어떤 걸 했나요.

“모의 입법 같은 걸 해 보고요, 전 미혼모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한 부모 가정 지원법을 발의했었어요. 또 기사를 주고한 시간 안에 대변인처럼 발표를 해봐라, 그런 과제도 있었어요. 투표를 통해서 20대 두 명, 30대 두 명이 선정됐었어요. 30대 두 분은 지금 의원이 됐고, 안상현 후보와 저 둘이 20대였죠. 제가 27번, 안상현이 28번 받았죠.”
정은혜는 어렵게 비례대표로 선출됐는데, 결국 후순위로 밀려 총선에서 낙선했다. 당초 민주당은 청년비례대표는 모조리 당선권 안에 놓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당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듯싶다.

▲ ⓒ시사오늘

“청년대표, 충분히 활용 못 해 안타까워”

-비례대표 뒷 번호를 준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듯싶습니다.

“제가 정치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네 명이 다 당선 가능권에 들어간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전략 자체도 20대에서 1등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세웠거든요. 아니면 여자 중에 1등, 그렇게 전략을 짰죠. 결국 27번을 받았어요. 가능성이 없다 정도는 아니지만, 아쉽긴 했죠.”

-당초 당선권에 배치한다고 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죠.

“예상보다는 뒷 번호가 된 게 맞죠.”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껍데기만 청년을 내세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안철수 현상이 확 떠오르면서 새누리당도 이준석이나 손수조가 나오고, 민주당도 대항마로 청년들을 뽑았어요. 진지하게 청년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당장 젊은 친구들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하겠다는 게 당지도부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죠.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사실 네 사람을 다 공천을 안 줄 수도 있었어요. 또 둘은 주고 둘만 안 줄 수도 있었고요. 당 지도부가 어떻게 순번을 배치하는 게 나을지 계산해 봤을 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공천을 주도한 사람들이 친노들이라, ‘내 사람 챙기기’에 후순위로 밀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례대표 분들 면면을 살펴보면 굉장히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수는 많은데 자리는 한정이 돼 있고 하니까. 거기에 들어가야 할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내 사람 챙기기라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는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건 당시 당 대표와 지도부들이 결정한 거구요.”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면 어쨌든 공천 실패를 한 거잖아요. 청년대표를 앞에 배치했다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었는데요.

“제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는데요, 연예기획사에서도 아이돌 스타를 키울 때 어떤 재능이 있어서 발탁을 했으면 계속 관리를 하거든요.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 이런 행동을 해야 된다’하고 알려주는 식으로 트레이닝을 시키는데, 사실은 저희 네 명을 뽑아 놓고 그런 게 없었죠. 그건 좀 안타까워요. 저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이친구들을 데리고 앞으로 우리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함께 해결해 보겠다고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총선 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아쉽죠.”
낙선에도 불구하고 정 부대변인은 여러 선거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원유세를 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얼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웃음)저는 지원유세하면서 한명숙 대표와 같이 다녔어요. 예쁜 애라서가 아니라, 나이 많은 분들 사이에 젊은 애가 있으면 사람들이 ‘쟤는 뭐지?’라고 하면서 한 번이라도 민주당 쪽을 더 봐 주길 바랐어요. 그러다 민주당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당 지도부나 출마한 후보들이 저를 불러서 소위 ‘비주얼 담당해라’, 그런 것은 없었어요.”
정가에는 시쳇말로‘미인 여성 정치인’계보가 있다. 과거 새누리당의 김영선 전 의원,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이 그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나경원 전 의원, 조윤선 장관 등이 재색 겸비 여성 정치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무래도 얼굴이 예쁘면 방송에서 많이 불러주지 않나요.

“(웃음)보통 제가 출연한 방송은 카운터파트너가 있는 방송이에요. 이준석 씨나 손수조 씨가 나올 때 제가 나간 거죠.

저 혼자 단독 인터뷰를 한 적도 있지만, 주로 TV토론 프로그램은 그렇게 구성이 되어 있었던 거죠.
잠깐 여담이지만, 이준석, 손수조 그 친구들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 친구들이 새누리당에서 역할을 충분히 해 줘야, 국민이나 언론에서 봤을 때도 그럼 민주당에는 이런 친구들이 어디 있지 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럼 민주당도 청년들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정은혜는 〈SBS 시사토론〉,〈MBC 100분 토론〉,〈TvN 끝장토론〉등 패널로 자주 출연했다. 오는 11월에는 SBS에서 특집으로 기획한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이라는 프로그램에 민주당 정봉주 의원 등과 함께 나온다. 아마도 그의 미모가 이같은 출연을 결정짓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은 짐작만 할 수 있다.

-이준석, 손수조보다 지명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많이 떨어지죠.”

-민주당에서 지원 사격을 해줄 만한데요.

“그건 아니에요. 당에서는 밀어줄 수 있을 만큼 밀어줬는데, 국민들 뇌리에 각인이 되지 못한 거죠. 제가 19대 4·11총선 마지막 날에 KBS에서 찬조연설을 했거든요. 당에서 기회를 줬던 거죠. 기획을 하고 저를 나가게끔 해 줘서, 27번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씀드렸어요. 당시 검색어 1위에도 오르고, 저 때문에 투표하러 간다고 해준 분도 계시고 그랬어요. 당에서 저를 홀대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어요.”
총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가 묻고 싶어졌다.

-친노와 비노의 갈등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의하나요.

“대선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대선캠프가 세 개로 꾸려졌었거든요. 민주캠프, 미래캠프, 시민캠프. 각각 역할을 나눴어요. 그런데 역할이 모두에게 주어지다 보니까, 주도권을 누구도 갖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제가 그 당시 대선캠프에서 청년정책단장을 맡았는데, 정책을 관할하는 곳만도 여섯 군데 정도 됐어요. 분산된 거죠.
선거는 전쟁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없었던 거예요. 주도권이 나뉘어져 있으니까 책임감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노, 비노가 나뉘고 싸우고 이런 걸 떠나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는가’라고 국민들이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우리 당에서 조사한 걸 봐도, 신뢰가 부족했다는 게 제일 컸고요. 내분은 실제로 없었지만 외부에서 볼 때 미덥지 못했던 거예요.”

-안철수와 단일화를 하기 위해 ‘선명성 싸움’을 하느라 중도세력을 많이 잃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보수대연합을 성공시켰어요.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의 전략은 51:49의 구도에서 51이면 무조건 이긴다는 전략을 짰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수층을 결집시킨 거죠. 강정마을에서 사람들이 끌려 나가고, 각지에서 시위를 하고 그런 사건들이 벌어져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지층을 모으면 51%가 나온다는 계산을 한 거죠.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어요. 선명성을 지키느라 중도세력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도 맞지만, 타깃이 명확하지 못했던 거죠. 내 안의 세력들도 통합시키지 못했고, 중도세력도 끌어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민주당 실패를 분석하고 쓴소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 ⓒ시사오늘

“국정원 사건 덮고 가는 건 역사에 죄 짓는 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요.

“간단히 평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정치하는 사람은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그게 동력이 되지요. 하지만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들리면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감안해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 나가는 게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늘 입에 달고 사시는데, A라는 초안이 원칙이라고 해서 끝까지 A만을 밀고 나가는 건 오히려 원칙이 아닐 수 있어요. 이번에 노인기초노령연금 관련해서도 그렇고요. 분명히 본인도 예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국회에 있었으니까 더 잘 알고 계셨을 텐데……
제 외가가 전주예요.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전북이죠.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셨어요.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박근혜 후보는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준다잖니, 나도 받는 것이 좋지만 내 주변에 불쌍한 노인네들이 엄청나게 많아. 그 사람들 먹을 것도 사 먹고, 치료도 받고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어요. 공약이 지켜져야 이런 지지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거죠. 때문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1억 이상 탈세자가 2천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부족한 세수를 채울 방안이 더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가)좀 많이 부족하다 싶죠.”

-민주당에서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민주당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모두 다른 것 같아요. 무조건 소수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소수의 의견을 들어라도 보고, 같이 생각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를 하자는 거죠. 그런데 지금 127석이나 있는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민주주의가 실종까진 아니더라도 약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장외투쟁의 실익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제가 정치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당장 눈앞에 있는 걸로 판단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장외투쟁도 그런 것 같아요. 당장의 유불리 때문에 침묵만 할 수는 없는 거죠. 박근혜 정부가 5년인데,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불합리한 것에 침묵하고 있으면 남은 4년 동안도 그렇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저지른 일이라면서 발뺌만 하고 있잖아요. (박 대통령)본인도 아실 거예요. 전 정부에서 한 일이지만 들추고 까발리다 보면 본인에게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더라도 잘잘못을 따져서 책임자를 문책하고 그런 토대 위에 국정원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는 대선개입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 NLL 논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이런 논란이 나오는 시기 자체가 약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거든요.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하자마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고, 아무튼 수사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이석기 사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제가 1년 정도 부대변인 생활하면서 국회에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하고,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에게 과연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만한 힘이 있냐는 거죠. 과연 이석기 사태가 전 언론 매체들이 입을 모아 떠들 만한 일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제 입장을 말한다면, 별로 용기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더 신중히 처리할 수 있던 일 같거든요. 당에서도 서둘러 처리해버린 것 같아요.”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에 대한 생각은요.

“채동욱 사태는 ‘혼외 자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보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게 있는 거죠. 개인의 사생활이나 그런 문제들은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제시해야 하는데, <조선일보>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아니라고 해도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는 이런 추문에 휩싸이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잖아요. 언론에 불미스러운 일이 알려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이 큰데, 친자 확인 수준의 증거도 아니고 주변의 정황이나 얘기를 듣고 채 전 총장을 몰아세운 건 잘못이라고 봐요.”
민주당은 대내외적으로 안철수 신당과 실타래가 얽혀있다. 민주당은 지지도가 미미한 상태에서 안철수 신당이 출연한다면 제1야당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이미 벌써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같은 야당 입장으로서는 해라, 하지마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새누리당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과 연대라도 하면 된다는 생각인가요.

“‘야권 단일화를 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면 국민들이 우리를 지지할거야’라는 잘못된 생각들을 당내에서 많이 합니다. 전제부터 이미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야권단일화는 A라는 지도자와 B라는 지도자가 있을 때, 그 사람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죠. 그런데 그것을 벗어나서 극적인 효과만 보려고 해요. 사실 2002년에는 성공했죠. 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 야권단일화는 지지자들을 하나로 모을 리더십이 필요해요.”
정은혜는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하나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선거 전투 경험이 있다. 지금까진 전패(全敗)나 다름없다.

-2004년부터 선거를 치러 왔잖아요. 정윤재, 강금실, 19대 총선, 대선 모조리 패배했어요. 좌절 같은 건 못 느꼈나요?

“(웃음)또 있어요. 이상수 의원께서 나왔던 재선거 캠프에도 있었죠. 합숙하면서 선거운동 했었는데 그때도 졌어요. 안 그래도 친구들이 ‘너는 하는 선거마다 다 지냐’ 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덕분에 선거에서 ‘아 이렇게 하면 지는구나’ 하는 걸 배웠어요.(웃음)”

-선거를 뛰어보면 진다, 혹은 이긴다는 감이 옵니까.

“선거는 결혼식과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식장 가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거든요. 결혼 전날 헤어지는 커플도 본 적 있는데, 선거도 개표 뚜껑 열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예요. 유리하다고 방심 말고, 마지막까지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죠. 지난 대선 때도 그런 절박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이제 그의 정치 세계로 들어가 볼 시간이다. 

▲ ⓒ시사오늘

"정당은 교회 조직처럼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야“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계기가 있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민주당에 있는 선배들이 부끄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새누리당 의원들과 비교하면, 민주화를 위해 싸운 분들이 많잖아요. 새누리당에도 물론 계시겠지만…. 전반적인 뿌리라고 해야 하나. 이쪽은 과거 독재세력에 반기를 들고 싸웠던 세력이고, 저쪽은 어찌 보면 과거 독재세력을 이끌었던 세력인 거죠.”

-민주당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질문인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요. 제 친구들이나 또래는 노사모 이런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저는 학창시절에 집이 많이 어려웠거든요. 그렇게 가난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되고부터 한 반에 한 명씩 가계 곤란자들한테 등록금을 면제해 준다는 거예요. 제가 그 혜택을 받게 됐죠. 당시 등록금 20여만 원씩 내는 게 저에겐 굉장히 큰 돈이었고, 할머니가 고등학교 못 가는 거 아니냐 그러실 정도였거든요. 그런 돈인데 그걸 정부에서 준다는 거잖아요. 액수를 떠나서 인생을 바꿀 만한 돈이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 등록금 없는 애들한테 베풀어야지 했는데, 제가 돈 벌 재주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그런 타입이어서 차라리 그럼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 되겠구나 했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 같은 거요.”

-원내에 진입하려는 이유도 결국 그건가요.

“그렇죠. 입법 활동을 통해 정책을 바꾸고 싶다는 거죠.”

-젊은 정치인으로서 당 지도부에 제언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민주당이 민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당 조직도 교회 조직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요. 예를 들어 큰 교회에 가면 법률시스템이 다 되어 있어요. 그 교회 성도들이 봉사를 하는 거죠. 큰 교회니까 변호사들도 많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화요일은 김 변호사가 봉사를 한다면 그날 그 변호사가 교회에 있어요. 그럼 그 교회 성도들 중에 고민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법률상담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는 거죠. 의사도 마찬가지에요. 의사들 몇 명이 네트워킹이 돼 있어서, 우리교회 성도들이면 예를 들어 할인을 해 준다든지 하는 거죠. 그건 교회라는 틀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인 거죠. 굳이 돈을 써서 하는 것만이 복지가 아닌 거죠. 당이 전국조직이죠. 문제는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거죠. 진정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거예요. 민주당이 서민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잡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거죠.”

-이른 얘기인데 다음 총선에 나간다면 비례대표를 할 건가요.

“지역구에 나가야죠, 다음에는.”

-비례대표로 나가는 게 유리할 것 같은데요?

“비례대표는 한 번 나갔으니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당장 있을 일도 아니고.”

-그러려면 공천을 받아야 할 텐데 밀어주는 정치인이 있나요. 흔히 계파라고 하죠.

“저는 계파가 없어요.”

-계파 없이 공천받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정치할 거면 줄 잘 서야 된다, 그런 말 많이 들리더라고요. 심지어는 모 의원에게 가서 충성을 맹세해라. 그런 얘기까지도 들었고요. 그런데 아직 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가치관이 비슷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분을 만나고 싶어요. 솔직히 원내에 진입하려면 누군가 공천을 줘야 되는 건데, 계파도 없이 그런 걸 바라는 건 이상적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분명히 선을 긋고 싶어요. 계파라는 것은 기존의 구태정치라고 생각해요. 특정 계파가 아니라 좀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조금 더 공부하고, 많이 준비하고 그런 게 됐을 때 정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같이 정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죠. 계파하고는 좀 다른 거죠.”

-물어보지 못해 못한 말이 있을 듯싶습니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켜보려는 소망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힘든 분들을 대변하고 싶어요. 미혼모라든지 노인 분들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부모님 영향이 커요. 부모님이 미혼모의 집을 운영하고 계시거든요. 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자신을 지킬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조차 지킬 수가 없어요. 이들을 돕고싶은 게 제가 정치를 하겠다는 이유일 겁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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